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운전의 공통점
운전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전방을 주시하고 운전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익숙한 행동을 하다 보니 몸은 차 안에 있지만 뇌는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쏘 다닌다. 그러다 어느 날은 문득 운전과 인생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길이 좁고 다소 복잡하더라고 거리가 짧고 빨리 도착할 수 있는 길을 선호한다. 누군가는 다소 돌아가서 멀더라도 가는 길이 넓고 쾌적한 길을 선호한다. 어떤 날은 엄청난 트래픽 속에서 내가 가는 길만 뻥뻥 뚫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모두들 시원하게 쌩쌩 달리는데 내가 가는 길만 막히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목적지가 있긴 하지만 가끔은 목적지 없이 계절과 날씨를 즐기며 유유자적 드라이브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누군가는 리스크를 안고 빠르게 인생의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고 누군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여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인생의 목표에 도달하고자 한다. 어떨 때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도 내가 하는 일은 잘 풀릴 때가 있고 어떨 때에는 경기가 좋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는 일만 아무리 노력해도 잘 진행되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이는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그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반면 어떤 이는 인생의 목표나 목적이 없이 하루하루의 인생 그 자체를 여유롭게 경험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좁고 복잡한 길을 가다가도 크고 쾌적한 길을 만날 수도 있고, 막힌 길을 몇 시간 동안 거북이걸음으로 가다가도 뻥 뚫린 길을 시원하게 고속열차처럼 달리기도 한다. 목적지가 없이 출발했는데 문득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나 목적지가 생긴다.
인생도 그렇다. 힘들다가도 여유로워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한 발작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는데 갑자기 순풍의 돛 단 배처럼 미끄러지듯 힘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때도 있다. 오늘 하루에만 집중해서 성실하게 살았는데 어느 날 문득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기도 한다.
모두에게 똑같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목표도, 정해진 시간도 방법도 없다. 그리고 한번 정해진 목표와 시간과 방법이 꼭 지속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목적지로 가는 길을 실시간으로 친절히 설명해 주는 내비게이션과 함께 운전을 하더라도 가끔은 엉뚱한 길로 잘못 들어서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지만 그 돌아간 길에서 새로운 풍광을 만날 수도 있다.
개개인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에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 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내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 -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 - 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대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각자가 운전대를 잡고 스스로가 내비게이션이 되어 운행하는 인생이기에 타인의 목표와 경로, 그리고 속도를 비교할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결승점은 자산의 축적과 같은 눈에 보이는 유형의 목표가 기준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의 결승점은 평화, 배품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향점이 될 수가 있다. 굳이 옆 사람을 힐끔거리며 내가 가는 길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나에게 궁극적으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 나를 충만한 인생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어떤 가치인지를 알아야 목적지와 도달하는 방법을 적절하게 설정할 수가 있다. 아직 목적지가 없어도 괜찮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결승점이 없이 출발해도 우리는 언젠가 어딘가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그냥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