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넘어 ‘에이전트’의 시대로
지난 글에서 우리는 생성형 AI가 '자원'이자 '요구'로서 양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직무 요구-자원(JD-R) 이론'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3] AI가 반복 업무를 줄여주는 고마운 ‘동료’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술 스트레스와 직업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두려운 ‘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AI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며, 다른 시스템과 상호작용하여 복잡한 과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력하여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트 스웜(Agent Swarms)’의 개념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JD-R 이론의 ‘요구’와 ‘자원’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우리 일의 주도권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AI 도구를 도입하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든 직원에게 동등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이러한 현상을 ‘실리콘 천장(Silicon Ceiling)’이라고 명명합니다. [1]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일선 직원(frontline employees)의 절반만이 실제로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AI 도입의 잠재적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JD-R 이론의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기업은 AI라는 강력한 ‘직무 자원’을 제공했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의 직원들은 교육 부족, 복잡한 사용법, 심리적 저항감 등의 ‘실리콘 천장’에 부딪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AI를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감만 ‘직무 요구’로 작용하여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낳는 것입니다. AI는 ‘자원’이 아니라 또 다른 ‘짐’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에이전틱 AI는 이러한 '실리콘 천장'을 깨뜨리고, '직무 자원'의 개념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에서 소수의 전문가가 개발하여 배포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직원들이 직접 자신의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활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맥킨지(McKinsey)는 이러한 변화를 '에이전틱 조직(Agentic Organization)'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설명합니다. [4] 이 모델의 핵심은,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직접 생성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맥킨지 내부 사례는 그 위력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중앙 팀에서 개발한 공식 AI 에이전트는 150개에 불과했지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생성한 비공식 에이전트는 무려 17,000개에 달했습니다. [2]
이는 직원들이 더 이상 AI의 수동적인 ‘사용자’가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혁신하는 AI 솔루션의 능동적인 ‘개발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내가 필요한 기능을 가진 AI 비서를 직접 만들어 쓰는 세상입니다.
이는 JD-R 이론에서 말하는 자율성, 성장 기회, 기술적 지원이라는 핵심적인 직무 자원을 극대화하여, 전례 없는 수준의 업무 몰입과 동기부여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AI가 주는 ‘요구’(스트레스, 불안감)를 최소화하고, ‘자원’(생산성,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에이전틱 AI의 등장은 이 과제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바로 직원들이 ‘실리콘 천장’을 넘어 자신의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이전틱 조직’으로의 전환입니다.
이를 위해 조직은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코딩 지식이 없는 직원도 쉽게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야 합니다.
현업 전문가들이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활용 사례를 공유하며 혁신을 주도하도록 장려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만든 AI 에이전트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시도 자체를 인정하고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는 이론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2023년부터 국내 30여 개 대기업의 AI 전환 현장을 직접 들여다본 결과, 이 세 가지 요소는 실제 현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었습니다.
노코드 플랫폼을 제공하고, 시민 개발자를 육성하며, 실험 문화를 조성한 조직은 변화의 속도가 확연히 빨랐습니다. 반면, 이러한 기반 없이 AI 도구만 배포한 조직은 도입 2년이 지난 지금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AI는 더 이상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모든 직원이 자신의 AI 에이전트를 갖게 되는 시대, 당신은 당신의 일을 어떻게 바꾸시겠습니까?
References
[1] Boston Consulting Group. (2025, June 26). AI at Work 2025: Momentum Builds, but Gaps Remain. BCG Publications.
[2] Roth, E. (2025, August 13). Reconfiguring work: Change management in the age of gen AI. McKinsey & Company.
[3] Bakker, A. B., & Demerouti, E. (2017). Job demands–resources theory: Taking stock and looking forward.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Psychology, 22(3), 273–285.
[4] Sukharevsky, A., Krivkovich, A., Gast, A., Storozhev, A., Maor, D., Mahadevan, D., Hämäläinen, L., & Durth, S. (2025, September 26). The agentic organization: Contours of the next paradigm for the AI era. McKinsey &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