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불편한 편의점-선한 영향력
불편함이 주는 변화
※ 김호연 작가의 신작 <나의 돈키호테>를 읽다가, 문득 서랍에 묵혀 있던 일 년도 더 지난 이 글이 새삼 가여워 뒤늦게 올립니다. 왜 놓쳤는지도 이젠 기억나지 않으나, 서랍 속 쌓인 먼지글들도 차곡차곡 꺼내 말려 볼 예정입니다.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음을 독서를 하며 느끼곤 한다. 뭐든 한 가지에 몰입해 시간조차 잊은 지가 언제였던가 싶다. 뭘 해도 자꾸 딴생각에 빠지거나 딴짓을 하게 된다. 몇 장 읽다 보면 이것저것 해야할 다른 일이 생각나 책 덮기를 반복하곤 했다. 독서 중에도 자꾸 딴생각으로 가지치기를 한 탓이리라.
활자보기가 불편해서인지 몰입시간이 짧음을 반성하던 차, 간만에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 두 권을 만 이틀만에 몰입하여 독파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대견함이기도 하고 기쁨이었다. 이는 오롯이 나의 능력보다는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의 힘과 매끄러우면서도 튀지 않게 끌어당기는 문체의 힘이라 여겨진다. 그러하니 한 해를 베스트셀러로 장식하고,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것이리라. 물론 이러한 편견은 옳지 않음도 안다.구독수가 작품의 질과 완연히 일치하지 않음은 알지만, 그래도그 또한 작가들이 바라는 희망이다. 내 글이 많은 이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것, 나의 글이 더 많은 이의 가슴에 전달되기를 바라지 않는 작가가 어디 있으랴.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호연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 재기를 꿈꾸는, 궁상의 극치를 보이며 이 사회 루저라 불리는 군상들이 각자 사연으로 좁은 옥탑방에 모이게 되고 부대끼며 살다 정상적 삶으로 회복한다는해피엔딩이다. 대학로 소극장에서도 끊임없이 연극으로 공연되는 작풍이며, 유쾌하면서도 가슴 울리는 삶의 애환을 잘 보여준다.
이미 베스토셀러로 서점 메인 판매대와 각종 추천사, 인기 순위 등으로 제목만 들어도 다 안다는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이다. 불편함과 편의란 모순형용의 기막힌 제목의 이번 시리즈 역시 코로나로 휘청거리는 여러 인물들의 상처와 갈등을 이 시대 가장 흔하나 중요한 장소인 편의점을 통해 풀어간다.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는 인물들의 해피엔딩으로 위로를 주고 극복 과정은 담담히 보여준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낯선 공황상태이나, 작가의 이 사회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바람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한 인물의 선한 영향력이 얼마나 크며 서로 맞물려 재생의 파급효과를 지니고 있는지 보여준다.
매력적인 주축의 선량한 염 사장과 의사에서 노숙자까지 파란만장 알바생 독고, 뒤를 이은 황만배 세 캐릭터의 힘은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하다. 어리숙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이들은 알고 보면 소통의 달인들이다. 외에도 편의점으로 얽힌 각 인물들의 옴니버스식 스토리 하나하나가 생동적이라 몰입력이 강하다. 역시 '전천후 스토리텔러'라는 작가의 별칭이 그저 생기진 않은 듯하다. 모든 인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소설에서 살러내어 제 역할을 하게 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실제 편의점 알바를 하는 선배와의 얘기 중 불변한 편의점을 기획했다고 한다. 요즘 '편세권'이란 말이 있을 만큼 각 동네마다 편의점은 시민의 주요 시설이다. 가격은 마트에 비해 착하지 못하나 1+1혹은 2+1 행사, 마트에 없는 브랜드의 각종 도시락 및 즉석식품을 구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24시 운영이라 언제든 갈 수 있머 매력적이다. 허나 각자 필요한 것만 사고 쉬 돌아서는 뜨내기 가게라 여겼는데 여기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었고 우리네 삶이 얽힌 곳이었다.
전편만한 속편이 있을까 했는데, 2귄이 개인적으로 더 따뜻했고 각 인물들의 삶을 정리하며 관계 맺음해 주는 작가가 고마웠다
나도 편의점 <참 참 참>과 <참 치> 시도해 봐야겠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1 P140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있기로 했다. 도울 것을 돕고 나누고 내 몫의 욕심을 가지지 않겠다. 나만 살리려던 기술로 남을 살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1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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