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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 Jul 23. 2018

05. 3인 이상의 대화는 불편해

아일랜드 캠프힐

1:1 대화는 편한데 여럿이서 하는 대화가 불편한 건 나 뿐만이 아니라 내성적인 사람들 몇몇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그럴까 궁금한 적 있나? 대화가 왜 어려울까?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 싶어 열심히 문법 공부, 스피킹 공부을 하고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나 노력하는 나와 달리 과묵한 성격 탓에 한계가 금방 느껴졌다.

어릴  때 부터 한 명과 대화는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나 포함 3인 이상이 대화하게 되면 이야기를 잘 안하고 듣는 사람이 되었다. 3인 중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1인만 있어도 내가 말 할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었다.

캠프힐 내에서도 그 점이 코워커들과 친해지는 것을 어렵게 하였다.

나보고 웃어보라, 슬퍼보인다 라고 시도때도 없이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말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왔다갔다 하는 배드민턴 공 처럼 대화가 오고가는데 말하고 싶은 타이밍을 놓치거나 말이 너무 빨라 못알아듣는 게 많았다. 그러다가 다행히도 나에게 질문이 들어오면 영어로 대답을 해야했기에 단답으로 밖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이어질 말이 없으니 대화의 흐름이 끊기게 되어 나를 쳐다보는 '그래서? 더 말해봐!' 라고 나를 보채는 듯한 눈초리들이 무서웠다. 워크샵 중간의 티브레이크 타임이 나에게는 쉬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시방석과도 같았다.

항상 멍 때리고 있었다. 영어란 정말 힘든 것이구나. 내가 말을 하고 싶어도 꾸밈새를 모르고 감탄사 또는 맞장구 같은 말들도 알아야 대화가 재밌을 것 같았다. 나는 그냥 good listener 의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유튜브에서 강연을 듣고 머리를 탁 맞은 듯 했다. 자신이 대화에 참여해보았는지 잘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 대화에 제대로 참여를 하였나? 이런 근본적인 물음이 떠오르면서, 굿 리스너라고 단정지었던 나는 타인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굿 리스너도 뭣도 아니었다. 그냥 홀로 아웃사이더가 되기로 결정한 사람 같았다.


스스로 영어라는 한계를 짓고 '난 잘 모르니까 말 걸지 마' 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영어를 못해도 리액션이 좋으면 대화가 이어지는 걸 몇번이나 보았음에도 '난 리액션을 잘 못해'라는 핑계로 모른 척 했었던 것 같다. 

이걸 계기로 누가 얘기를 시작하면 귀를 쫑긋 세우는 일을 다시 시작하였고 내가 못알아들으면 다시 말해달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최대한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문장을 끝까지 어떻게든 말하는게 중요했기에 공부한 문장들을 써먹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내 말을 잘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했고 상대방이 내 말을 너무나도 못알아 들을 경우 성격 급하고 눈치 빠른 아이리쉬 스탭이 내 말을 번역(?)해서 전달해주기도 하였다. 

그녀는 기가막히게 알아들어줘서 정말 고마웠고 훗날 "너는 영어를 너무 못해!"란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내 스스로 영어를 못하는 것을 인정해서 그런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3인 이상의 대화가 힘든 사람이 있다면 한번 자신이 제대로 듣고 있는지 먼저 물어보라. 그리고 나를 믿고 주변사람들을 믿어 연습해봐라. 나도 모르게 친해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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