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지막 출입금지 신청일까?
카지노에 들어가기 전 그와 나는 두 가지 약속을 했었다.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나를 생각해 내가 연락을 하면 받거나, 생각이 나면 먼저 연락을 달라는 것.
아침에 일어난 아이가 엄마 아빠가 같이 없어진 것을 알면 놀랠 테니(할머니가 계시지만) 아이가 일어나기 전쯤 집에 도착하자는 것.
늦은 저녁 무렵 들어간 그는 중간중간 카톡을 보내오곤 했다.
잘 있는지, 자기는 무엇을 하고 있다던지.
그는 내가 준 돈이라 말하고 달라고 요청한 그 돈을 다 사용하고 카지노에서 일주일 한번 포인트로 제공하는 포인트등 그런 부분을 다 잃든 다 따든 그것이 다 끝나면 미련 없이 나오겠다고, 자신이 스스로 카지노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인 양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었다.
바카라는 확률 게임이고 나는 그 게임의 방식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는 그의 개소리 앞에서
나는 카지노 자체가 손님이 이길 수 없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든지, 너는 중간중간 딸 수는 있지만 스스로 멈추거나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던지의 따위의 조언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만 그가 이게 마지막이라고, 자신이 나오면 같이 출입금지 신청을 하자는 철없는 아이의 생떼를 더 이상 막을 수 없기에 '그래, 어디 해볼 테면 해봐라.'라는 심정으로 물가에 아이 내놓은 양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약속한 시간을 넘기고 있었고(예상한 일)
돈을 다 사용하고도 또 다른 빚을 지면서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고(예상한 일)
내가 그만 나오라 했을 때 그는 순순히, 나가고 싶은데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돈을 줘야 나갈 수 있다면서.. 자괴감과 미안함, 우울감, 자책감 등 여러 감정에 빠진 그를 달래고 그를 나올 수 있게 한 뒤, 나는 또다시 카지노 카운터에 섰다.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그곳에.
떡대들이 가로막고 외국인 신분증이 문이 열리는 마법패스이고 멤버십카드 색으로 등급이 나눠지는 곳에
나는 한국인이라면 들어갈 수 없는, 그리고 혼자라면 절대로 들어가고자 생각조차 하지 않을 그곳을 이방인이자 외계인의 신분으로 그곳에 잠시 들릴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독자가 도박중독을 끊어내기는 어렵지만 카지노에 출입금지를 신청하는 것은 1-2분이면 끝날 아주 간편하고 쉬운 일이다.(심지어 중독자 본인신청도 가능)
이번에는 직원들의 안타까운 표정도 없이, 그저 일상이라는 듯, 그들의 업무를 처리하는 그들을 보며 세상에는 내가 몰랐던 참 다양한 직업이 있네..라고 그곳을 돌아서 나왔다.
수도권의 합법적인 막을 수 있는 카지노는 모두 다 막은 우리는
그가 결단한 것이 아닌 자의와 타의가 섞인 모양으로 함께 이 문제를 해결에 나갈 참이었다.
(외국인인 그는 신분의 불안정함 때문인지 자신의 모순적인 신념인지 모르겠지만 불법적인 도박은 하지 않았다.)
공기가 무거운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말할 법한 해탈한 어조로 "이제 됐다. 미련 없다"는 말을 내뱉었다.
속으론 네가 가려고 해도 어차피 못가..라고 말하려다 국내에 도처에 있는 카지노들과 불법적인 도박장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래. 다시 힘내보자."라고 담백히 말하였다.
그리고 결혼 후, 정확히는 그가 종교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지금까지, 그에게 섣불리 제안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던 것을 넘어, 이제 같이 교회에 가자고, 네가 믿고 노력하던 것을 넘어 예수님께 매달려보라고 말했다.
그의 죄책감과 미안함이 가시기 전 나는 약속을 받아낼 참이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는 댈 수 없으며 함께 주일을 지키고 같이 교회에 가고, 내가 무엇을 믿고 무엇으로 살기에 지금까지 견디어내며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냐며, 세상도 심지어 너의 부모도 이혼하라고 말할 때 하나님의 사랑으로 어떻게 너를 붙잡아 왔는지 궁금하다면,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너를 용납하고 사랑해 왔던 것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다면, 이제 적어도 이것 하나는 지켜달라는 나의 칼 없는 협박이었다.
그는 순순히, 하지만 땅이 꺼질듯한 한숨과 함께 "알았어..."라고 말했다.
우리는 매주 교회에 가게 되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 나는 그를 위해서 간식을 챙기고 그의 기분을 살피며, 짜증을 관리한다.
주일에 같은 자리에 앉아 가끔은 꾸벅꾸벅 조는 그를 위해 사탕과 과자, 커피를 챙기곤 관심 없는 이야기를 듣다 몰려오는 잠을 깨우게 손을 주물러 달라는 그의 손을 주무르며 예배당의 가장 마지막 자리에 앉는다.(예배에 방해될까 해서)
이 정도면 이제 괜찮을 걸까. 괜찮은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