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시간의 틈에서 피어난 온전한 사랑에 관하여
“내가 지나간 시간 위에, 그대는 이제야 도착하는군요.”
사랑은 흔히 같은 속도로 걷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발을 맞추는 일이라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처음부터 그 정의를 비껴가기도 한답니다.
우리는 지금 지구의 기울기만큼이나 비스듬히 기울어진 시간 위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으니까요. 나의 눈부신 정오가 당신의 깊은 자정이 되고, 나의 활기찬 월요일이 당신의 평온한 일요일 끝자락과 맞물리는 세계.
이 물리적인 어긋남은 언뜻 결핍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오래, 다정한 눈으로 들여다봐 줄래요?
그러면 그건 결핍이 아니라 하나의 정교한 '구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우리가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 빚어낸,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고 세밀한 사랑의 집.
비록 우리는 같은 시간의 땅 위에 서 있지 않기에 모든 순간을 그 자리에서 함께 나눌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 이유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더 깊이 유영하고 나누게 된답니다. 어쩌면 사랑이란 물리적인 시간을 함께 점유하는 일만은 아닐 겁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시간의 결을 이해하려는 바라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일지도.
전해지지 않는 안부에 대하여
우리의 대화에는 '즉각적인 응답'이라는 조급함이 깃들 자리가 없군요. 내가 건넨 문장은 아직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답니다. 조만간 시간이라는 두터운 층을 열심히 통과해 몇 시간 뒤에야 당신의 곁에 가닿으니까요.
이 늦어진 만남이 때로는 가슴 한구석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동시에 이 기다림은 우리 사이의 소중한 여백이 되어 준답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 거울 앞에 선 배우처럼, 우리는 그 여백 속에서 감정을 가다듬고 언어를 고르게 되니까요.
내가 지금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단순한 감정의 찌꺼기인지, 아니면 정제된 진심인지를 찬찬히 확인하면서요.
이성과 잠시 손을 놓았던 격앙된 마음은 시간을 지나며 자연스레 온도를 낮추고, 즉흥적으로 튀어나오려던 날카로운 말들은 긴 기다림 앞에서 머뭇거리다 이내 착해집니다.
그래서 우리의 문장은 조금 늦게 도착하는 대신, 그만큼 더 따뜻하고 다정해질 수 있겠죠.
당신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동안, 나는 당신에게 보낼 문장을 몇 번이나 고쳐 쓰고 지웠는지 모릅니다. 때로는 긴 글을 몽땅 지워 버리고는, 그 갈피 속에 숨어 있던 단 하나의 진심만을 남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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