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de wherever you want.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생은 자전거 선수다.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열정을 퍼붓는 그 친구를 보면서, 참 부럽기도 하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고단한 회사원이 되어서 예전만큼 자주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다. 지금도 나는 자전거 가게에서 멋진 자전거를 보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그놈이 생각난다.
다른 유럽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영국도 자전거 타기를 매우 장려하고 있다. 일단 대부분의 도로가 평지로 되어 있으니 타기도 좋고, 여름에도 크게 덥지 않으니 출퇴근길에도 많이들 탄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교통법과 시스템이 자전거를 타기에 매우 좋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자전거를 좋아하지만 겁이 많은 나는 - 한국에서 운전을 오래하면 자전거가 오히려 무서워지는 것 같다. 타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 지금도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 도전해보고 싶지는 않다. 영국에선 자전거가 도로로만 다니게 되어 있으며, 인도로 주행하면 교통경찰에게 단속당한다. 사실 안전이 보장된다면, 인도로 다니면 자전거 쪽에서 보면 보행자는 방해가 된다. 인도로 갈 이유가 전혀 없다. 실제로 한강에 나가면 자전거 폭주족(?)들이 보행자들 자전거 도로로 넘어오지 말라고 소리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던 걸로 기억한다.
런던 교통국 (Transport for London, TfL)에 따르면 2014년에 전체 자전거 사고 사망/중상자는 432명이었다고 한다. 하루 자전거 이용자는 약 61만 명, 연간 2천3백만 명 정도, 런던 전체에서 2014년 13명이 사망했다 - 515,000번 중에 한 번이 사망이나 중상을 입는 꼴이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왜냐하면 정말 많은 사람이 타니까, 그만큼 사고도 많다. 사실 런던 시내에 자전거들을 보면 정말 사고가 많이 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자전거가 오히려 영국에서는 무법자다. 한 친구는 다른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피해서 운전해야 한다고 투덜댄다. 좁디좁은 도로에 차들이 신호를 받고 서 있으면 그 옆으로 자전거들이 슬슬슬 나온다. 당연히 차들 앞에 서서고, 신호가 바뀌면 이들 자전거를 따라서 차들이 간다. 당연히 차는 속도를 낼 수 없고, 도로가 좁아서 추월도 할 수 없다. 경적도 못 울린다. 그냥 자전거 뒤를 빌빌 따라갈 수밖에 없다. 많은 곳에서 자전거 차선과 버스 차선이 공유된 곳이 많기 때문에, 버스도 별 수 없다. 큰 이층 버스가 (double decker) 산보하듯 유유히 가시는 자전거 할머니를 따라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법이 워낙 자전거 이용자를 보호하는 쪽이라 함부로 할 수 없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대학 도시에서는 자전거 교통 정체 (cycle traffic)가 생긴다. 도로가 런던보다 더 좁은 그런 도시에서는 마치 자전거 도로를 자동차가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일반적인 자전거 이용자는 양반이다. '니가 얼마나 또라이인지는 몰라도 런던에 가면 더 또라이가 있다고 확실히 말해주지'라는 말처럼, 별 희한한 자전거 -라고 봐야 하나 - 가 안 그래도 좁은 도로를 누빈다. 관광지 해변에나 있던 pedal bus가 출퇴근 시간에 시내 주요 도로를 달린다. 음악 틀고 술 마시면서. 우리나라였으면 보통 험한 욕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https://youtu.be/qP7NsZTd9DY, 직접 봐야 더 웃김 - 사실은 너무 타보고 싶어요. 날씨가 좀 더 풀리면 미끼 씨랑 친구들 모아서 갈 거임.)
유럽에서 자전거가 인기 있는 이유는 낮은 인구 밀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이 약하다는 점과 높은 교통 비용을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런던은 유럽에서 제일 큰 도시며 인구밀도도 높고, 대중 교통망도 제일 잘 발달되어 있는데, 그런데도 자전거를 많이 탄다. 높은 교통 요금도 당연한 이유겠지만 (현재 버스 약 2500원, 지하철 약 4000원, 상호 환승 그런 거 없다.), 무엇보다 출퇴근 시간의 런던에서는 자전거와 도보가 제일 빠르다는 점이 큰 이유일 것 같다.
런던은 아주 오래된 도시다. 계획성이 없이 '발생한' 도시에 가깝고, 런던 대화재라는 비극적 사고 덕분에(?) 도시를 계획적으로 정비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1666년)나 지금이나 보수적인 영국인들, 크리스토퍼 렌 (Christopher Wren)의 혁신적 도시 계획을 일부만 수용해서 (재정적 이유도 포함), 지금의 도시 형태가 잡혔다고 한다. 이제는 초현실적인 땅값 때문에 재개발은 할 수도 없다. 출퇴근은 가까운 지하철/기차역에서 걸어서나, 공영 자전거를 타거나 주차해둔 개인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간다. 그게 제일 빠르다.
공영 자전거는 보리스 존슨 (Boris Johnson) 시장이 도입해서 보리스 바이크라고도 불리는데, 카드로 지불해서 타는 방식이다. 바클레이스 (Barclays) 은행이 처음에 스폰서여서 상징 색깔인 파란색이다가, 지금은 스폰서가 산탄데어 (Santader) 은행으로 바뀌어서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찾기도 쉽고, 근처 스테이션이 어디 있는지도 지도 앱에서 찾을 수 있다.
비록 시장은 사고가 매우 감소했다며, 행정적 쾌거라고 표현하고는 있지만, 사고 관련 통계 수치를 개인의 측면에서 보면 아주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런던의 교통 사정상, 자전거 이용자를 더욱더 장려해야 함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2008년부터 런던 시내를 관통하는 cycle superhighway라는 것을 건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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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자전거 도로는 있지만, 좁은 도로 사정상, 버스 차선과 공유하는 경우가 많고, 인도와 접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건설한다고 한다. 자동차가 대우받는 한국 사람인 나는 상상이 안된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다는 거지??? 마침 집 근처에 일부 개통된 구간을 구경하러 가보았다.
이런.. 안 그래도 좁은 도로에 자전거 차선을 하나 더 내놓았다!! 사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자전거 이용자나 운전자 모두에게 좋을 듯하다. 서로 엉키지 않는 것만 해도 흐름이 훨씬 원활해질 것 같다. 더 안전함은 물론이고.
선진국에서 하는 정책에 대해서, '역시 시민 의식이 다르니 가능하구나'라고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특히 어르신들). 사실은 일반적인 생각하는 방식은 다 똑같다.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욕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놓고 위협 운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전거가 워낙 많이 다니니,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다툼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날렵한 자전거의 특성상, 신호 무시나 과속 등, 교통 규칙을 위반하는 자전거 이용자도 문제다. 저 자전거 고속도로를 공사하느라 원래 최악인 교통이 몇년 동안 더 최악이 되었고 아직도 공사는 한참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중교통 체계가 유지되는 것은 강력한 시스템적 보완과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보호하는 법도 많지만, 역으로 자전거를 통제하는 법과 규칙도 많다. 런던시는 최악인 런던의 교통을 개선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대안 교통수단인 자전거 교통을 더욱 장려했다, 그 과정 중에서 발생한 불만과 불편은 법적, 시설적 시스템을 도입/개선하여 다 같이 공유하면서 줄였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히 엃힌 현대 사회에서는 시스템적인 지원이 없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는 별로 없을 것이다. 진정한 시민 의식이라는 것은 공동체의 문제를, 구성원들과의 토론과 협의를 통해서, 불편을 분담하고 개선점을 모색해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