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에 눈물이 자꾸 나는 나에게

통제소재: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느껴질 때, 손가락을 움직여봐

by 틈새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한 지 고작 2주밖에 안 됐는데, 결국 또 울고 말았다. 지난번 회사에서도 그랬다. 모니터 앞에 앉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져서 그만두었다. 그래서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어렵게 구한 새 직장이라 이번엔 다를 거라 믿었는데, 이번에도 내 마음은 버텨내지 못한다. 내가 나약한 걸까?


“나약하다”는 말, 그건 정말 스스로를 설명하는 단어일까?

사실 나약함이란 뭔지 잘 모르겠어. 오히려, 자기 약함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외면하는 게 더 큰 나약함 아닐까. 최소한,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고 있으니까. 그걸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싶어.


하지만, 솔직히 너무 외롭고 괴롭겠지. 상담교사라는 직업은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 제대로 된 시스템도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투성이인 학교에서, “왜 다른 학교처럼 최소한의 기반도 갖춰지지 않았을까?”라는 서운함이 점점 쌓였을거야.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어보려고 풋살을 하기로 했는데, 그조차도 참석 버튼 누르려고 계속 기다렸지만 본인만 실패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성공해서 화가 나기도 했겠지. 작은 일 같지만, 그런게 쌓이면 말도 못하게 서운해지는 그런게 있지.


그리고… 남자친구. 그는 비밀연애를 원한다고 했지? 그 말을 받아들이며,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참는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안쓰럽기도 해. 숨겨야 하는 사랑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떳떳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을 것만 같고 그래. 그래서인지, 누군가 다른 사람이 다가오면 더 혼란스러워졌을거야. 다른 남자에게 대시를 받는 상황조차 괴롭고 힘들겠지. 거절을 해야 한다는 걸알지만,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지. “나는 왜 이런 상황에 있는 거지?” “나는 왜 늘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가 너무 별로인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그 말들이 아프게 느껴져. 사랑받을 자격도,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능력도 없는 사람처럼 느낀다는건 서러운 일이니까.


모든 게 내 통제 밖에 있는 것 같다. 학교도, 사람 관계도, 풋살도, 사랑도… 내가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 않고, 그게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이쯤에서 떠오른 심리학 개념이 있어. ‘통제소재(Locus of Control)’. 심리학자 줄리안 로터(Julian Rotter)는 사람들이 인생의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고해. 내적 통제소재는 “내가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고, 외적 통제소재는 “세상과 타인, 운명이 나를결정한다”는 인식이라고 하더라고.


어쩌면 지금 외적 통제소재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해. “학교 탓이야.” “풋살 시스템이 불공평해.” “남자친구가 나를 숨기려 해서 이런 거야.” 하지만 또 한편에선 스스로를 탓하기도 하겠지. “내가 좀 더 잘했으면 됐을까?” “내가 더 빨리 눌렀으면 참석할 수 있었잖아.” “내가 좀 더 매력 있으면, 당당히 공개연애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안의 두 목소리가 서로를 끌어내리며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모양새일 것 같아.


그래서 지금 정말 필요한 건,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 그 안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지점부터 찾아내는 용기 아닐까.


학교는 당장 바뀌지 않겠지만, 상담실을 어떻게 꾸리고 어떤 사람으로 있을지를 선택할 수 있어. 풋살이 맞지 않는다면, 나에게 맞는 다른 운동을 찾아볼 수도 있고. 그리고 관계 안에서 상처를 피할 수는 없더라도, 당당히 의견을 말할수 있는 본인만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거야.


울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게 아니야. 그건 참고 버티는 대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니까. 눈물은 표현이고, 표현은 치유의 시작이잖아. 그러니 오늘 흘린 눈물은 나약함의 상징이 아니라, 내면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었다고 믿어주길 바라.


아직 많은 것들이 흔들리지만, 지금 그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잡는 법을 천천히 배우고 있는 중인 너를 항상 사랑하고 응원하는 나로부터.


P.S. 영화 속 대사가 문득 떠올라.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느껴질 때 손가락을 움직여보라는 대사인데, 요즘 생긴 너의 취미, 혼자 운전해서 카페 투어하기도 그런 맥락아닐까 싶어. 며칠 전 간 커페에서 베이글 3개나 먹었다고 자책하기보다는, 3개나 혼자 앉아서 먹으며 책을 읽는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며 뿌듯해하는 사람일 수 있기를 바라. 그런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할 수 있는것들을 조금씩 찾아갈 수 있을거야. 너무 조급해하지마. 완벽하게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신이 아닌 이상 정말로 없어. 그러니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하나씩 해보자. 시간과 연습이 필요할 뿐이야. 황금연휴 동안 한 번 해보자. 화이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