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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Apr 13. 2022

00_프롤로그

(tumblr.com)




일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버스에 앉아서

카페에서


가끔씩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다.  


심지어 때로는

여기서 들은 대화가

저기서 이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내가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것은

나도 한국말을 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뇌가 무작위에서 뜻을 찾고

무질서에서 패턴을 찾게끔 진화했듯이


지금껏 사는 동안  

내 안에  굳어진 정신모형이 있고,

내가 거기에 가장 근접한 형태로

이야기들을 조립하는 것은 아닐까.

아주 순식간에.


그것이 마음이라는 거겠지.


그것이 우리가

남의 이야기에 울고 웃고

남의 기분에 장단 맞추고

말하지 않아도

꿍꿍이가 통하고

꿍짝이 맞는 이유다.


이런 순간들이 없으면

우리는 너무 외롭다.  


그렇다.

생활도 어차피 픽션이다.


그래서 내친 김에

생활에서 드는 단상들에

목소리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삶의 치사함과

일이 주는 수모와  

존재의 불안과   

심통心通의 짜릿함을

일상의 장면들로 풀었다.


쓰다 보니

장르를 알 수 없는

야릇한 글들이 됐다.


굳이 말하자면

지금까지 살면서 나였던 인물들과

내가 만난 인물들이

두서없이 등장하는

생활밀착 단막극이다.


한풀이용

다인칭 일기라고 해도 좋다. 


사실주의를 표방한 우화고 

현실에 바탕한 망상글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는데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사연들과 입장들을

한줄기로 관통하는 서사는

슬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삶의 조각들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보면

은근히 웃긴다.


관계는 스냅샷이고

인생은 콩트다.


그렇게 믿어본다.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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