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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쓴다’는 말의 무게

글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 그리고 나다움

by Itz토퍼
ChatGPT Image 2026년 4월 9일 오전 05_47_57.png by ChatGPT

삽화를 챗GPT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두 가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하나는 본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펼쳐진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따로 요청한 한 여인의 모습입니다. 노트 위에 조용히 글을 써 내려가는 여인, 아래로 부드럽게 떨어진 시선, 글을 쓰기에 방해되지 않도록 느슨하게 묶은 긴 머리,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편안한 옷차림까지. 이 모든 요소는 제가 그려달라고 요청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 삽화는 한 번에 완성된 그림이 아닙니다.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습니다. 처음에는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그때마다 아주 구체적인 부분까지 다시 짚어가며 손을 더했습니다. 그렇게 다듬어 완성된 그림이지만, 여전히 완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 처음의 의도와 조금 어긋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삽화에는 단순한 장면을 넘어, 글을 쓰는 한 사람의 내면과 태도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글쓰기란, 내 안에 머물러 있는 생각과 희망을 조용한 선율로 번역해 옮기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 또렷하게 들리지 않는 선율과 완전히 짚어내지 못한 박자를 따라, 악보를 그리듯 문장을 써 내려가고 있는지도.


"제대로 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행히 챗GPT는 대부분을 알아들어주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입버릇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평범한 문장 속에는 저마다 다른 결의 욕망과 기준이 촘촘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짧은 한마디에 담긴 의미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그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말만으로는 그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비결을 묻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되물어야 합니다. “나에게 ‘잘 쓴 글’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말 속에서 나는 진정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어떤 이들에게 이 개념은 ‘잘 들키는 글’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법한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의 글은 알고리즘에 의해 ‘들키는’ 순간 유입 경로가 달라지고, 방문자와 구독자가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이것이 현대의 글이 독자를 만나는 보편적인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존재합니다. 알고리즘의 혜택을 벗어나는 순간, 공들여 쓴 글이 순식간에 ‘잘 들키지 않는 글’로 전락할 위험 또한 공존합니다.



결국 많은 이들이 갈망하는 잘 쓴 글의 실체는 ‘읽히는 글’입니다.


많은 사람이 읽고 이해하며, 깊이 공감하고 기꺼이 공유할 수 있는 글입니다. 그들에게 글은 타인에게 닿기 위한 통로이며, 독자의 반응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결과물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법적인 완결성보다 문장의 리듬과 독자를 붙잡는 힘입니다. 글이 혼자 고립되어 존재하기보다 타인의 마음에 닿아 흔적을 남길 때, 그들은 비로소 좋은 글을 썼다는 확신을 얻습니다.



반면, 어떤 이들의 글쓰기는 타인을 향하기에 앞서 철저히 자신을 향합니다.


머릿속을 맴도는 형체 없는 감정과 찰나의 경험들을 가장 정확한 언어로 붙잡아 옮겨오는 일, 즉 내면을 현재로 ‘번역’해내는 일에 집중하는 유형입니다. “내가 정말 이렇게 느꼈는가?”, “이 문장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가?”라는 질문이 이들의 펜 끝을 끊임없이 따라붙습니다. 이들에게 좋은 글이란 타인에게 설득력 있는 글이 아니라, 스스로가 온전히 납득할 수 있는 글입니다.



조금 더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인정’에 대한 욕구도 만날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쓴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단순히 기교에 대한 칭찬을 넘어, ‘나’라는 존재의 감각과 사고방식을 통째로 긍정받고 싶다는 열망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들에게 글은 영혼의 대리자이며, 세상 속에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리는 고독한 외침이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들에게 글쓰기는 복잡하게 얽힌 사고를 풀어내어 흐릿한 상태를 또렷하게 만드는 ‘정리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마음속에 어지럽게 널린 감정과 파편화된 생각들을 문장이라는 질서 위에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입니다.


이때 잘 쓴다는 것은 화려하거나 인상적인 표현을 남기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안개처럼 뿌연 내면의 상태를 명료한 논리로 구체화하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능력에 가깝습니다. 이들에게 글은 완성된 결과물이기보다 자신을 다독이고 바로 세우는 성찰의 행위 그 자체입니다.



여기에 ‘시간’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 잘 쓴다는 개념은 한층 더 오묘해집니다.


창작자는 늘 두 가지 시간대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대중에게 기민하게 반응하여 즉각적인 박수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은 비록 낯설고 이해받지 못할지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발견될 자신만의 언어를 고수할 것인가.


당장의 반응을 얻기 위해 시대의 조류에 몸을 맡기면 글은 쉽게 낡아버릴 위험이 있고, 나만의 감각에만 몰입하면 고립되기 쉽습니다. 이 사이에서 무엇을 더 견디고 무엇을 포기할지는 결국 창작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결국 잘 쓴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자각의 문제입니다.


다양한 욕망과 시간의 변수를 지나 우리가 마지막으로 마주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나는 이 글을 쓰고 난 뒤, 어떤 상태에 이르기를 원하는가?”


타인의 반응 속에서 안도를 얻고 싶은지, 스스로 읽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면 충분한지,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독자가 언젠가 이 글을 발견해 주길 바라는지.


이 질문에 대한 정직한 답이 당신이 말하는 ‘잘 쓴 글’의 실제 의미입니다.


그 자각이 또렷해질수록 우리의 글은 덜 흔들리게 됩니다. 지금 읽히든, 훗날 발견되든, 혹은 영원히 비밀로 남든 간에 적어도 그 글은 쓰는 사람에게만큼은 분명한 존재 이유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왜, 글을 잘 쓰고 싶으신가요?”


“저요? 글은 제 삶의 동반자입니다.

그래서 ‘저만 같으면’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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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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