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투정

-알지만 잘 안되는 것

by 다담

- 요즘 어찌 지내니? 여전히 바쁘구?

아픈데는 없구? 밥은 먹고 다니니?


여전한 전화, 여전한 인삿말이다.


- 늘 그래요. 피곤했는지 좀 아팠는데 이젠, 괜찮아요. 안그래도 전화드리려 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바빴다는, 몸이 아팠다는 늘 그렇고 그런 진담 반 핑계 반으로 엄마를 달랜다. 정말 바빴고, 예전 같지 않은 체력으로 늘 어딘가 아팠지만, 그런 이유로 안부 전화까지 못했다는 건 치졸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늘 그런 나를 염려하고, 몸 챙겨라 당부하고, 얼른 삶이 안정되기를 바랐다. 척박한 세상에서 조건 없이 전적으로 나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이는 엄마일 것이다. 아빠 역시 더없는 사랑을 주시나, 세심히 나를 염려하고 사랑을 전해주는 이는 역시 엄마이다.


딱 여기까지이면 좋겠다. 그러나 대화는 결코 여기서 마무리되지 않는다. 그간 연락 없었음을 섭섭해 하는 투정과 함께 간단한 안부 체크가 끝나면 뒤를 이어 가족 한 명 한 명, 심지어 시댁 식구까지 안부를 묻는다. 답변 중간중간 엄마 아빠의 건강상태까지 형제에게 들어 이미 아는 사실을 다시 당신의 말씀으로 들어야 한다. 그 뒤 집안 겅제 사정은 나아졌는지 향후 계획은 어떠한지까지 물으시고 내 답변을 기다린다. 또한 중간중간 다른 형제의 상황도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을 전해주신다. 좋은 일에는 진심 기뻐하시고, 안 좋은 일에는 진심 안타까워하시며 나아지기를 기도하겠다는 위로까지 곁들인다. 이러하니 보통 엄마의 전화 통화는 삼십 분 안에 끝날 수가 없다. 일이 있으면 직접 만나 전하길 원하는 나는, 전화 상으로는 항상 '용건만 간단히'가 철칙인데, 엄마에게는 애시당초 먹히질 않는다.

피곤하다. 한 귀로 듣는 통화는 일단 피로감이 배가 된다. 게다가 대부분 아는 내용을 다시 듣는 경우가 많고, 내 입장에서는 걱정을 드리고 싶지 않아 말씀 드리지 않거나 구차한 변명을 해야하는 불편함으로 더욱 피로감을 준다.


이런 못된 딸이라도 사흘이 멀다하고 통화를 주시거나, 연결이 안되면 톡으로나마 남겨주신다.

이런 사랑이 당연할 리 없건만, 나도 지독하다. 그저 이해해 주시리라는 내 맘대로 판단으로 엄마를 애타게 한다. 자식들에 대한 한 없는 사랑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니, 아직도 엄마 두 손에 다 쥐고 일일이 보살피고 힘 닿는 대로 건사하려 하신다. 예전 같지 않은 건강임에도 더 주지 못해 안달이시다. 그러나 늘 지니고 계신건 자식들에 대한 줄지 않는 염려와 걱정이시니, 이는 결코 끝나지 않을 엄마의 짐이다. 이제 그만 놓으시라 해도 엄마의 온 신경 레이다는 오롯이 자직들에게만 닿아 있다. 이제 와서 그 레이다가 다른 대상을 찾은 리 만무하다.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 엄마에 대한 살갑지 못한 애정표현을 스스로 나무라며 오늘도 큰 숨 쉬며 전화를 받는다. 엄마의 사랑 담긴, 긴 투정을 받는다.


#안부전화 #엄마사랑 #자식사랑 #죄책감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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