당신에게 휴식이란 무엇인가요
최근 나를 둘러싼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 회사에서 적응기를 거치고 있고 집안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으며 아는 사람의 초대로 모임도 하나 가입했다. 줄곧 하고 있던 독서모임, 봉사활동까지 병행하려니 하루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졌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까지 그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니 조금은 버거워 숨이 찼다. 그때 우연히 발견한 책이 바로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딱 날 위한 느낌이었다. 거기에 박상영 작가의 책이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소설과 팟캐스트로 접한 작가님의 꾸미지 않은 솔직함, 동년배라서 느낄 수 있는 공감대, 유머감각과 생활감이 적절히 섞인 입담과 문체를 좋아한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휴식'이라는 키워드라니, 책 뒤표지에 적힌 추천글에 따르면 작가님이 잘 쉴 줄 모르는 타입이라는데 그런 사람이 작정하고 챙기는 휴식이라니 기대가 컸다.
'휴식'이란 단지 놀고먹는 게 전부가 아닌 걸 알면서도 단어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가 늘 같다. 침대든 선베드 위든 어딘가에 눕고 기댄 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 시계가 내가 있는 영역만 비켜가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 그렇다고 해서 피로가 풀리는 것도, 온전히 쉬었다고 느끼는 것도 아니면서 습관적으로 그런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최근 잘 쉬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방법론을 접했는데 과연 소설가의 휴식은 어떨지 흥미를 갖고 책을 폈다.
프롤로그에서 박상영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오래전부터 나는 여행이 휴식의 동의어라고 믿었다.' (12p)
그러나 환상과 다른 현실에 부딪히고 수많은 여행 끝에 얻은 결론은 여행을 통해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 그런 사람이 여행에서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즐기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떠나고 자꾸만 고통받는다. 이 책은 그 과정 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20대 초반 빠듯한 예산에 친구와 함께라는 이유로 갖가지 고생을 한 유럽 여행담에서부터 목숨을 걸고 건넌 대관령 산길, 낙원을 찾아 등록금을 빼돌려 친구 따라 간 미국생활, 자연의 아름다움과 무서움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 가파도 레지던시에서 겪은 끊이지 않는 에피소드 등.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책을 읽었을 뿐인데 그날의 날씨가, 그날의 곤란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옆에서 함께 한 느낌마저 들었다. 각각의 에피소드 안으로 빨려 들어가 나도 모르게 책장을 연신 넘기고 있었고 작가님의 친구가 내 친구인 듯 뒷페이지에서 다시 만나면 반갑기까지 했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 장기여행을 가지 못했는데 이 책으로 대리만족했다. 그런 때가 있었지 하며 내 경험을 떠올리기도 하고 일상을 벗어난 자유와 해방감을 오랜만에 간접경험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박상영 작가의 휴식엔 주변사람들이 늘 함께였는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같이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빈틈을 채워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혼자가 편한 나지만 앞으로의 여행은 나를 좀 내려놓고 타인과 함께 어울리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게 했다. 여러 사정으로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여유가 생기면 꼭 해봐야지.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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