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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란 Nov 26. 2015

폴라익스프레스-산타클로스를 믿으시나요?

도를 믿으세요?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폴라 익스프레스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가장 많이 보는 영화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를, 잠자리가 뛰는 순간부터 기다리는 나에게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와 크리스마스 정신을 가장 북돋아다. 어린이의 나는 몇 달 전부터 오락도 안 하고 돈을 아껴 재료를 잔뜩 샀다. 몇 날 며칠을 카드를 열면 산타가 팡하고 튀어나오는 카드를 만들었다. 그리곤 종업식날 크리스마스 카드를 반 아이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곤 했다. 친하지 않아서 어색하게 웃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행복해하는 모습에 딱히 쓸 말이 없어도  merry christmas의 철자도 틀린 채 건네고는 했다.


 이 영화는 산타에 대해 의심 단계에 접어든 주인공이 마법 열차를 타고 북극에 가서 산타를 만난다는 단순한 줄거리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환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섬세한 화면 구성으로 크리스마스의 느낌을 화려하게  전달한다.     


 1. 티켓을 거머쥐는 자, 무게를 견뎌라.

  폴라 익스프레스기차표는 모든 사람이 갖거나 공유할 수 있는 티켓이 아니다. 부모의 정보에 따라 신청하는 것도 아닌, '누군가'에 의해 선정된 이가 본인의 선택에 따라 기차를 타고 티켓을 갖는다. 참 신기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아이들 영화는 모험의 필연성이 중요한데, 이 영화에서는 지속적으로 아이가 직접 선택을 하는, 자기 의지를 선명하게 그려낸다.


보통의 아이들 영화는 모험의 필연성이 중요한데, 이 영화에서는 지속적으로 아이가 직접 선택을 하는, 자기 의지를 선명하게 그려낸다.


 또한 사람에 따라 다른 단어가 검표 과정에서 새겨진다. 의심이 많은 소년에게는 'BELIEVE(믿다)', 다른 친구들을 이끌고 다독이는 역할을 했던 소녀는 'LEAD(이끌다)'가 새겨진 표를 받는 다. 이 글자는 아이의 특성에 맞게 주어지는 것이고 차장 혹은 '누군가'가 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결국 폴라 익스프레스를 타고 여행할 수 있는 특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티켓의 특권이란 단순히 여행에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산타와 엘프를 직접 만남으로써 앞으로 삶을 살아가며 어린이의 마음 즉, 크리스마스 정신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바로 폴라 익스프레스 열차 티켓의 진정한 특권이다. 이 특권이 어린이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기차에 오르는 것.

 

         

2. 새빨간 거짓말, 산타클로스 그리고 유령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소년의 여행은 그야말로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눈이 잔뜩 쌓인 열차의 지붕에서 스키를 타고 밑이 안 보일 정도로 높은 다리를 아무런 안전 장비도 없이 건너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소년의 모험은 폴라 익스프레스라는 열차에서 시작해 북극까지(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영화 답게) 마법이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놓고 달려간다. 이 영화에서 마법을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존재는 산타클로스와 유령이다. 이 두 요소는 빛과 어둠이라는 커다란 꼭지를 놓고 다르게 비치며 차이를 드러낸다.

 산타클로스와 엘프, 차장 빛과 함께 하는 존재인 반면, 유령 빛이 없다. 특히 전자는 따뜻함의 상징처럼 그려지지만 약간의 권위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반대로 후자는 약간의 무서움을 동반하고는 있지만 조력자의 모습을 보인다.

  이 영화는 'Believe'라는 큰 틀을 놓고 보이지 않는 것→보이는 것→믿음으로 변해가는 소년의 변화과정을 담고 있다. 소년과 함께 많은 소재들이 영화 내내 그 길에 따라 움직인다. 북극, 폴라 익스프레스, 그리고 벨이 그 소재이고 ‘믿음’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다. 실체로 보이지는 않지만 어딘 가 있을 것 같은 존재. 결국 유령과 산타는 '믿음'이라는 키워드에서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슬슬 믿음이 사라져 가고 있는 주인공이 믿지 않았던 유령과 산타의 존재를 보게 되고 이는 곧 믿음으로 변화되어 간다.

 

3. 그래서 우리는 산타클로스를 믿을 것인가?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메시지는 '믿음'이다. 영화 내내 믿음을 강조하며 마지막 부분의 주인공이 벨에게 대고 믿는다며 기도할 때는 스크린 너머에 있는 나도 믿겠어요 산타, 라고 같이 다짐해야만 할 것 같다. 영화에서 산타에 대한 믿음의 상징은 '종소리'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종소리는 크리스마스의 상징으로 캐럴이나 크리스마스 트리의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종소리를 들을 수 없는 주인공은 산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아이였고 극의 후반 부 간절하게 믿음을 말하면서 종소리를 듣게 되고 또 산타도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소년벨은 사라져버린 폴라 익스프레스 티켓을 대신한 크리스마스 여행의 상징이. 의심이 시작된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믿음'을 강조하고 어른들이 들을 수 없는 '종소리'를 아이들에게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어찌 보면 크리스마스로부터 멀어져가는 주인공 또래의 아이들에게 믿음의 특별함을 공고히 다져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정신과 BELIEVE, 사실 영화의 메시지는 확실하다. 어린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영화로 믿음의 기로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정신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산타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할 것으로 믿는 다. 어딘가에서 착한 일 카메라를 통해 나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곤 한다. 초등학교 6학년 크리스마스에 사실 산타는 엄마였다는 사실을 편지를 통해 알고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던 나는 아직까지도 일 년에 이 영화를  10번쯤 감상한다.(사실은 항상 틀어놓고 산다)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14살이 되면 당연히 우리 집으로 호그와트로부터 부엉이가 날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14살이 지나고부터는 서양식 나이로 세니까 16살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동생과 함께 우체통을 확인하던 기억이 난다(실제로 18살까지 기다렸는 데 아무래도 우리는 스큅인 것 같다고 타협을 봤다). 이 폴라 익스프레스 영화를 본 많은 아이들도 폴라 익스프레스 기차 티켓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혹은  꿈속에서라도 탑승한 아이가 있지 않을까. 아직 폴라 익스프레스를 탑승하지 못한 나는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우리 집 창문이 흘들리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크리스마스 영화로 이렇게 심오하게 들어가고 싶지 않지만, 처음에 이 영화를 접했을 때에는 사실 좀 불편한 점이 있었다. 뭔가 하멜른의 쥐잡이(피리 부는 사나이)가 생각나기도 했고 전체주의의 분위기도 흘러서 불편한 마음도 있었다. 여전히 지속적으로 그려지는 폭력성이나, '빅브라더'의 존재 가능성은 의문점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영화이다. 즉, 크리스마스라는 주제 안에서 그런 것들은 아이들에게 환상을  불어넣기 위한, 단순한 소재에 지나지 않을까라고 일단의 결론을 짓기로 했다.     

     

  살아가며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요즘 부쩍 느낀다. 종교가 그렇고 정치가 그러하며 미래도 그렇다. 긍정적일 미래를  믿는다는 것이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용기가 간절히 필요한 해인 것 같다. 모두에게 크리스마스 정신이 가득하기를!


긍정적일 미래를  믿는다는 것이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정찬란 남김

사진은 영화 스틸컷입니다.

첫눈이 옵니다. 확연하게 크리스마스의 다가옴을 느낍니다. 작은 카드라도  주고받는 크리스마스가 되시기를!

https://youtu.be/ex_S7iOdT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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