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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 Jul 18. 2018

02. 언어의 장벽 부수기

아일랜드 캠프힐

언어의 장벽 부수기


캠프힐 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봉사자들을 코워커(co-worker)라고 하는 것은 동일하며 하우스마다 있는 관리자를 직접 그 집에 살고 있는 하우스패어런츠(parents)와 출퇴근 하며 운영하는 하우스 코디네이터 로 불린다. 

장애인들은 실제 거주자 라는 뜻의 레지던트(resident) 혹은 모든 일은 스스로의 의지로 정하며 어린아이처럼 대하지 말아달라의 의미로 어덜트(adult)라고 불리운다.

내가 갔던 캠프힐에서는 하우스 코디네이터와 어덜트들로 통일되어 있었다.


나를 반겨주었던 하우스 사람들은 정말 친절했고, 아이리쉬 억양은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세계 각지에서 온 코워커들의 영어발음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정신없이 캠프힐의 아침이 밝았고 긴장감 탓인걸까 너무나 일찍 눈이 떠졌다. 그러나 한국과 9시간이 다른 시차때문이라는 것을 완전 적응 이후에 알게 되었다. 괜히 긴장하지도 않았던 나를 '긴장해서 그렇지?'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꼴이란... 역시 인간은 자기합리화의 동물이다.


일과는 오전 오후로 나뉘어지는 워크샵과 워크샵 중간에 쉬는 티브레이크타임(tea breaktime)이 있으며

저녁에는 어덜트들의 케어에 신경을 써야한다.


새로 들어온 코워커들은 관심을 받게 되고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영어가 안되니 의사소통이 엉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데..

점점 시작되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코워커들과 대화하는 것 보다 말하지 못하는 어덜트들과 노는 것이 훨씬 편했다. 서로 말을 못하니 귀를 쫑긋하게 세울 필요가 없었다.  행동과 표정으로 소통을 하며 그들의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에 빠져들었다.

워크샵 시간에는 뭐라도 할 것이 있으니 그거라도 열심히 하면 시간은 잘 흘러가지만, 티브레이크 때는 핑퐁처럼 왔다갔다 거리는 수다에 낄 수 조차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신입인 나는 아직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말도 안하니 스스로 말 못하는 어덜트와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에도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지 않으면 자연스레 혼자가 되었고 대화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은 일주일간 방 밖을 나가지 못하게 내 발목을 붙잡았다.


나보다 이전에 들어왔던 한국인 코워커는 2명이었는데 그들은 나와 다른 하우스에 머물고 있었다. 그나마 한국인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들에게 영어 공부에 대해 물어보고 이곳에서 어떻게 적응을 하였는지 질문을 늘어놓았다. 자신 나름의 공부법을 알려주었지만 과묵한 성격의 나와는 다르게 활동적인 사람들이었기에 언어의 장벽은 내 스스로 극복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완벽한 문장을 말하려고 노력하지도 마,
주눅은 더더욱 금물이야 , 넌 뉴스 앵커도 영어 강사도 아닌야.
... 힘을 좀 빼! 네가 밥하듯이 말이야. Take it easy.
관계를 의식해. 얼마나 유려한 영어를 쓰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를 하고 있는지 말이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네 영어는 충분해

- 이런 여행 뭐 어때 by 하정


아일랜드 오기 전 하정님의 블로그를 통해 그 속의 삶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책을 찾아 읽으며 먼저 경험했고, 같은 느낌을 느꼈다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영어는 한국인이 밥 하는 것처럼 힘 빼고 얼마나 존중하며 말하는 가가 중요하다.

인터뷰 보고 들어온 나다. 나의 영어 실력을 이미 이곳에서 일 할 수 있다고 검증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을 믿는 것이었다.

참 바보같은 건 언어의 장벽이 생기는 이유이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잘 알아들을까, 문법 문장 발음 모두 다 이상한데 제대로 이해할 까?

내 말이 재미없어서 듣기 싫어하면 어떻게 할까. 등등 온갖 것이 생각나서 말을 못하는 거다.

말을 하지 못하는 어덜트들을 코워커들이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답은 나온다.

그들은 영어를 못하는 동양인을 당연스럽게 생각할 것이고 못알아들으면 잘 풀어 설명해줄 것이며

들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걸 믿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점점 친해지게 되었고 장벽이 서서히 사라지며 내 영어실력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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