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찾아
문득 생각나는 추억이 있다.
가을은, 겨우 한 계절 겨울을 남겨두고, 한 해가 저물어 버림에 문득 쓸쓸함을 불러일으키는 계절이다.
이럴 땐 지난 추억이 쓸쓸한 구멍 사이로 불쑥 파고 든다.
지나고 보니 찰나같은 일생에 지금은 떠나고 없는 이들과 함께였던 따뜻한 기억이 훅 밀려든다.
그럴 때가 있었는데.
함께 하며 함께 웃고 떠들던 그 시절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흘러가버린 기억이다.
그러나, 또 남은 우리는 또 이렇게 다른 시간 속을 걸어가야 한다.
그 추억의 장소 중 한 곳인 식당을 찾았다.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찾은 추억의 식당이다.
핑크색을 좋아하는 어린 딸이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홀로 서울살이를 할 동안 잊고 있었던 그곳을 그 사진 속 딸이 다시 그 장소를 끄집어내었다.
우리가 함께한 생일과 축하와 위로가 있었던 곳.
반가움의 포옹과 축하의 건배와 위로의 토닥임이 오갔던 곳.
생사를 넘나드는 이별로 이젠 곁에 남은 이는 오직 두 명.
무리는 뿔뿔이 흩어져 남은 둘이 추억을 더듬어 찾아갔다.
아직 영업 중일까 염려하며 검색했더니, 아직 성업 중이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정관 병산수원지 인근의 고깃집 <하늘아래 첫집>이 그곳이다. 이름이 근사하여서인지, 부산한 도시를 그래도 벗어나길 원해서인지 가족 모임으로 자주 방문했던 곳이다.
예전 기억으로는 꽤 굽은 산길을 제법 올라가야 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강산을 두 번이나 변하게 할 20년을 넘기고 찾았더니, 주변 도로가 잘 정비되어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었다. 수원지 인근으로 번쩍번쩍 멋드러진 대형 카페가 옹기종기 조성돼 있고, 수원지 주변 산책 데크도 깔끔히 정비돼 있었다. 연이은 감탄으로 과거를 소환하며 그 때와 달리 네비가 안내하는 대로 향했다.
추억의 안내석조차 반갑다
역시 산 위에서 보는 풍광이 멋지다. 아래로 조망하는 시원한 트임이 아직 음식을 맛보지 않아도 그저 만족스럽다. 그 때도 이렇게 다같이 감탄했더랬다.
시골 별장에 캠핑 온 마냥 들뜨게 하는 외관을 지니고 있다. 줄지어 앉은 샛노란 파라솔이 더욱 추억의 감성을 더한다.
따로 떨어진 방갈로 독채에선 주로 장어를 권유해서 먹게하고, 2층 본채에선 돼지고기를 구워준다.
한판으로 3~4인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둘이니 알아서 반판을 권유한다.
직접 구워주니 더욱 좋다.
20년 만의 방문이라고 굳이 말하며 생색 내는 이에게,
"20년 동안이나 안오셨어요?"라며 다소 서운해하시면서도 음료수 서비스를 주셨다.
정관오실 때 또 오시라며.
그랬다.
그녀는 알지 못할 우리네 사정이었다.
그간 잊고 있었네.
그 떠들썩했던 이들과의 이별이 장소도 잊게 했구나.
그러하니 그 자리 그대로 지켜준 이곳이 고마웠다.
묵은지를 불판에 구워 주는데 이 또한 일품이다. 돼지고기의 고소함과 찰떡으로 어울린다.
물론 된장찌개의 깊은 맛도 다른 식당과 차별된다.
1층에서 계산하려니, 우릐의 사정을 알리 없을지언데, 맛있게 드셨냐는 주인장의 한 마디가 따뜻했고 고마웠다.
쉬 넘어간 해 뒤의 어스름에 바라본 식당은 더욱 운치를 더하여 돌아서기 아쉬워 한번 더 시선에 담아본다.
다시 추억 한자락 포개어 둔 채 지난 추억 같이 쓰다듬으며 산 아래 마을로 돌아간다. 그리움이 따뜻함과 만나 위로받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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