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초, 중, 고를 졸업하고, 대학교와 군대, 조금 더 나아가서 대학원을 졸업한. 그 후 평범하게 회사에 들어가서 평범하게 일을 하며 지내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지금 나는 35의 직장인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경험들을 공유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거창한 도전이 아닌 흥미로운 관심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는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이다. 이런 내가 무언가를 배우며 평범한 사람이지만 더 나은 사람이기를 갈망한 사람이었다. 이런 내가 처음 배우기 시작한 것은 "영어", 정확히는 영어로 말하기, "영어 회화"였다. 내가 "영어 회화"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몇 가지 스토리가 있다. 우선 나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였고, 대학원 역시 화학과로 진학을 하였다. 화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대학원에 있을 당시 많은 실험들로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과제를 진행하기 위해 수많은 논문들을 읽었다. 하지만 이런 논문들은 대부분이 영어로 작성이 되어있었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밖에 없었다(물론 이 당시에는 상당 부분을 번역기에 도움을 받았다). 이 당시 나는 조금은 영어에 대해 낙관적이었고, 번역기에 도움을 받아 논문을 읽는 주제에 "나는 이런 영어로 된 논문들도 읽을 정도로 영어를 잘한다!"라고 조금은 자만했을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만을 했던 것이 맞는 것 같다.
이랬던 나에게 한 가지 내 삶을 뒤바꿀 만한 일(Life Changing)이 생기게 되는데, 나와 내 동기가 학회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이다. 그냥 학회에서 논문에 대한 발표를 하는 것 역시 당시 나에게는 큰 사건이었는데, 더 큰 문제는 학회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해외로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않았으며, 이 때는 성인이 된 후 단 한 번도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어, 영어로 이야기해 본 적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나에게 전문적인 내용을, 그것도 학회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를 한다는 것. 거기에 질문 및 답변 역시 영어로 해야 한다는 것. 이것은 나에게 있어 일생에 단 한 번도 없었던 큰 시련이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영어로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했고, 영어로 대본을 만들어야 했으며, 예상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모두 영어로 만들어야 했다. 이때 나는 "아 내가 영어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나는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1차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왜냐하면, 발표 자료를 만들고, 영어 대본을 짜며 수 십 번은 수정을 하며 자괴감에 빠졌고, 아마 자책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고작 15분 정도의 발표 자료와 질문, 답변의 대본을 만드는 데 몇 날며칠을 머리를 쥐어뜯으며 작성하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더해 이 대본을 외울 생각을 하니 더욱 답답했다.
그렇게 한 2~3달 정도를 준비를 하였고,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을 때, 말레이시아 출국일이 다가왔다. 이때 나는 해외를 나간다는 생각에 학회 생각은 잊고, 살짝 들떴었던 것 같다. 학회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페낭이라는 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이 페낭은 여행지라는 느낌보다는 휴양지라는 느낌이 더 강한, 그런 섬이었으며, 학회에 참석한다는 긴장감과 해외여행이라는 들뜬 마음을 조금은 가라앉혀주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분은 발표 당일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아침부터 계속 긴장된 상태였다.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청심환을 먹은 날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발표를 위해 단상에 섰을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발표가 시작하고는 꽤 잘했던 것 같다. 속으로 "아 이 정도면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다!"라고 생각했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이 생각은 바로 깨지게 되었는데, 바로 질문을 받은 시간이었다. 외국에서 온 한 교수가 질문을 하자 앞에서 보여준 발표 자료를 다시 보여주며 설명을 하였는데, 잘 이해를 못 하는 표정이었다. 어찌어찌 설명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왔을 때는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많았다. "아 내가 영어를 조금만 더 잘했으면, 더 잘 이해하고 설명을 더 잘할 수 있었으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올랐다.
이후 대학원을 졸업하고, 작은 벤처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이때까지 분명 영어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대학원의 바쁜 생활에 치여", "취업 준비에 치여"라는 변명을 스스로 해가며 이때 까지도 영어를 배우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입사를 하고 나서는 일에 적응하느라 정말 피곤한 일상을 보냈다. 일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집에서 쉬다가 자고, 그다음 날 출근. 그다음은 계속 그런 일상이 반복되는 쳇바퀴 도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몇 달 동안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점점 회사 생활에 익숙해지게 되었고, 집에 와서도 피곤함이 입사 직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다 문득 내가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난 후 3시간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으며, 주말에도 별 다른 것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유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나는 이런 삶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무엇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이 당시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보다는 페이스북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던 때라 나 역시 페이스북을 하고 있었다(사진, 일상 등 업로드는 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눈팅만 하고 있었던 상태). 이때 한 영어 커뮤니티에 대한 광고를 보게 되었다. 이 영어 커뮤니티는 영어 학원보다는 저렴했고, 쉽게 접할 수 있던 것 같아 부담 없이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광고를 봤을 때 나는 문득 대학원 때 학회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별 다른 생각 없이 일단 결제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제를 하고 나니 후회가 몰려들었다. 그리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하자니 귀찮음이 몰려왔다. "아 괜히 신청했나?, 그냥 지금이라도 취소할까?"라는 생각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그런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 결제를 취소하기 직전, 우연인지 운명인지 나는 이 타이밍에 나이키 광고를 보게 된다. 그리고 웬만한 사람들이 다들 알고 있는 나이키 슬로건을 보게 되었다. "Just Do It(그냥 해)." 이미 알고 있고, 그 의미 역시 알고 있었지만, 당시의 나에겐 언제나 보던 나이키 슬로건이 아니었다. 그래서 영어 커뮤니티를 취소하지 않고, 듣게 되었다.
처음 이 영어 커뮤니티에 참석할 때 나는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지금보다 더 이 당시의 나는 사교적인 부분이 결여된 인간이었다. 또한 영어 커뮤니티라는 것이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커뮤니티가 시작하고 난 후 말끔히 없어지게 되었다. 부드럽게 진행해 준 커뮤니티 리더님, 영어가 서툴지만 서로서로 대답을 하려 열심히인 다른 멤버들. 이런 분위기에 나도 자연스럽게 서툰 영어를 내뱉으며 3시간이라는 시간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의 3시간이 지난 후로는 모두 어느 정도 가까워져 있었고, 커뮤니티 외적으로 볼 정도라 가까워졌었다. 물론 지금은 이때 이후 다들 많이 바빠져 리더와 멤버들과 연락은 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사회로 나온 이후 첫 사적 모임이었던 것 같다.
이때 이후 수년이 흘렀지만 나는 계속 영어를 배우고 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영어 실력이 많이 늘어 지금은 영어를 내뱉는 것에 겁을 내지 않는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이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외국인이 들었을 때도 자연스러움(Fluency)가 많이 좋아졌으며, 발음 역시 좋아졌다(지금 다니고 있는 영어 회화 커뮤니티에서 원어민 강사가 캘리포니아에서 살다 온 것 같은 발음이다라고 할 정도로 원어민 발음에 가까워 짐). 물론 내가 엄청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나와 비교한다면 장족의 발전이다.
앞 서 말한 여러 가지 이유들은 내가 영어를 배우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지만. 사실 무언가를 배우고 시작하는 것은 그 이유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냥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그냥 하면 된다. 내가 본 나이키 슬로건 "Just Do It." 말 그대로이다. 나는 무언가를 계획을 한 후에 배움을 시작하고자 하면,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또 그 목표(Goal)를 달성하기 위해 가야 할 과정(Step)이 너무 많아 시작하기도 전에 질리게 되고, 시작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면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고 있는 내가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상당히 게으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집에서 누워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는 것이 가장 좋을 정도로 집돌이에, 귀차니즘 범벅인 인간이다. 이런 내가 무언가를 도전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다(물론 지금은 여러 가지 관심사 역시 더욱 많아진 상황이고, 배우고 성취하는 것에 중독이 되어 무언가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긴 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이 생기면 일단 하고 생각한다(물론 스케줄은 우선적으로 고려해 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무언가 새로 배우는 것, 도전하는 것에 거창한 이유는 필요 없이 "그냥 하면 된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 역시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며, 이 글이 내가 본 나이키 슬로건 "Just Do It."과 같은 느낌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