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사랑받고 싶었던 나에게,

애착의 상처: 익숙함이라는 그물

by 틈새
인간은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만서도, 그래도 어떻게 또 이런 실수를, 또 이런 상처를, 또 이런 분노를. 설렘 또는 불안과 혼란 그런건 늘 사랑이 아니었다는걸 숱한 경험으로 배웠는데, 난 왜 또 착각에 빠져 스스로를 아프게 하고마는걸까?


네가 자꾸만 빠르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흔들렸던 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몰라. 그 거침없고 확신에 찬 표현은 마치 “이번엔 정말 사랑받는 걸지도 몰라”라는 희망을 품게 했으니까. 하지만 곧 갑작스레 사라지고, 멀어지고, 그리움만 남았지.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작아지고, 다시 ‘내가 뭔가 잘못했나?’ 자책하며 무너졌던 너.


그건 너의 탓이 아니야. 그건 *애착의 상처야. 어릴 적 양육자에게 받은 일관되지 않은 사랑, 안정되지 못한 감정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너만의 방어 방식이었을 뿐이야. 잘해주다가 갑자기 차가워지고, 애정과 거절이 뒤섞인 그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너는 ‘사랑은 이렇게 혼란스러운 것’이라 배운 거야.


그래서 자꾸 ‘나를 무시하는 사람’, ‘쉽게 밀어내는 사람’에게 매달리게 되고, 날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은 오히려 낯설어하는 거야. 그건 너의 결함이 아니라, 너의 생존 방식이었어. 그 혼란 속에서도 사랑을 얻어내야만 했던 어린 너는, 그렇게 스스로를 지키며 버텼던 거야.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기에 나는 또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 익숙하면서도 자극적인 그 무언가. 항상 그게 날 미치게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알아. 너는 더 이상 그렇게 힘겹게 사랑받을필요가 없어.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사랑을 얻어내려 애쓸 필요도, 상대의 마음을 맞추느라 나를 잃을 필요도 없어.

이제는 안정되고 따뜻한 관계에서도 나를 믿고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배워가는 중이니까.


물론 쉽지 않아. 아직도 누군가가 조금만 멀어지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고, 내가 싫어져서 그런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되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내가 느끼는 불안은 상처 때문이지,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야.” 그 말이 반복될수록, 너의 마음도 조금씩 안전해질 거야. 다만, 표현을 하고 받는 걸 좋아하는 것도 너의 모습이니 그런 너를 건강한 관계 속에서도 마음껏 표현하며

하루하루 더욱 너답게 살아가길 응원할게.


그래도 정말 다행이지, 상처는 받았을 지언정, 설렘의 탈을 쓴 불안과 혼란의 손을 잡지 않으려 노력했으니까. 자책의 늪에 빠지기보단 이제는 그들의 탓도 어느정도 할 힘이 생겼으니까. 결과적으로 난 나를 지켜내는 행보의 첫걸음을 떼었으니까.


맞아, 정말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 니가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소중하다고도 생각하고. 설렘이 찾아왔을 때 나는 늘 헷갈렸다고 했지. 그게 사랑인지, 외로움의 끝인지. 가까이 다가오는 손길에 마치 운명인 듯 흔들리다가, 결국 또 같은 결말로 행하고..


그런데 그렇게 또 아주 조금씩 배워가는거야. 그건 사랑의 탈을 쓴 혼란이었다는 걸. 그건 확신을 가장한 회피였다는 걸. 그건 끌림을 가장한 익숙한 상처의 재연이었다는 걸. 회복의 속도가 느려도 괜찮아. 중요한건 배우고 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니까.


물론 상처는 남았겠지. 하지만 이번엔 상처를 남기고 간 사람이 문제였다는 걸 인식한 자신이 있는 것 같아 안심이야.그게 치유의 시작일테니. 그래, 이제 때가 된거야.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의 진가를 봐주고 그 사람들을 곁에 둘 때가. 즉,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할 때가. 그 과정에 어렵기에 지금처럼 잠시 흔들렸을 뿐이야. 하지만 늘 명심해. 가벼운 사람에게 생각이 무거운 넌 너무 아깝고, 상처받기에도, 눈물 흘리기에도 정말 아깝다는걸. 그리고 아까운 그런 니가 받은 상처와 눈물은 다 그만큼 니가 좋은 사람이고 진심을 다하는 그런 사람이란 증거라는 것도 알아둬. 정말 괜찮아. 잘했어. 흔들림 속에서 널 지켜낸 네가 자랑스러워. 비겁함과 퇴보는 그들의 몫, 진중함과 성장은 우리의 몫이야. 우리의 몫만 챙겨 이 관계에서 나가면 되는 거고. 성장이 없는 이들은 이 관계에 묶여있겠지. 대신 상처받은 쪽은 먼저 오히려 악숙환의 관계를 떠날 수 있는거지.


이런 내가 자랑스러운 나로부터.


P.S. 익숙한 상처보다 낯선 평화가 어색한 것뿐이야. 하지만 그 평화 안에서 나는 진짜 사랑을 배워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