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오전 8시 50분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304명의 아까운 생명을 잃은 후 우리 모두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세월호 터널’ 속에 갇힌 채 마땅한 출구나 해법을 찾지 못해 불행하게 살아온 셈이다.
세월호 출구전략
필자는 그 출구전략(exit plan)의 핵심 해법 중 하나가 물에서 사고를 당했을 시 스스로 대응하여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생존방법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동안 세월호 사고와 같은 효실제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생존교육을 어린이들에게 해줄 수 없었기 때문에 사고재발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이 해소되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돼 마음이 무겁다.
세월호 교훈
한서대학교 해양스포츠학과 함도웅 교수는 저와 공저한 ‘잎새뜨기 생존수영’ 지도서에서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다시는 떠 올리고 싶지 않은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고 있다. 대부분이 학생인 300여명이 자기 자신에게 처한 위기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참하게 바다에 갇히고 말았다. 무리한 화물 적재와 증축, 선원의 무능력함, 미숙한 초동대처 등등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초등학교부터 10년 이상 공교육을 받았다는 우리 학생들의 물에 대한 대처 능력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전복되고 있는 순간 선내에서 스스로 위기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만 해야 했던 우리 학생들의 응급상황 시 행동요령 등 학교교육의 재조명이 요구된다.
신체건강과 생활안전은 학교교육에서 어떠한 교육과정보다 우선해야 할 프로그램이다. ‘누군가 나를 알아서 구조해 주겠지’가 아닌 스스로 위기상황임을 인지하고 생존할 수 있는 훈련을 통하여 체득하게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한 때”라고 해양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세월호 사고를 우리의 취약한 교육제도 측면에서 분석한 용기있고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생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익사위험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지 못한다면 국민의 수난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는 결코 해소될 수 없을 것이다.
출구 전략 해법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제가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대형 배사고나 물놀이 중 갑자기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 경우에 맨몸으로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해경 등의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해냈고 이를 배우기 쉬운 교육프로그램으로 개발해서 전파해 오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어린이들을 비롯한 온 국민들께서 뿌리 깊은 트라우마를 해소할 방도가 생겨 희망적이다.
◇ 2016년 4월 7일 필리핀 민도로섬에서 사흘간 저와 20여명의 한국 청년봉사대원들의 잎새뜨기 지도를 받은 300여명의 현지 청소년들이 깊은 바다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잎새뜨기
너울성파도 생존사례
여러분께서는 작년 8월초 MBC 뉴스데스크 등에서 인천대청도 앞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너울성파도에 휩쓸려 순식간에 바다 한복판으로 800여m나 들어 갔으나 30여분만에 해경경비정에 구조된 김대원군(당시 인천 계산중 2학년생) 뉴스를 보신 적이 있으실 것이다. 그 때 파고가 2~3m나 되는 너울성파도를 견디며 수영도 못하는 김군이 30여분간 구조를 기다릴 수 있었던 자세가 바로 전후 좌우 균형을 맞춘 잎새뜨기 자세이다.
생존수영교육의 허상
그런데 현재 대부분의 시도 교육청들이 실시하고 있는 생존수영교육은 실제 사고상황에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생존수영’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수가 가장 많은 A도의 경우 10교시 생존수영교육의 목표가 기껏 손발을 써서 10초간 떠있기, 수영장 바닥에서 돌멩이 두개 집어오기와 25m 이동하기인데 이 중 어느 한 가지도 너울성파도와 같은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실용적인 생존법의 탄생
그러나 이제 다행스럽게도 마땅한 해법이 생겨났다. 잎새뜨기는 배가 전복되거나 너울성파도에 휩쓸린 경우와 같은 응급상황시에 구명조끼가 없더라도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은 채 수난구조의 골든타임인 60분동안 안전하게 물에 떠서 체온저하와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인 채 구조를 기다리는 새롭고 실용적인 생존법이다.
친수화 교육정책
그러므로 앞으로는 생존 실효성이 탁월한 잎새뜨기를 활용한 안전, 생존수영 및 친수화 교육정책에 초점을 맞춰 수난사고시 인명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물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시켜 물이 ‘친근한 놀이터’가 되도록 만드는 교육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하겠다.
이 친수화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면서 급증할 국민의 해양레저 활동 수요를 촉진해 국민의 복지를 증대시키고 해양레저산업의 발전을 돕는 근본적인 동인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친수화의 기회비용
그동안 우리는 자라오면서 어른들로부터 “위험한 물가에 가지마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 왔다. 특히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익사사고를 당했거나 물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경우 온가족이 물놀이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그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말이다.
그런데 가족이 잎새뜨기를 익힌 후에는 부모 아이들 할 것 없이, 거의 대부분 잎새뜨기 체험자들이 그렇듯이,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 잎새뜨기로 떠 있고 싶어질 것이다.
국민복지와 경제 효과
위에서 예를 든 가족의 여름휴가 행선지가 서로 다르게 정해질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러한 보통국민들의 휴가홭동과 레저수요의 행태변화가 가져다 줄 서비스산업의 수요와 고용창출 효과는 구태여 요즘 자주 거론되고 있는 ‘4차산업’을 들먹이지 않고서도 명백하다고 믿는다. 대한민국이 해양강국 및 해양안전국으로 다시 태어나는 때가 기다려진다.
표준안전수영교육 채택
결론적으로 우리 정부가 이러한 순기능과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인식하고 조속히 실효성이 높은 ‘잎새뜨기’를 표준 안전, 생존수영 교육 프로그램으로 채택하여 어린이들이 물에서 안전하게 물놀이할 뿐 아니라 갑작스런 사고시에도 안전하게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생존 기술을 배워 갖추게 되면수난사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즉 트라우마가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믿는다.
이는 마치 무면허로 위험하게 차를 몰아오던 자식이 운전면허(안전 수영)를 따내고 안전띠(생존수영)를 매고 운전하게 됐을 때 부모가 안심하게 되는 것과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잎새뜨기 생존수영법
2013년에 안치권 영법개발전문가가 처음 고안해 낸 기술을 필자와 함께 생존수영법 및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제가 이를 ‘잎새뜨기(Leaf Float)’로 이름 짓고 2016년 1~4월 필리핀 민도로섬에서 두차례 실전 테스트를 거쳐 국내에 도입했다.
2016년 5월 부산소방학교가 '119생존수영'으로 채택하면서 전국 소방대원들에게 안전소양교육의 일환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행정안전부 전신인 국민안전처가 '수영을 못해도 맨몸으로 물에 뜨는 새로운 생존수영법'으로 소개한 이후 해양수산부가 신임 공무원 연수과목으로도 채택하기도 했다. 해양경찰은 지난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잎새뜨기 생존수영 교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편 안전정론지 세이프타임즈가 2016년 7월 용산청소년수련원에서 개최'잎새뜨기 생존수영 강습회'를 통해 참가자 108명 전원을 20분간 물에 띄워 실효성이 검증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어 2016년말에 해경청 해양안전과에 (사)한국안전수영협회 설립을 허가받고 이어 생존수영지도자 양성 기관으로 등록을 허락받아 전국규모의 전문 생존수영 교육기관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협회는 잎새뜨기 교육방법 (Method of Training the Leaf-floating)을 미국 특허청에 특허출원을 2019년 초에 하였고 현재 심사중이다. 미국특허가 나오면 잎새뜨기의 세계적 전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세한 내용은 (사)한국안전수영협회 홈페이지(www.safeswim.kr)를 방문하거나 구글 등에서 ‘잎새뜨기’를 검색하면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