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30일
오픈AI(OpenAI)가 ‘챗GPT(ChatGPT)’를 세상에 공개한 이 날은, 인공지능의 역사를 넘어 우리 모두의 일하는 방식에 거대한 질문을 던진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출시 두 달 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생성형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우리 직장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어떤 이는 AI 덕분에 반복적인 업무에서 해방되어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내 일자리가 AI에 의해 대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의 등장은 실제로 우리 직장인들의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최신 연구들은 그 복잡한 명암을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하는 조직심리학자’의 관점에서, ChatGPT 이후 우리 직장의 변화를 최신 연구 결과와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생성형 AI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점은 이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근로자는 주당 평균 5.4%의 시간을 절약했으며, 이는 국가 전체 생산성을 1.1%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1] 반복적인 업무에서 해방된 직원들은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일에 집중하며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직원의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린 2025년 연구는 충격적인 ‘생산성의 역설’을 보여줍니다. 생성형 AI와 협업하여 과제를 수행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내재적 동기가 11% 감소하고, 지루함은 20%나 증가했습니다. [2]
AI가 인지적으로 가장 도전적이고 성취감을 주던 부분을 대신 처리해주면서, 일 자체의 즐거움과 의미를 앗아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결국, 생성형 AI는 우리에게 ‘시간’이라는 자원을 선물했지만, 동시에 ‘동기’라는 자원을 빼앗아갈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이러한 AI의 이중적인 얼굴은 직업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른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최근 한국 직장인 46만 건의 리뷰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아직 연구가 게재되지 않아 더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기 어렵지만, 주요 결과를 중심으로 간단히 나누고자 합니다.
저희는 생성형 AI 등장 이후 직업군별 만족도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분석 결과, 2023년 1월 이후 직장 만족도가 긍정적일 확률이 이전 대비 약 12% 증가했지만, 그 개선의 폭은 직업군별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AI라는 거대한 기술 변화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심리가 직업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르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의 직접적인 위협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제조업 근로자들은 기술 발전이 가져온 혜택을 온전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반면, 전문직 근로자들은 기술 발전의 혜택 속에서도 자신의 전문성과 가치에 대한 미묘한 위협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도입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괴리 또한 새로운 갈등을 낳고 있습니다. Upwork Research Institute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관리자의 96%가 AI가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반면, 정작 근로자의 47%는 그 기대에 부응하는 방법조차 모르겠다고 응답했습니다. [3] 이러한 괴리는 '워크슬롭(Workslop)'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합니다.
'워크슬롭'이란, AI가 생성한 저품질의, 부정확하거나 무의미한 결과물을 의미합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와 BetterUp Labs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의 약 40%가 최근 한 달 내 이러한 워크슬롭을 경험했으며, 워크슬롭 1건을 처리하는 데 약 2시간의 추가 업무가 발생합니다. [4]
AI가 일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이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유발하며, 직장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AI가 당신의 업무를 도와주는 ‘자원’으로 느껴지시나요, 아니면 당신의 자리를 위협하거나 새로운 짐을 지우는 ‘요구’로 느껴지시나요?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조직심리학의 핵심 이론인 ‘직무 요구-자원(Job Demands-Resources)’ 모델을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AI가 어떻게 우리에게 ‘자원’이자 동시에 ‘요구’가 될 수 있는지, 그 이중적인 얼굴을 이해하는 것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
References
[1] Bick, A., Blandin, A., & Deming, D. J. (2025, February 27).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Work Productivity.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On the Economy Blog.
[2] Liu, Y., Wu, S., Ruan, M., Chen, S., & Xie, X.-Y. (2025, May 13). Research: Gen AI Makes People More Productive—and Less Motivated. Harvard Business Review.
[3] Upwork Research Institute. (2024, July 23). From Burnout to Balance: AI-Enhanced Work Models for the Future.
[4] Lee, A., Liebscher, A., Rapuano, K., & Hancock, J. T. (2025, September 25). AI-Generated "Workslop" Is Destroying Productivity. Harvard Business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