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코딩하는 시대, 내 강점은 사라진 걸까

[시리즈] 커리어 내비게이션

by 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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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심리학과 대학원생분들을 위한 진로개발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강의가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예상치 못한 질문이 쏟아졌는데요, 그중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의 핵심은 이것이었습니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 추가로 쌓아온 파이썬, R 코딩 실력이 나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최근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그 장점이 유명무실해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저 역시 '데이터 분석하는 조직심리학자'로서, 기업과 연구소에서 일할 때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더불어 다양한 언어로 코딩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 제 강점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그 강점의 의미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심리적 계약, AI 에이전트, AI 피로, 가짜 전문가의 문제까지 다뤄왔는데요, 오늘은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누구나 코딩하고, 누구나 대시보드를 만드는 시대


이 질문이 나오는 배경은 분명합니다.


2026년 현재, 개발자의 84%가 AI 코딩 도구를 사용하거나 사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전체 코드의 41%가 이미 AI에 의해 생성되고 있습니다 [1].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22세에서 25세 사이 주니어 개발자의 고용이 2022년에서 2025년 사이 약 20% 감소했습니다 [2]. 스탠퍼드 대학 연구가 확인한 수치입니다.


기업 리더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2%가 신입 개발자 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3].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코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닌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ChatGPT에 "이 데이터를 분석해 줘"라고 말할 수 있고, 누구나 자신만의 대시보드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리학과 대학원생이 수년간 밤새워 익힌 파이썬, R 코딩 실력과, 생성형 AI를 잘 다루는 비전공자 사이의 격차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기초가 중요한 이유 —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앤트로픽(Anthropic)이 2026년 1월에 발표한 'AI가 스킬 형성에 미치는 영향(How AI Impacts Skill Formation)' 연구입니다 [4].


주니어 개발자 52명을 대상으로, AI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프로그래밍 라이브러리를 학습한 그룹과 도움 없이 학습한 그룹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 실험(RCT)이었습니다.


결과가 꽤 의미심장합니다.


AI를 사용한 그룹은 이해도 테스트에서 평균 17%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4]. 코드 읽기 능력, 디버깅 능력, 개념적 이해 모두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나타납니다.


AI에게 코드 작성을 전적으로 맡긴(delegation) 참가자들은 테스트 점수가 40% 이하였습니다. 반면, AI에게 개념적 질문을 던지며 학습한(conceptual inquiry) 참가자들은 65%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4].

같은 AI를 사용했는데, 어떻게 사용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연구진은 위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AI가 보조하는 직장에서 생산성 향상은 중요하지만, 그 향상이 의존하는 전문성의 장기적 발전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4]


또 하나의 연구를 공유드리고 싶습니다. METR이라는 연구기관이 2025년에 발표한 무작위 대조 실험에서는, 평균 5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시니어 개발자 16명이 자신이 잘 아는 프로젝트에서 AI 도구를 사용했을 때 오히려 작업 시간이 19% 더 늘어났습니다 [5]. 개발자들은 AI가 24% 빨라지게 해 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더 느려진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미 그 코드베이스를 깊이 알고 있는 사람에게 AI의 제안은 오히려 검토와 수정이라는 추가 작업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연구를 함께 놓고 보면, AI가 결코 '모두를 위한 마법 지팡이'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기초가 없는 초심자는 AI가 던져주는 정답에 기대다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역으로 특정 프로젝트에 너무 깊이 숙련된 시니어는 AI의 범용적인 제안을 일일이 검토하고 수정하느라 오히려 작업 속도가 떨어집니다.


결국 이 양극단 사이에서 AI를 가장 날카로운 무기로 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고, AI가 뱉어낸 분석 결과가 타당한지 스스로 검증해 낼 수 있는 탄탄한 기초'를 가진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도구도 더 잘 쓴다


Upwork의 2026년 In-Demand Skills 보고서가 이 구도를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6]. AI 관련 스킬에 대한 수요는 전년 대비 109% 증가했습니다. AI 영상 생성·편집(+329%), AI 통합(+178%), AI 데이터 라벨링(+154%) 등 폭발적인 성장세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가장 수요가 많은 기본 스킬(풀스택 개발, 데이터 분석, 그래픽 디자인)은 전년과 동일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6].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고 있는 것 같지만, 기초 역량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Upwork 수석 연구원 가비 버라쿠(Gabby Burlacu) 박사의 말이 핵심을 찌릅니다. "기술적 스킬과 기초적 스킬을 결합할 수 있는 전문가가 두각을 나타낼 것입니다. AI 결과물을 방향 지정하고 정제할 수 있는 전문가가 성공할 것입니다." [6]


이 말을 세미나에서 질문을 했던 대학원생의 맥락으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파이썬과 R을 익히며 밤을 새운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단순한 '코드 문법'이나 '타이핑 기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변수를 통제해야 할지, 결측치는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던 '통계적 사고 과정' 그 자체를 체득한 것입니다.


바로 이 진짜 기초가 있기 때문에, AI가 만들어낸 화려한 분석 결과 이면의 오류를 짚어내고 맞는지 틀렸는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속성을 고민해 본 적 없이 코드만 생성해 내는 사람이, AI의 결과물을 받아 들고 감히 "이게 맞나?"를 물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아직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세미나에서 말씀드리지 못한 솔직한 생각을 여기에 적어봅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AI가 이 부분도 상당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AI의 분석 결과를 검증하려면 통계적 지식과 코딩 경험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AI의 자기 검증 능력(self-verification)이 향상되고, 에이전트 간 상호 검증이 일상화되면, 인간이 직접 코드를 읽고 검토해야 하는 영역은 점점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현업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이 상대적으로 덜 불안한 이유는, 이들에게는 코딩 실력을 넘어선 '현장의 맥락'과 '도메인 전문성'이라는 또 다른 무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완벽한 분석 결과를 내놓더라도, 그것을 조직의 실제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지, 리더를 어떻게 설득할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니까요. 이들은 AI를 레버리지 삼아 이러한 강점을 더욱 극대화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현장 경험'이나 '비즈니스 맥락'을 아직 쌓지 못한 채, 하드스킬을 주 무기로 삼아 이제 막 필드에 진입하려는 대학원생과 대학생 분들입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미나가 끝난 뒤에도 이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것을 공유합니다.


첫째, 지금 하고 있는 과제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발전시켜 가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학기 중에 맡은 연구 프로젝트, 교수님이 시킨 데이터 정리 작업, 실험실에서 돌리는 분석. 이것들이 하찮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하나하나가 여러분의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도구를 써보고, 깊이 있게 생각하면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는 직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앤트로픽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AI에게 결과만 받아내는 것과 AI와 대화하면서 개념을 이해하는 것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격차가 있습니다 [4]. 테스트 점수로 40% 대 65% 이상의 차이가 났습니다. 같은 AI를 쓰더라도, 기초를 쌓으면서 쓰는 사람과 기초 없이 쓰는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집니다.


둘째, 기초를 탄탄히 쌓아가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초는 단순히 코딩 문법이 아닙니다. 통계적 사고, 연구 설계, 데이터의 맥락을 읽는 능력. 이런 것들입니다. "이 상관관계가 왜 인과관계가 아닌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과, AI가 "유의미합니다"라고 출력한 것을 그대로 보고서에 옮기는 사람은 다릅니다.


이 시리즈의 이전 글에서 다뤘던 '소프트스킬이 상위 역량이 되는 역전'과 같은 맥락입니다. AI가 하드스킬의 진입장벽을 낮출수록, 판단·해석·맥락 파악 같은 기초 역량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셋째, '도구를 쓸 줄 아는 것'과 '도구의 결과를 판단할 줄 아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누구나 AI에게 "회귀분석 돌려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보고 "이 모형에서 다중공선성이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 VIF를 확인해 보자"라고 판단하는 것은 기초가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이 판단 능력이 바로, 세미나에서 질문하신 분들이 수년간 쌓아온 것입니다. 그것이 사라진 게 아니라, 발휘되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코딩은 사라지지 않고, 의미가 바뀔 뿐입니다


얼마 전, 제가 즐겨보는 IT 뉴스 큐레이션(Geeknews)에 "코딩의 죽음은 과장되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깊이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세미나의 마지막에 드렸던 당부의 말씀도 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밤새워 에러 메시지와 씨름하며 배운 파이썬과 R은 결코 쓸모없어지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은 단순한 코드 문법이 아니라, '문제를 구조화하는 사고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이리저리 만져보며 체득한 '어? 이 결과 좀 이상한데?'라는 직감이야말로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코드를 AI가 대신 짜주는 시대일수록, 그 코드가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판단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 예리한 판단력은 직접 손에 흙을 묻혀가며 코딩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Upwork 보고서의 표현처럼,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곳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6].


여러분이 애써 쌓아 온 기초 역량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역량이 빛을 발하는 방식이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것'에서 '코드의 결과를 해석하고 방향을 지시하는 것'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거대한 '스킬 시프트(Skill Shift)'가 일어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공부, 파고들고 있는 분석,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코드를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저 스스로 하는 다짐과도 같습니다.


누구나 마우스 '딸깍' 한 번으로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상향 평준화의 시대가 왔지만, 그 결과물을 진정한 성과와 통찰로 이어 붙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기초가 탄탄한 이들이 될 것입니다. 그 탄탄한 기초가, AI 시대에 여러분을 단순한 '도구 사용자(Tool User)'가 아닌 '결과를 판단하고 방향을 이끄는 설계자'로 만들어 줄 테니까요.



References


[1] Stack Overflow. (2025). Developer Survey 2025.; Index.dev. (2026). Developer Productivity Statistics with AI Tools 2026. (개발자 84% AI 도구 사용/계획, 코드 41% AI 생성)

[2] MIT Technology Review. (2025, December 15). AI coding is now everywhere. But not everyone is convinced. 스탠퍼드 대학 연구 인용. (22-25세 개발자 고용 2022-2025년 약 20% 감소)

[3] Markaicode. (2026). AI vs. Developers. 기업 리더 500명 조사. (72% 신입 개발자 채용 축소 계획, 64% AI 도구 투자 확대)

[4] Shen, J. H., & Tamkin, A. (2026). How AI Impacts Skill Formation. Anthropic / arXiv:2601.20245. (주니어 개발자 52명 RCT: AI 사용 그룹 이해도 17% 하락, 코드 위임 그룹 40% 이하 vs 개념적 질문 그룹 65% 이상)

[5] METR. (2025). Measuring the Impact of Early-2025 AI on Experienced Open-Source Developer Productivity. arXiv:2507.09089. (시니어 개발자 16명 RCT: AI 도구 사용 시 작업 시간 19% 증가, 예상은 24% 단축)

[6] Upwork. (2026, February 4). In-Demand Skills 2026. (AI 관련 스킬 수요 +109%, 기본 스킬 수요 안정적 유지, "기술+기초 결합 전문가가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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