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에도 이유는 있다
전국학력평가나 모의평가를치르는 달이 되면 은근히 기다리는 게 있다. 학생들의 성적 향상?물을 필요도 없이 간절히 바란다. 결과를 분석하고 대책을 내어야 하는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으니, 제발 회의에서 면이라도 서게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숫자로 분석되어 등수가 매겨지는 결과는 항상 긴장과 불유쾌를 동반하지만 이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잣대가 돼버렸다.
그러나 기다리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
당일 시험지 첫장에서 마주하는 필적확인 문구이다. 경쟁의 살벌한 전쟁터같은 시험지를 한순간 말랑한 감성의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로 만드는 것. 그를 기다리며 설렌다.
오늘이 또 다가온 그날이다.
1, 2 힉년 시험지 첫장에서 박노해 시인을 만났다.
쉬는 시간에 학생 한 무리가 지나가는 날 붙잡고, 너무 어려웠던 시험에 불만을 토로하더니, 한 명이 불쑥 묻는다.
쌤, 어른들은 왜 그렇게 별에 집착해요?
듣는 순간 필적확인 문구에 대한 말임을 짐작했다.
가장 빛나는 별은 간절히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오고 있으니, 그 별을 가슴에 품고 남은 시험 최선을 다해봅시다~1
라는 그닥 앞뒤도 안맞는 기승전결 최선을 말하는 멋도 없고 맛도 없는 응원을 했다. 그래도 우와 라며 감탄을 토하는 기특한 친구에게 미소로 답했다.
그랬더니 질문한 학생이,
별은 가슴이 아니라. 하늘에 있죠. 정확히 우주에.
현대 도시에는 빛공해로 보이지도 않아요.
그리고 가장 빛나는 별이 나에게 오는 건 재앙이죠.
으이그~~이과생.
주위의 야유를 받으면서도 맞잖아~그러면서 무리는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렇게 보내고 나니, 오후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 한 어른으로서, 별에 집칙한다 느끼는 어린 세대에게 제대로 해명해 주지 않았다는 자괴감과 진정 별은 어디 있는 것인지 나는 알고 있는가 하는 부끄러움이 들러붙어 복잡했다.
어두울수록 그 빛이 찬란한 별의 속성으로,
혹은 저 높은 하늘 세상에서 하찮은 아래 세상을 내다려보며 빛을 낸다는 그 속성으로,
별을 희망이고, 소망이며 가지고 싶은 것, 가고싶은 곳으로 여겨져 왔다.
그저 집착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간절함으로 그리워한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에 집착하고 집착하며 그리워하더라.
별똥별이 우주의 먼지에 불과해도 어둠을 가르는 그 빛을 보며 소원을 빌게 되더라.
빛공해로 보이지 않던 별이 어느 날 시골 산자락에서 문득 올러다 본 밤하늘에 빛나는 수억의 별들을 보게 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 황홀함은 문이과 기질을 떠나 감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이며 문득문득 떠오를 그리움일 것이다.
그 별은 이미 우주가 아니라 가슴으로 포용한 나만의 별이 되어 삶을 인도할 수도 있으리.
별을 노래하는 그. 마음으로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했으나, 그럼에도 밤과 같은 현실에서 바람에 스치는 별을 인식하는 시인 윤동주는 별 하나하나에 추억과 사랑하는 이를 담아 헤아려보기도 했다. 긴 돌담으로 이어진 길을 걷는 자신, 늙은 교수의 수업이나 듣는 자신, 시나 쓰고 있는 부끄러운 자신이지만 결코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저 높은 하늘이며 그 속에서 반짝이는 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별은 순수 그 자체로 우리들의 꿈이었다.
고흐 역시 별이 빛나는 밤을 화폭에 담았으며, 아스라히 빛나는 별을 통해 불우한 현실에서도 놓을 수 없는 화가로서의 꿈과 열정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삶과 달리 태양을 닮은 강렬한 해바라기를 그리는 그, 낮은 농부들의 거친 손에 애정을 가진 그에게도 밤하늘의 별은 놓을 수 없는 꿈이었으리라.
자신의 길을 찾는 어린 학생들에게 너희들의 간절함과 노럭에 부응할 빛나는 별이 다가오고 있음을 꼭 전하고 싶다.
그 시기와 속도야 다를 수 있으나, 결코 배신하지 않을 밝은 별을 하늘에서 끌어당겨 가슴으로 품고 살아가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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