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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 한량 Nov 10. 2018

그림

가끔 그림을 그린다.

사실은 낙서에 더 가까운 것인데

유럽여행에서 만드는 엽서를 구입한 이후로 내가 그린 낙서를 아끼게 되었다. 만드는 엽서는 백지의 종이 뒤에 편지와 주소를 쓸 수 있는 줄이 그어진 종이이다. 백지에 내가 원하는 그림 혹은 낙서를 채우면 된다.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공간, 순간, 사진을 손으로 그려 남기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 여행 버릇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엽서에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이는 정성이 퍽 담겼다는 생각에 괜히 혼자 뿌듯한 일이었다.

내가 그리는 그림은 당연히 낙서 수준이고 다량의 정성을 쏟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남기는 이 기록이 좋아 가끔씩 빈 엽서와 색연필을 꺼내곤 한다.

전공도 직업도 아니니 잘 그려야 할 의무도 없거니와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잘 그리진 않더라도 나는 내 그림이 좋아 지인들에게 자랑을 한다. 누군가는 귀엽게 봐주고, 누군가는 굳이 의미를 찾아주기도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그저 무감정으로 보기도 한다.

그냥, 내가 그렸기 때문에,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생각에 그림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뭔가 내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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