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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스 Aug 02. 2024

끝까지 가자 마인드헌터

뒤로 두 발짝 후퇴한 영어 어쩔 것인가.

아... 고해상 이미지를 찾을 수 없다 마인드헌터. 눈 테러 죄송...


영어. 아무래도 약간의 쇠퇴기에 접어든 듯하다. 지난 주말에, 어디 가서 얘기하기도 창피한 R 등급의 영화를 보았다. 드레드풀 울버린. 평소에 호러, R등급 영화 이런 거 안 보고 디즈니 G나 PG-13 만 보는 취향인데 마블이라 방심하고 그냥 봤다. 이것 말고는 상영 중인 볼만한 영화를 다 봤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름밤에 푹신한 리클라이너에 누워 콜라맛 아이씨 빠는 맛이 또 쏠쏠해서... 아, 그런데 기가 막히게 저질스럽고 동성애코드가 그냥 다 해버린 영화라 나와서 솔직히 배 아프고 토할 뻔. 애브리 띵 애브리웨얼 올앳원스 보고 토할 뻔했던 거보다 더했다. 그런데도 내 주변의 미국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킬킬거리면서 보는 걸 보니, 정말 취향은 각자의 것임을 다시 한번 실감. 


따발총처럼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주인공의 영어를 맥락만 좇아갈 만큼밖에 알아듣지 못했다. 드레드풀이나 울버린의 프리퀄을 본 적이 없으니 그렇기도 했고, 성적인 슬랭들이 난무했을 것 같은데 당연히 못 알아들었고, 그것이 아니어도 나의 청취력은 매우 떨어졌다. 나와서 밝힌 남편의 이해도는 단어는 다 들렸으나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을 보니 나보다는 훨씬 잘 알아들은 듯하다. Which is 언제나 그렇다. 나의 리스닝은 언제나 좋아질지...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내면 남편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발성 복기 학습법'을 시도해 보라고 또 일장 연설할 것이 분명하므로 - 정말이다. 세 시간은 혼자서 이걸로 떠들 수 있는 인간이다. 잘못 걸리면 안 된다 -  입 밖으로 꺼내어 한탄하지는 않았다. 기분이 두배로 저조해지는 결과를 않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그러고 나서 미드를 며칠 동안 보지 않다가 삐걱거리며 조금씩 보고 있는 마인드헌터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지금 시즌 2. 에피소드 4를 보고 있으니 조금만 더 가면 끝날 것이다. 오늘 분량은 애틀랜타 살인 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흑인식 인터네이션이 극심한 남부식 사투리가 난무하였다. 역시 취약한 영역이다.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십 초 정도를 그대로 듣고 가끔씩 돌아가야 했다면 이번 에피소드는 모든 십 초 분량을 돌려보고, 심지어는 아예 끊어서 들었다. 한 문장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서. 아침저녁으로 라디오를 듣고 일터에서 영어로 말하고 듣던 환경에서 유리된 결과가 이제 슬슬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 


Not touch someone with a ten-foot pole : to refuse to go near 

incontestable, predilection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 토요일에 야구장에 갔었는데, 내가 사는 곳의 마이너 야구팀과 경기한 팀의 홈타운이 Gwinnett 카운티였음- 처음 들어서 나도 야구장에서 찾아 봄, 샬롯에서도 서버브니까 시골일 것임 -.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어떤 사람을 두고 현직 경찰이 비웃듯이 말한다. 무시하는 건 아닌데 기넷 출신이잖아... 이러면서. 기넷은 아마 잘 안 잊히겠지 이제?


반면 글쓰기는 조금씩의 진전이 있다. 어찌 됐던 로맨스 연재물은 나 말고 다른 한 명의 관심을 받았고 - 정말이지 이렇게 참혹한 현실이다. -  현재 6회까지 등록되었다. 한 명의 관심을 얻기까지 4만 자를 써야 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까. 유튜브를 할 때도 한 가지 주제에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곁가지가 뻗어 나와 문제였는데 글을 쓸 때도 채널을 잡다하게 만들고 있어 약간 고민이 된다. 하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데에는 유튜브가 넘볼 수 없는 다른 목적이 있으므로 모든 잡음을 상쇄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과연?


작업실이 그럴듯하게 완성되어 가고 있다. 유튜브 촬영 용으로 오랫동안 조명기구가 가득 차 있던 공간을 철거하고 가구를 재배치하고 식물과 커튼을 두어 작가로서 나만의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이곳에서 좋은 글이 탄생할 수 있기를. 그렇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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