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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덕 CONATUS Apr 15. 2018

놀라게 하지 마세요 > 신뢰

121_신뢰란 믿는 것이 아닙니다

신뢰는 사회적 비용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신뢰 정도에 따라서 비용이 반비례한다는 뜻입니다. 사회 구성원 간에 신뢰가 두텁다면 의심하거나 불안하게 느낄 일이 없으니, 신뢰를 확인하고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줄어듭니다. 신뢰란 흔하기보다는 희소한 자원이라고 봅니다. 사회적 안전이나 경제적 안정 구조가 약할수록 신뢰는 떨어집니다. 인간은 누구라도 안전하기를 바랍니다. 범죄가 일상이지만 치안이 불안한 환경에서는 오늘 밤 잠자더라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있으니 잠도 편치 못합니다. 잠이 편치 못하면 몸도 해치게 됩니다. 결국 신뢰란 수명과도 관계가 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쌓인 신뢰는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뢰는 돈과 동격입니다. "아, 그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있어. 특히 돈 문제라면 보증수표 같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인격의 대체품이 된 지도 오래입니다. 실제는 그렇지 않음에도 말입니다. 가장 간단한 예를 든다면, 100억이나 1조를 가진 부자라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전혀 비례관계가 아닙니다. 훌륭한 사람도 있고 그 반대인 사람도 있는 법입니다. 보편적으로는 그 반대인 사람이 더 많다고 보입니다. 그럼 큰돈을 가진 사람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최근 삼성증권에서 공매도 사건을 일으켜서 사람들은 놀랐습니다. 그 진위가 무엇이었는지, 더 깊은 다른 내막이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지금까지 그런 악행을 해왔지만 노출되지 않았을 뿐이라든지, 증권계 전부가 그런 악행을 쉿~ 하면서 저질러 온 것은 아닌지, 온통 의문과 의심으로 가득합니다.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무너진 신뢰를 쌓으려면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신뢰 축적의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대통령 후보로 경선에까지 출마한 정치인이 미투로 정치인생을 종지부 찍은 사건은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놀라게 되는 것은 긍정적인 경우와 부정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산수를 잘 못하던 아이가 어느 날 천재처럼 어려운 산수문제를 척척 풀어내면 부모들은 놀라게 됩니다. 혹시, 내 아이가 대기만성형 천재는 아닐까 하고 기대도 하게 됩니다. 긍정정인 놀램은 행복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언제나 부모님 말을 잘 따르고 학교, 도서관, 집만 오가던 모범생이 폭행죄로 구치소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은 부모를 충격에 빠트립니다.


세월호 침몰은 신뢰가 산산조각 난 역사입니다. 그런 사건으로부터 아직도 우리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뢰가 무엇인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들 만큼 놀라운 일이었고 원인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밝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신뢰를 유지하는 길은 두껍고 단단한 강철판으로 덮는 것이 아니라, 얇고 투명한 상태로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꾸 두껍게 덮어서 감추려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럴수록 사회의 안전불감증과 안전투자는 관심 밖의 일이 되고 피해는 오로지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입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삶의 안전도'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결국 비용이 발생하는 일입니다만 그렇더라도 생명과 안전이 더 소중하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관계의 신뢰란 어떤 경우든 상대를 놀라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놀램도 기대를 높이는 것이기에 차근차근 변하는 것보다 두려움이 크고, 무엇보다 그런 성과를 지속하지 못하게 되면 일시적 흥분으로 끝나게 됩니다. 신뢰는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아, 그 사람이 그런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놀랄 일이란 없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훌륭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놀랄 일이 없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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