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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Nov 02. 2022

작고 어린 나…

아이에게 남편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부끄러운 하루

찬 바람을 맞더니 아이의 피부가 많이 안 좋아졌다. 아토피 증상이 짙어져 근 한 달을 밤낮으로 로션을 발라줬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오늘도 역시 로션 바르기로 아침을 시작했다. 졸려서 얼굴을 베개에 파묻은 아이에게 “어머 이게 누구야? 두더지인가?” 장난을 치며 로션을 바르려 이쪽으로 돌아누우라 했다. 이불속 포근함이 좋아  뒹굴고 싶었던 아이였는데, 억지로 로션을 발라가며 깨우니 아이는 짜증이 났다. 짜증이 나니  자겠다고 했다가 안아달라고 했다가 징징거리며 생떼를 부렸다. 아침부터 징징거리며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길래 나도 언성이 높아지고결국은 발을 동동 구르던 아이가 이불에 오줌을 쌌다. ~~~!!!!!!!! 너도 나도 소리치는 시간ㅠㅠ


영락없이 아침부터 이불빨래에 당첨되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제 진정했다고 앞으로 울면서 떼쓰지도 않고 이불에 오줌도  싸겠다 얘기하는 너의 얼굴을 보니  와중에 너무 귀엽고(?) 안쓰럽고 미안하고 사랑스럽다…


그래  부족한 엄마 탓이지. 내가 조금만  여유롭게 준비를 시작했다면 조급한 마음에 너를 재촉하지 않아도 을텐데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안아주며 사과를  뿐이다. 작고 소중한 너의 어깨가  품에  들어왔다


한바탕 그렇게 아침 전쟁을 치러놓고도, 돌아서면 금방  아이를 보고 똑같이 싸운다. 적당히 꺼내놓은   중에 하나를 고르기 바랐는데, 다른 패딩도  꺼내어서 보여달라 하더니 기어코 맘에 드는 예쁜 패딩을 입겠단다. 이건 아직 너무 두껍다며 실랑이를 했다가 입겠다는 아이를 말리지 못하고 두꺼운 패딩을 힌다. 그런데  지퍼까지 올려달라는 말에 괜히 나도 심술이   밖에 나가올려주겠다고 한다. 신발을 신겨달라는 아이에게는 네가 혼자   있으니 스스로 신으라고 한다. 혼자 신지 않으면 나가서 안아주지않을 거라고 으름장놓는다. 은근한 기싸움이다. 나도  어리구나ㅠㅠ


이것저것,  자기 말을  들어주는 엄마가 야속해 아이는 눈물을 짓는다.  모습을 보면  미안하고 짠해지는 기분 ㅠㅠ  애한테 왜 이러니… 정말 어리구나


그래도 아이는  볼에 뽀뽀를 한다. 나를 향한 너의 사랑이 미안하고도 가슴 찡하게 고맙다. 손잡고 등원하며 이야기한다. 아이는 말한다. 아침에 진짜 려서 뒤돌기 싫었는데 엄마가 두더지라고 하며 장난치니까 기분이  좋았던 거라고. 나는 말해준다. 요즘 로션 자주 바르느라 너무 힘들었을 텐데 잘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네가 노력해준 덕분에 피부가 많이 깨끗해질  있었다고. 정말 다행이고 정말 고맙다고. 그리고는 아침에 두더지 얘기를 꺼낸 것부터  마음  몰라주고 안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백번이고 한다

역시 결국 이렇게  번이고 내가 사과할 거였다. 이럴  알았으면, 처음부터 어른인 내가 조금  참고 도와주고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는 건데.. 작은 내가 부끄럽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아이에겐 이렇게 미안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남편에겐  말을  하지 못할까 나는  남편에게 옹졸한 자존심을 세우며 입을 다물게 되는 것일까. 아침부터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부끄러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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