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6.5도의 문장들

시린 계절을 건너는 다정한 촉감에 관하여

by Itz토퍼

겨울의 끝자락, 해가 진 저녁 공기에는 미련처럼 맴도는 차가움이 머물고 있다.


살갗을 스치는 감각은 아직도 날카롭고, 거리의 바람은 마치 잠자리로 파고드는 고양이처럼 아주 작은 틈만 있어도 집요하게 옷깃 사이를 비집고 든다. 외투를 단단히 여며도 그 틈으로 스며드는 싸늘함에 어깨는 자꾸만 움츠러들고, 마음은 저도 모르게 기댈 곳을 찾아 길 위를 서성인다.


그렇게 시린 길을 걷다 보면, 길모퉁이 너머 주황색 천막 아래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 하나를 마주한다. 풍랑 속 길 잃은 배를 부르는 등대인가. 차가운 도시를 유랑하는 나를 조용히 불러 세우는 빛이다.


천막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바깥의 소란은 수증기 너머로 아득히 멀어지고 흐릿해진 안경 위로 기분 좋은 기운이 타고 오른다. 차가운 렌즈를 감싸는 온기, 그리고 그 너머로 전해오는 낯익은 냄새. 식어 있던 손끝에 닿는 종이컵의 뜨거운 감촉이 묵묵히 말을 건넨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어묵 국물 한 모금, 그 온화함은 목을 타고 내려가 심장을 지나 발끝까지 조용히 번져간다. 그제야 비로소 팽팽하던 긴장이 풀리며 나지막한 숨이 새어 나온다.


"아, 좋다."


그 짧은 한마디는 오늘 하루라는 험한 강줄기를 건너온 나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너그러운 칭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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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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