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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Apr 04. 2022

출간 제의를 받다!

고상한 에세이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만...??

출간 문의드립니다



낯선 단어가 찍힌 메일을 받았습니다. 모 작은 규모의 출판사에서 제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합니다. (글쟁이들이 모여있는 브런치에서는 내 글을 알아봐 주는 이가 없었는데 ㅜㅜㅋㅋ) 블로그를 보고 문의를 주셨다니 뭔가 더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최근에 저는, 제 직업 관련하여 블로그에 보다 가벼운 느낌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관련 분야의 글이 30편 정도 쌓이니 그 꾸준함(?)을 보고 연락을 주신 듯했습니다. 


당연히 브런치 작가이니만큼, 언젠가는 내 책을 써보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그러나


1. 제대로 원고다운 원고를 써본 적도 없고, 

2. 당연히 투고를 해본 적도 없고, 

3. 책을 낼 만큼 지식을 갖추지도 못했다 생각하고, 

4. 심지어 책을 쓴다면 정확히 무엇을 쓰고 싶은지 스스로도 몰랐기에


이렇게 아무런 준비와 계획이 없는 저에게 출간 제의가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자세한 안내를 요청하자, 출판사에서는 여러 가지 프로세스 등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주제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안내해주셨죠.


주제는 기본적으로 자유입니다.
저희가 제안하는 주제는 건강(;제가 그동안 블로그에 써온 주제)입니다.
하지만, 주제는 작가님이 하시고 싶은 방향으로 하셔도 됩니다. 
함께 논의가 가능합니다.



그동안 블로그에 육아 관련 이야기도 종종 써왔습니다. 때문에 그쪽으로도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주제 관련해 선택권을 주시니 갑자기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책을 낸다고? 그렇다면 이 내 생애 첫 책으로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이 결정될 텐데. 그럼 여기서 주제를 정말 잘 정해야 하는데. (사실 이 책 하나로 삶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 생각한 것 자체가 *오바입니다. 그럼에도 들뜬 마음에 이것저것 상상하는 초보자의 꼴불견을 귀여이 봐주세요 ^^)



(사실 제가 해왔던 모든 삽질과 마찬가지로 출간 또한 삶의 점, 점, 점, 점일 뿐인데, 그저 우연히 주어진 새로운 기회일 뿐인데) 


갑자기 출판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겠다고 생각하니 <고상해지고 싶은 욕심>이 들었습니다. '나의 책'의 주제와 방향을 생각하자니 정말이지 <있어 보이는 책>을 내고 싶다는 음흉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상상합니다. 내 글을 읽고 감동하는 독자를. 

내 글에 공감하여 키득키득 웃었다가, 감성을 자극받고 찡~ 한 방울 눈물을 조금 머금었다가.
인문학과 미학의 새로운 시선으로 놀라움을 얻었다가
새로운 깨달음과 사유로 감탄하고...

마침내 좋은 리뷰를 써주며, 자신의 SNS에 내 책을 홍보해주는 독자를.

물론 베스트셀러는 기대하지 않습니다만, 아는 사람은 알아보고 지역 맘 카페에 조금씩 입소문이 나겠죠. 

동네 도서관에 입고 신청은 내가 할 테지만 그런 건 부끄럽지 않습니다. 하하하.

이러다 나 동네 도서관에서 저자와의 만남도 하는 거 아니야? 
이러다 나 유 퀴즈에 나가는 거 아니야???



애초에 글빨도 안 되는 주제에, 아주 신난 상상을 펼쳐보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요? 정말로 그러한 에세이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요? 


책을 쓰며 무엇을 얻고 싶은 걸까요? 주변에서 작가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걸까요? 책으로 브랜딩을 하고 싶은 걸까요? 그렇다면 무엇을 브랜딩 해야 하지요? 엄마라는 타이틀을 살리고 싶은 건가요? 내 직업의 타이틀을 살리고 싶은 건가요? 뭐가 되고 싶은 걸까요? 내 꿈은 뭘까요?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신랑과 상의를 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1. 사실 나는 뛰어나게 글을 잘 쓰지는 않는다.

2. 내 직업 관련해서도 나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많이 아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 그런데 둘 다 어설프지만, 그 두 개를 비스무리하게 버무리는 사람이 바로 나다.



출판사도 회사다. 팔릴만한 글을 원한다.

출판사는 새로운 글을 찾는다. 


'정+반=합' 과정에서 교집합을 찾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출간 제의를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의를 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



그러니 어설프게 고상한 인문학 에세이를 쓰려는 생각일랑 고이 접어 넣어두고

그쪽에서 처음에 제안한 건강 관련 주제로 가자.



현실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세일즈, 마케팅, 돈에 관심이 없는, 고고하고 배고픈 문인은 아무래도 못하겠습니다. 밥벌이 중요하니까요. (아마도 책으로 밥벌이는 안 되겠지만...^^;)


그래서 결국은 건강 관련 주제로 글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 에세이는,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지요? ^^)



사실 이 모든 것은, 아직 계약 관련해 1도 시작 전이라 민망할 뿐이지만...

앞으로 좀 더 출판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출간 준비에 제대로 돌입하게 되면,


그 과정에 대해서도 찬찬히 기록해보겠습니다. :)


<초보 작가의 좌충우돌 출판기> 겸
<예비 작가들을 위한 출간 미리 보기>가 되기를 바라며~



오랜만에 소식 전했습니다.

앞으로 브런치에서도 종종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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