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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May 05. 2024

엄마의 투정

-알지만 잘 안되는 것

- 요즘 어찌 지내니? 여전히 바쁘구? 

   아픈데는 없구? 밥은 먹고 다니니?


여전한 전화, 여전한 인삿말이다.


- 늘 그래요. 피곤했는지 좀 아팠는데 이젠, 괜찮아요. 안그래도 전화드리려 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바빴다는, 몸이 아팠다는 늘 그렇고 그런 진담 반 핑계 반으로 엄마를 달랜다. 정말 바빴고, 예전 같지 않은 체력으로 늘 어딘가 아팠지만, 그런 이유로 안부 전화까지 못했다는 건 치졸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늘 그런 나를 염려하고, 몸 챙겨라 당부하고, 얼른 이 안정되기를 바랐다.  척박한 세상에서 조건 없이 전적으로 나의 행복과 안녕을 바라는 이는 엄마일 것이다. 아빠 역시 더없는 사랑을 주시나, 세심히 나를 염려하고 사랑을 전해주는 이는 역시 엄마이다.


 딱 여기까지이면 좋겠다. 그러나 대화는 결코 여기서 마무리되지 않는다. 그간 연락 없었음을 섭섭해 하는 투정과 함께 간단한 안부 체크가 끝나면 뒤를 이어 가족 한 명 한 명, 심지어 시댁 식구까지 안부를 묻는다. 답변 중간중간 엄마 아빠의 건강상태까지 형제에게 들어 이미 아는 사실을 다시 당신의 말씀으로 들어야 한다. 그 뒤 집안 겅제 사정은 나아졌는지 향후 계획은 어떠한지까지  물으시고 내 답변을 기다린다. 또한 중간중간 다른 형제의 상황도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을 전해주신다. 좋은 일에는 진심 기뻐하시고, 안 좋은 일에는 진심 안타까워하시며 나아지기를 기도하겠다는 위로까지 곁들인다. 이러하니 보통 엄마의 전화 통화는 삼십 분 안에 끝날 수가 없다.  일이 있으면 직접 만나 전하길 원하는 나는, 전화 상으로는 항상 '용건만 간단히'철칙인데, 엄마에게는 애시당초 먹히질 않는다.  

 

 피곤하다. 한 귀로 듣는 통화는 일단 피로감이 배가 된다. 게다가 대부분 아는 내용을 다시 듣는 경우가 많고, 내 입장에서는 걱정을 드리고 싶지 않아 말씀 드리지 않거나 구차한 변명을 해야하는 불편함으로 더욱 피로감을 준다.


 이런 못된 딸이라도 사흘이 멀다하고 통화를 주시거나, 연결이 안되면 톡으로나마 남겨주신다.

이런 사랑이 당연할 리 없건만, 나도 지독하다. 그저 이해해 주시리라는 내 맘대로 판단으로 엄마를 애타게 한다. 자식들에 대한 한 없는 사랑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이니, 아직도 엄마 두 손에 다 쥐고 일일이 보살피고 힘 닿는 대로 건사하려 하신다. 예전 같지 않은 건강임에도 더 주지 못해 안달이시다. 그러나 늘 지니고 계신건 자식들에 대한 줄지 않는 염려와 걱정이시니, 이는 결코 끝나지 않을 엄마의 짐이다. 이제 그만 놓으시라 해도 엄마의 온 신경 레이다는 오롯이 자직들에게만 닿아 있다. 이제 와서 그 레이다가 다른 대상을 찾은 리 만무하다.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 엄마에 대한 살갑지 못한  애정표현을 스스로 나무라며 오늘도 큰 숨 쉬며 전화를 받는다. 엄마의 사랑 담긴, 긴 투정을 받는다.


#안부전화 #엄마사랑 #자식사랑 #죄책감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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