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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윤짱 Mar 29. 2019

겨울마다 떠나는 필리핀 가족연수

그 시작은 영어유치원 적응에 실패한 아이 때문이었다.

어쩌다보니 아이 7살부터 겨울마다 필리핀으로 가족연수를 떠나게 됐다.

어떨땐 아이와 둘이서만, 또 어떨땐 남편과도 함께, 그리고 이번 겨울에는 동생네 가족과도 함께 필리핀을 다녀왔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의 영어향상!

7살때 영어유치원 적응에 실패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에는 아이가 격렬하게 영어를 거부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영어유치원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예전에 다녔던 어린이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이는 자존심이 상해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이의 영어거부를 그냥 놔두고 보기엔 영어가 너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이에겐 내가 가지고 있는 영어컴플렉스를 물려주지 않고 싶다라는 생각에 차선으로 선택했던 것이 바로 

필리핀 가족연수였다. 


필리핀 가족연수는 필리핀 어학연수+가족이다. 

몇년 사이 필리핀 가족연수 시장이 정말 커졌는데, 원래 시작은 필리핀 어학연수다.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이 영어공부를 위해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게 보통의 어학연수라면,

가족연수는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영어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다. 

이는 영어유치원이 보편화될 만큼 영어조기교육이 한국에서도 붐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아이가 어렸을때 영어환경(혹은 몰입영어교육환경)에 노출해 줄수록 영어를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외국어로서의 영어)가 아닌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제2언어로서의 영어)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에서의 조기영어교육의 붐을 일으키는 데 주요한 포인트가 된 것 같다.


나 역시 아이가 ESL로 영어를 익히길 바랬다.

그리곤 틈틈히 한국에서도 영어 DVD를 보여주고 책도 읽어주고, 그 비싼 잉글리시 에그도 사주고 했는데도

사실 한국에서의 영어노출시간이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의 영어실력은 생각보다 잘 늘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 5세 때였나? 한국어가 자리잡게 되면서는 왜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DVD를 봐야 하냐며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아이 6살때 다녔던 어린이집은 원어민 상주선생님이 계실 정도로 영어에 특화된 곳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영어수업이 5시간인가 정도였기에 아이 영어실력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나도 회사를 다니는 워킹맘이었기에 아이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뭔가 해주기엔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다 6살 말쯤, 동네 언니가 "ㅇㅇ이를 영어유치원에 1년만이라도 보내면 좋을 것 같은데? 욕심있어서 잘할 것 같아"라는 이야기에 설명회를 듣고 아이의 허락(?)하에 7세에 영어유치원에 입학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아이는 영어유치원에 적응하는 것을 많이 힘들어했다.

화장실 가고 싶어요, 책칠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싶어도 어떻게 영어를 써야하는지도 모르는 애한데

무조건 영어만 쓰라고 이야기하는 영어유치원이 많이 싫었었나 보다.

사실 힘들다, 셔틀타고 싶지 않다고 하는 아이를 겨우 셔틀에 밀어넣고 출근했었었는데...

갑자기 1분에 한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손을 수십번씩 씻는 아이를 보곤 그만둬야겠다 결심했다.

나중에 심리상담까지 받았었는데, 결론은 엄마가 더 많이 사랑을 주셔야 한다 였다.


모든건 일하는 엄마탓인건가?

아이에 대한 높은 기대감때문에 아이가 아픈것인가?

영어를 놓아야 한다지만, 내가 진짜 놓아야 할 것은 영어가 아니라 영어에 놓여진 환경이었다.

내 아이를 7살에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정말 잘못 선택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머리가 어느정도 굵어있고, 나름 자존심도 있는 아이라

화장실에 가면 5세 6세부터 영어유치원 다닌 애들이 쓰는 영어를 못알아 듣는게 그렇게 힘들었다고 했다.

뛰어놀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에너지 넘치는 아이는 점점 마음에 병이 들었고, 결국은 4개월만에 영어유치원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마침!!(마침이라 쓰고 의도적이라 읽는 ^^;;;) 남편도 그때 당시 회사에서 많이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결단을 내렸다. 그래...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도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도 영어유치원을 관두고 떠나자!! 

있던 돈, 없던 돈을 긁어모아 필리핀 가족연수를 계획했다. 

이렇게 필리핀 가족연수를 계획할 수 있었던 것은 나 역시 회사일로 번아웃됐던 10여년 전에 훌쩍 필리핀 다바오란 지역으로 2개월 어학연수겸 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남편을 만났다)

호기롭게도 필리핀 일로일로라는 지역으로 4개월 16주를 계획했다. 


4개월 후!! 

아이는 자기 의견을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실력이 향상될 수 있었다.

"나 영어 잘해"라는 자신감을 갖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소득은 가족애였다.

좁은 방 하나에서 살 부딪히면서 24시간 함께 있었던 그 시간이 우리 가족을 서로 서로 더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는 이 경험으로 매년 겨울마다 아이와(남편도) 함께 필리핀 가족연수를 떠났다.

영어로 시작했던 필리핀 가족연수는 나에게 많은 깨달음,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필리핀 일로일로의 한 리조트, 이곳 수영장을 종종 사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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