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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스 Nov 12. 2022

요즘 푹 빠진, '나는 솔로'

뭐지, 뭐지, 이 신박한 느낌은?

갖은 핑계를 대며 넷플릭스와 공중파 드라마들을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자로서 요즘, 볼만한 쇼가 없다. 정말 어느 날은, 내가 너무 많이 본 것이 아닐까 싶다.  

또 어찌 보면 막, 다 본다고는 하지만 나름 편식을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능이나 다큐, 리얼리티 이런 거 전혀 안 보고 오로지 드라마만 보니까. 수사/탐정물, 인기 충만한 소수의 로맨스물만 찾아다녀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자주 가는 포탈에서 돌싱특집 나는 솔로 얘기가 심상치 않게 올라와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호기심에 한편을 시청했다가 그 길로 나는 솔로 10기를 완주하고 이제 11기로 접어들며 본방사수! 까지는 아니어도(미국에서 그것은 무리) 매주 시청하기로 마음까지 먹게 되었다. 


젊은 남녀들의 짝 찾기 과정이 사실,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결혼 24년 차 주부를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주제는 또 아닐 수도 있다. 과거에 재미있게 시청했던 하트 시그널이 널리 드러낸 것처럼 진정한 짝을 만나려 하기보다는 개인 사업이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창구로 쓰임 받는 느낌도 이런 프로그램을 순수하게만 바라볼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빠져든 '나는 솔로'의 매력은 무엇일까.


일단 세명의 패널 조합이 너무 마음에 든다. 메인 호스트의 동네 주책 아저씨 같은 유머 코드에 저격당한 느낌이랄까. 여기에 상큼한 여성 호스트, 송해나와 심심하면서도 뭔가 깔끔한 진정성이 보이는 남동생 이미지, 이이경 배우의 조합이 이상하리만치 잘 어우러져서 젊은 남녀들의 행보 영상을 보는 것보다 이들의 반응과 만담을 듣는 시간이 더 기다려진다. 오지랖 과 선배가 한참 어린 후배 두 명 데리고 본인 머리도 못 깎으면서 실감 나게 연애상담해주는 조합이랄까. 스튜디오 촬영 분위기가 비급 유튜브 방송 수준인 것도 왠지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출연자들의 영상 역시 제작진의 개입이나 주도적인 면이 거의 드러나질 않아서 오히려 자연스럽다. 


하지만 핵심은 역시 출연자들의 짝을 찾아가는 행보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나보다 많게는 이십 년씩이나 어린 출연진들(돌싱특집에서는 차이가 많지 않았지만)이지만 상대 이성을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 반응과 마음이 움직여 가는 과정들이, 나의 몇십 년 전과 별반 다른 게 없이 흘러간다는 사실이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를 붙잡는 이유일 것이다. 그들의 마음이 한때 우리의 마음이었으니까 말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는 요즘 젊은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한국사회의 현상들을 십분 이해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모태솔로였던 나의 문제점들을 또 한 번 절실하게 되짚으며 낯 뜨거워하기도 한다. 젊은 시절의 나와 비슷한 생각, 비슷한 말을 하는 여성 출연자를 보면서 그 생각의 말로는 어떠했던가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뛰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것을 다 알게 된 듯한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출연한다면 나는 잘할 수 있을까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출연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그들의 자기소개와 툭툭 던지는 말과 표정을 통해서 이해해갈 때 그 무게에 공감하고 그 다양함에 감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어떤 사람일지, 유추하고 때로는 격앙되고 때로는 자포자기하는 그들의 하루하루를 지켜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기도 한다. 


결국 삶인 것이다.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인 것이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평생을 함께 걸어갈, 그 사람을 만나는 일이니까 말이다. 내 짧은 삶을 돌아볼 때도 이것 만큼 중요한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모태솔로 끝에 처음 연애한 사람과 결혼했으니, 그 사실이 더욱 도드라져서 그럴 수도 있다. 


나는 솔로에 출연하는 모든 분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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