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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e Apr 04. 2023

남편보다 나은(?) 육아동반자 도서관 땡큐!!

미국 아이들이 자라는 곳, 요람에서부터 육아를 책임지는 도서관


 한국에서도 종종 도서관에 갔다.가장 많이 갔던 도서관은 물론 시험공부를 위해 다니던 대학교의 도서관이었다. 동네 도서관도 종종 가서 책을 빌리기도 했고,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주로 공부를 하러 갔다. 집에서 버스로 10-20분 내외에 있던 도서관들 중엔, 가끔 비교적 최근 지어진 건물이라 인테리어가 깔끔하거나, 통창 밖의 뷰가 좋은 곳들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오래된 책 냄새와 나무 책걸상 냄새가 어우러진 고요한 공부공간이었다.


 아가와 산책 중 들어간 도서관은 내가 으레 기억하던 도서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예상보다 매우 작았고, 들어서는 순간, 익숙했던 한국의 도서관의 폐쇄된 느낌의 고요한 공부공간이 아닌 조용하지만 오픈된 공간이 보였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환하게 밝혀주어 따뜻했고 코지했다. 따스한 기운이 몸을 감싸주는 듯한 공간에서, 가장 먼저 엄마 무릎에 앉아 책을 보는 아이들이 먼저 보였다. 캐주얼하고 가벼운 분위기의 공간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그들도 아이들도 각자의 시간에 집중할 뿐 서로 의식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한 쪽 공간에는, 보드북을 포함해 아기부터 어린이까지 볼 수 있는 책들만 있는 “kids section”이 따로 있고, 그 옆엔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퍼즐과 블럭 등이 마련되어있는 공간이 있었다. 아직 걷지 못하지만, 엄마와 함께 도서관 이곳 저곳을 기어다니며 나름의 여행을 하는 아기도 있었다.


“심심할 때 한번씩 오기 좋겠다” 라고 생각하던 와중, 입구 옆 보드에 붙어 있는 몇몇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중 내 눈에 포착된 ‘baby lap-sit storytime”


- 0~12months 가 대상이라구? (제이슨 8개월쯔음이니 딱이잖아?)

- Thursday 2pm -2:30pm (점심 이유식 먹고 놀다가 낮잠자기 전이네? 딱이잖아??)

- Arlington Central Library (여기잖아 딱이잖아???)


점점 액티브해지는 8개월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재밌는 일을 찾던 나에게 더할나위 없는 이벤트로 딱이였다. 그 후 매주 목요일 2시마다, 동네 도서관의 스토리타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우등생 엄마, 베이비가 되었다. 스토리 타임에서의 제이슨은 뭐랄까..“물만난 고기”란 이런 모습일까? 엄마아빠외의 새로운 사람들과 본인과 비슷한 아기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아기의 텐션은 극도로 상승했다. 스토리 타임 수업이 시작하기 전부터, 몹시 흥분한 아가를 보며 흡-족했다. (아 오후 낮잠은 문제 없겠구나! 성공이다)



Jason’s first story time, so excited to meet teacher and his new friends


스토리 타임을 진행하는 librarian(*이하 선생님)을 따라, 참여한 아가들이 돌아가며 (엄마들이) 아가들의 이름을 소개하고, 서로 welcoming 하는 노래로 시작했다.  Cow,Duck, Chicken,horse, sheep 인형들이 함께 “old mcdonald had a farm” 을 불러주었다. 새로운 인형친구가 등장할 때마다 제이슨은, 흥을 참지 못하고 인형에게로 누구보다 빠르게 기어가기 바빴다. 행여나 수업(은 수업이니까) 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엄마인 나도 제이슨을 잡으러 기어다녔다. 내 도가니야..

 

집보다 넓은 공간에서, 그저 신나게 기어다녀서 행복한 아기


 자기소개와 웰커밍 송, 헬로우송을 시작으로, 농장친구들도 만나고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선생님은 ‘story time’의 본 목적(?) 에 맞게 책을 읽어주신다. 제이슨은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집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책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한다. 스토리타임에서는 안타깝게도 18개월인 지금까지도 책읽는 시간에는 집중을 전-혀 못한다^^;;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내용을 듣기엔 ‘이 곳에는 친구들도 참 많고, 만지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너무 많아서 책 (따위) 읽을 시간은 없어!” 모드가 따로 없다. 부드럽고 고운 목소리의 영어 나래이션을 틀어놓고 (?) 공간탐색을 신나게 하는 시간에 불과하다. 물론 엄마인 나는 또다시 도가니가 깨질 기세로 기어다니는 crawler 를 쫓아다니다가, 내비뒀다가, 선생님을 방해하거나 다른 친구들을 귀찮게 할때면 “Jason, no!!” 를 외치며 달려가고를 반복한다.


 한 시도 가만있지 않는 아기의 스토리 타임 후반 부는 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오히려 그 전까지의 시간은 준비운동 내지는 warming up 수준이라 보면 된다. 책을 한권 읽고나서, 선생님은 아가들에게 비장의 아이템을 배포해주신다. 어느 날은 흔들면 찰랑찰랑 소리가 나면서, 아가들의 고사리 손에 쏘-옥 잡히는 shaker(딸랑이), 어느 날은 형형색색의 스카프가 주인공이다. 만지면 퐁신퐁신한 블럭들과 각종 동물 인형들과 집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난감들 까지.아가들은 본인들에게 배부된 아이템들과 함께 한층 더 흥겨운 시간을 갖는다.




스토리 타임을 하는 동안은, 집에서 아가랑 둘이 놀 때보다 만배는 더 정신이 없지만. 그 덕분에 그래도 3분같게 느껴지는 30분이 끝난다. 집에서는 3시간 같은 30분인데 말이야.. ㅎㅎㅎㅎㅎㅎ엄마도 아기도 신나게 시간을 보낸 후, 집에와서 낮잠 푹- 자고 나면 그날의 육아는 어느새 퇴근을 향해 간다. (꿀)


시작부터 반해버렸던 도서관의 스토리 타임. 정말미국에서의 나의 fulltime 독박육아의 한 파트를 당당히 차지하게 되었다. 없었으면 어땠을지 감히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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