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대신 ‘나’를 찾는 여행

FOMO에서 JOMO로 떠나자

by Itz토퍼

여행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사진을 정리한다.

그다음은 보정 작업, 그리고 사진과 동영상을 엮어 나만의 여행 영상을 만든다.

기억에 남는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고, 재미있는 자막도 붙인다.

그렇게 완성한 브이로그를 가족들과 TV로 함께 보면, 드라마가 따로 필요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가끔 ‘쉬자고 떠난’ 여행이 오히려 ‘피곤한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은 그런 이들을 위해 작은 제안을 하나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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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이 그저 ‘언젠가’의 꿈일 때가 있었다.

꿈을 꿀 수 없으니, 계획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값싼 항공권만 눈에 띄고, 쌈짓돈만 조금 모아지면 "일단 떠나자!"는 말이 절로 나온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블로그며 인스타며 유튜브며 다양한 SNS에 인증하고 자랑한다.

그런데, 정말 그게 전부일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는 비행기에서 심심풀이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옮겨놓은 스마트폰 앨범을 열었다. 수백 장의 사진이 줄줄이 줄을 서 있는데, 정말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특별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별로 없다. 이럴 수가. 분명히 사람도 많았고, 사진도 많았고, 음식도 많았는데, 기억은.. 왜 이렇게 적지?


생각해 보니, 도착하자마자 ‘유명한 맛집’에 들렀고, 또다시 저녁에도 검색 순위 1위 ‘인생 맛집’에 가서 줄도 섰다. 물론 음식은 사진 먼저, 먹는 건 나중. 한 입 먹자마자 “다음 장소로, 고!” 외치며 또 이동. 그렇게 하루 종일 걷고 찍고 먹고 걷고 찍고 먹고, 숙소에 돌아와선 배만 빵빵하고 다리는 이미 내 다리가 아니었다.


도시의 냄새? 사람들의 표정? 골목에 부서지는 햇살? 느끼긴 했나?

솔직히 그딴 거 느낄 새도 없었다. 시간표대로 움직이며 ‘포토존’ 찾기에 혈안이 됐고, 그 흔한 인증샷 포즈도 누가 했다는 그대로 따라 했다. 여행이 아니라, 무슨 미션 수행 느낌.

"이번 여행 과제 제출합니다!"


근데 도대체 왜 그렇게 바빴던 걸까? 그는 고민 끝에 조용히 중얼거렸다.

“놓칠까 봐 무서웠던 거지 뭐…”

맞다. 이왕 시간 쓰고 돈 썼으니 본전은 뽑아야 한다는 강박.

남들이 갔다니까 나도 가야 할 것 같고, 남들이 찍었다니까 나도 안 찍으면 손해 같고.

그는 계속해서 ‘그 이야기 안’에 자신을 넣어야 한다고 믿었다.


몇 번은 정말 재미있었는데… 결국, 여행은 ‘즐기기’가 아니라 ‘체크리스트 지옥’으로 변해갔다. 여행 준비도 전략 게임 하듯이 했고, 일정은 마치 시험공부 계획처럼 짰다.

인증샷은 점수, 맛집은 보너스 점수, 이동 시간은 벌점.

그런데… 이게 비단 여행에서만 그럴까?


그는 문득, SNS를 떠올렸다. 누군가는 정글 폭포에서 다이빙하고, 누군가는 커리어 우먼이 되어 빛나고, 또 누군가는 브런치에 와인을 곁들이며 ‘#여유로운_주말’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는? 그들 사이에 없었다. 그 사실이 괜히 신경 쓰였다.

분명히 열심히 살았는데, 왜 허전하지?

“왜?”


그는 이 짧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그 이유를 되짚어보았다.

결국, 그가 느낀 답은 ‘놓칠까 봐 두려운 마음(Fear of Missing Out, FOMO)’이었다.

FOMO는 단순히 ‘뭔가 놓치는 것 같아서 불안한 마음’이 아니다.


그건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거 맞나?” 하는 근본적인 의심이었다.

기준은 점점 밖으로만 향했고,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보다 ‘남들이 좋아할 것 같은 것’만 쫓았다. 그리고 그렇게, 타인의 시선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었다.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까지 열심히 달렸는데 결국 남은 건… 공허함뿐이었다.

사진은 많았지만, 그 안에 ‘자기 자신’은 없었다. 포즈는 잘 잡았고 웃는 표정도 있었지만, 진심인지 연기인지 본인도 헷갈렸다.

그마저도 SNS에 올리면 ‘좋아요’가 대신한다.


“도대체 나는 지금 어디 있는 거지?”

결국 그는 깨달았다. 놓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소중한 걸 놓쳤다는 사실을.

아,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열심히 다 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기꺼이 놓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FOMO의 반대, JOMO (Joy of Missing Out), ‘기꺼이 놓칠 수 있는 용기’다.

못 가도 괜찮고, 못 찍어도 괜찮고, 심지어 ‘좋아요’가 안 달려도 괜찮다.


그는 그제야 조금 멈췄다. 조금 늦게 걷고, 그냥 지나치고, 햇살 한 줌에 멈춰 섰다.

시계의 바늘을 늦추니, 마음의 숨결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다운’ 여행이 시작됐다.


그는 속삭였다.


“그래… 이게 내가 바라던 여행이야.”

‘놓칠까 봐 두려운 마음(Fear of Missing Out, FOMO)’에서

‘기꺼이 놓칠 수 있는 용기(Joy of Missing Out, JOMO)’로의 전환.


“포모에서 조모로 가니까 ‘내’가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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