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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Sep 09. 2024

베트남 여행 - 다낭 여행

9박 10일 간 베트남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는 다낭이었다. 다낭은 베트남에 살 적에 세 번 가본 곳이었기에 딱히 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후에(HUE) 세종학당에서 근무할 때 학생이었던 베트남 동생들인 린짱, 김찌, 황을 만나려고 갔다. 내가 후에에 있을 때도 그들 덕분에 후에 생활을 잘할 수 있었고,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었었다. 하노이에 있는 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근무할 때도 생일이라고 후에 음식을 바리바리 싸 와서 챙겨주는 등 생일을 챙겨 줬다. 베트남에 여행을 갔으니 꼭 만나서 같이 놀고 싶은데, 황이 다낭에 살고 있기도 하고 다른 동생들도 그들의 생활권인 후에보다는 다낭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다낭에서 2박 3일을 보내기로 했다.


사파에서 하노이로 저녁 늦게 돌아온 후, 하노이에서 짧은 1박을 하고 다낭행 비행기를 탔다. 나는 베트남 국내선을 이용할 때 항상 비엣젯을 탔는데, 이번에는 좀 새로운 항공사도 이용해 보고 싶어서 하노이에서 다낭으로 가는 비행기는 베트남의 또 다른 저가 항공사인 뱀부(Bamboo) 항공으로, 하노이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신생 저가 항공사인 비엣트래블(Vietravel) 항공으로 예매했다. 나는 다낭에서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 후 바로 한국행 비행기로 바로 환승할 예정이었다. 한국행 비행기는 밤 11시 35분 출발인데 다낭-하노이 비행기는 하노이 낮 1시 도착 아니면 저녁 8시 반 도착 둘 중 하나였다. 1시에 도착하면 10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려야 하니, 연착이 조금 걱정되더라도 저녁 8시 반 도착 비행기로 예매했다. 8시 반 도착은 비엣젯과 비엣트레블 항공 두 개가 있었는데, 비엣젯은 연착되는 것이 일상이라 비엣트래블 항공을 예매했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나는 일정을 이렇게 잡은 걸 아주 후회했다. 그동안 3번의 해외 파견과 어학연수 생활, 해외여행으로 비행기를 많이 타 봤는데 비엣트래블은 정말 나에게 그동안의 비행기 탑승 경험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아무튼, 뱀부항공을 타고 다낭 공항에 도착해서 동생들을 만났다.


"언니!!"

"선생님!!"

"린짱! 김찌! 황! 잘 지냈어요??"


이제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도 동료 직원도 아닌 베트남의 친동생같이 느껴지는 린짱은 날 언니라고 부르고, 김찌와 황은 아직 날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만난 지 1년 반이 넘었었는데, 한 달 전에 봤던 것 같은 느낌처럼 익숙했다. 호텔은 후에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동생들이 취사가 가능한 아파트먼트 호텔로 예약해 놨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니 각각 침실과 주방, 화장실이 있는 객실 두 개가 중문으로 연결되어 있고, 시설도 너무 좋았으며 오션뷰이고, 세탁기에 건조기까지 있어 너무 좋았다! 동생들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후에에서 가져온 반남(Bánh nậm)과 반록(Bánh lọc)을 쪘다. 반남과 반록은 나에게 정말 특별한 음식이다. 나에게 베트남에 있는 고향인 후에의 대표 음식이자, 하노이에 있을 때 후에 동생들이 나를 위해 한 상자 가득 가져와 줘서 주변에도 좀 나눠 주고 나도 계속 먹었던 음식이다. 더군다나 반록은 후에 세종학당 교원이신 떰안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매번 직접 준비해서 보내 주신다. 그래서 반남과 반록을 보면 타 지역에 사는 딸을 위해 어머니가 한 보따리 싸서 챙겨 주는 고향 음식 느낌이 난다.


고향 음식 같은 반남과 반록


내가 먹고 싶다고 한 것은 반남과 반록이었는데, 동생들은 이번에도 내 예상을 뛰어넘는 음식을 챙겨 왔다. 3일 내내 먹어도 못 먹을 것 같은(결국 어떻게 다 먹긴 했다) 반남과 반록, 소금 커피(다른 지역에서도 팔긴 하지만, 후에 소금 커피를 따라올 소금 커피는 없다), 분보후에(Bún bò Huế), 껌핸(Cơm hến)... 이거를 다 챙겨 오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순간 후에 음식을 먹고 싶다고 부탁한 게 미안해졌다.


맛있는 후에 음식. 요리하는 동생들


공항에서 점심을 먹고 왔는데도 반남과 반록을 먹고 소금커피까지 다 마신 후, 조금 쉬다가 다낭의 유명 해변 미케비치 산책도 하고 다낭 용다리도 보러 갔다. 용다리의 용머리에서는 주말 저녁 9시에 불과 물을 내뿜는다. 용다리는 전에도 구경했었지만, 용머리 불쇼와 물쇼는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꼭 보고 싶었다. 용다리에 가기 전에 다낭에서 유명하다는 한(Han) 시장에도 갔었지만, 6시 정도에 갔는데 원래 저녁 일찍 문을 닫는 건지 모든 점포가 닫혀 있어 돌아다니는 쥐만 구경했다. 시장에 간 후 용다리 근처 <응답하라 1988> 드라마 테마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8시 반에 용다리로 갔다.

호텔에서 낮에 찍은 미케비지. 그리고 저녁에 미케비치를 거닐며 찍은 사진
reply 1988 카페. 뒤에 베경은 <응답하라 1988> 드라마의 유명한 장면.


용머리 근처는 사람들로 이미 빽빽했다. 좋은 자리는 이미 사람들이 다 차지했고, 우리는 뒤쪽에서 쇼를 구경했다. 잠시 후, 용의 입에서 거대한 불이 화르륵 나왔다. 비록 정면에서 구경은 못했지만, 뒤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멋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불을 내뿜더니, 이제는 물을 "푸~"하고 내뿜었다! 앞에 있던 사람들은 꺄르륵 웃으며 피하면서 물을 다 맞았다. 나도 맞아 보고 싶었다. 만으로 34살 먹은 나에게는 그렇게 신기할 게 없는 쇼인데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쇼가 끝나자 저편에서 다낭의 놀이동산인 아시아파크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펑펑 터지며 하늘을 수놓는 오색현란한 불꽃들이 여행의 낭만을 꾸며줬다.


"선생님, 뒤에서 사진 찍어 줄게요."

"예쁘게 찍어 줘요^^"

"이제 다른 포즈 하세요~"

"오케이~. 나도 찍어 줄까요?"

"우린 됐어요. 선생님은 관광객, 우리는 여기 사람이잖아요. ㅎㅎ "


다낭의 한강과 불꽃 놀이. 불 뿜는 용머리 사진은 신나게 노느라 못 찍었다...


그렇게 신나게 즐기고 나니 돌아가는 게 문제였다. 택시를 타고 가야 되는데, 빽빽한 인파 때문에 택시가 올 수 없어 다리에서 한참 벗어난 곳까지 걸어가야 했다. 그나마도 관광객 때문에 그런지 택시가 잘 안 잡혔다. 그랩으로 아무리 택시를 예약하려 해도 안 되고, 예약이 돼도 취소가 됐다. 날씨가 푹푹 쪄서 지치는데 말이다. 그러던 중에 린짱이 그랩 택시가 아닌 VinFast라는 새로운 택시로 예약에 성공했다. SM Green Taxi라고 해서 베트남에서 새롭게 시작한 전기차 택시라는데, 파란 디자인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데다가 탑승하자마자 답답했던 가슴을 트여주는 듯한 시원한 향기가 났다. 아마도 박하향인 듯싶다. 나중에 탄 VinFast 택시에서도 똑같은 향이 나는 것을 보니, 이 회사의 방침인 것 같았다. 내부도 깨끗해서 좋았다. 하노이에서는 못 본 택시인데, 린짱이 말하길 아직 시작한 지 별로 안 되었고 홍보도 많이 안 되었다고, 사실 그랩보다 이 택시가 훨씬 좋다고 했다.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 10시에 껌핸(Com Hem)으로 아주 늦은 저녁을 먹었다. 나는 자기 전에는 무조건 배고픈 상태여야 잠이 와서 아무리 배고파도 밤에는 음식을 안 먹는데, 이거는 싹싹 긁어 먹었다. 역시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음식도 잘 넘어가는 것 같다.


다음 날에는 아침을 먹기 전에 루프탑에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다. 나밖에 없는 수영장에서 멀리 다낭 바다를 바라보며 물놀이를 하니 좋았다. 사파에서는 수영장이 추웠는데, 여기는 날씨가 더워서 수영장 물도 따뜻해서 포근한 느낌도 들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수영은 조금만 하고 바로 내려와서 호텔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내가 수영할 때 먼저 조식을 먹으러 간 동생들이 표정을 찌푸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조식이 맛이 없다며, 방 안에서 후에에서 가져온 분보후에를 먹는단다. 그래도 조식이 방값에 포함됐으니 한번 먹어보자 싶어 혼자 내려가서 먹었는데, 종류도 별로 없고 과일은 말라 있고 다른 음식들도 웬만한 음식은 맛있게 먹는 나한테도 정말 맛이 없었다. 나도 올라와서 분보후에를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먹었다. 역시, 후에 음식 짱. 후에 최고.


나만 이용한 호텔 수영장


기존 호텔을 연박 예약을 못 해서 점심에는 다른 숙소로 옮겼다. 두 번째 호텔은 첫 번째보다는 시설이 좋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좋았다. 다음 날 조식도 먹을만했고. 숙소를 옮기고 나서는 다 같이 마사지샵에 가서 발마사지를 받았다. 'mojo'라는 시설 좋고 유명한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받았는데, 김찌의 인맥으로 할인을 받아 1인당 670,000동짜리 마사지를 250,000동(한화 약 12,500원)에 받았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준 데에 대한 보답으로 마사지 비용은 내가 냈는데, 나는 팁까지 내가 내려고 했는데 동생들이 나 모르게 이미 팁을 먼저 다 계산해 버렸다.


마사지샵^^


호텔로 돌아와서 저녁으로 남은 후에 음식을 먹고, 치킨도 시켜 먹었다. 치킨을 사 주려고 했는데 동생들이 돈을 받지 않으려 했다. 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돈을 쥐여 줬다. 서로 돈을 받아라 싫다 밀당하다가 결국 내가 이겼다! 호텔 비용도 내 몫은 내가 내려고 했는데, 동생들이 끝까지 돈을 받지 않으려고 해서 포기했다. 대신 한국에 놀러 오면 내가 숙소를 다 제공해 주겠다고 훗날을 기약했다. 그렇게 훈훈하게 여행을 마무리했다면 참 좋았겠지만...


맛있었던 치킨^^


맛있게 치킨을 먹고 난 후 나한테 온 한 통의 이메일을 읽고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예약한 다낭-하노이 Vietravel(비엣트레블) 항공이 35분 연착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다낭에서 저녁 7시 10분에 출발, 하노이에 8시 반에 도착 후 11시 35분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일정에서 다낭 출발 비행기가 35분 연착되는 바람에 하노이 도착이 밤 9시 5분이 되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시간이 2시간 30분이 남는 것이다. 하노이 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 터미널이 따로 있긴 하지만, 그래도 터미널 간 무료 셔틀버스가 있고 버스로 5분 거리기 때문에 35분 연착은 큰 문제가 아니긴 했다. 내가 정말 걱정되는 건, 여기서 또 연착이 되면 한국행 비행기를 못 타게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다들 기도해요. 더 연착 안 되길!"

"네, 열심히 기도할게요!"


우린 모두 무종교지만 그래도 하나님 알라신 부처님께 기도를 드렸다. '제발 비엣트레블이 더 이상 연착 안 되게 해 주세요'라고. 그래도 누군가와 같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혼자였으면 노심초사하며 짜증만 내고 스트레스도 훨씬 받았을 텐데, 옆에 동생들이 있으니 덜 짜증스럽고 이런 긴장되고 걱정되는 순간에도 웃을 수 있으니 말이다.


다음 날, 결국 우려하던 상황을 맞게 됐다. 또, 또 연착이 되어 버린 것이다. 35분이 추가로 연착되어, 내 일정은 하노이 9시 45분 도착이 되었다.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국내선 터미널인 1 터미널에 내려 국제선인 2 터미널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가능할까? 항공사 직원이고 다낭 공항에서 일을 하는 황에게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1시간 50분 안에 한국행 비행기로 환승하는 게 가능한지 물어봤다.


"가능... 하기는 해요. 기내 가방만 가지고 가고, 비행기에서 내려서 버스 안 타면. 그런데 아마... 버스 탈 거예요. 그리고 또 연착될 수 있어요."

"아... 정말 베트남 저가 항공은 연착이 너무 심하네요."

"선생니이임... 왜 비행기 예매를 그렇게 했어요 ㅠㅠ"

"그러게요. 안전하게 할 걸 ㅠㅠ"


다른 나라는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베트남 저가 항공은 비행기에서 하차 후 항공사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가야 한다. 황이 말하는 버스가 이 버스다. 그런데 내 짐은 비엣트레블 기내수하물 허용 무게인 7kg를 넘은 10kg이었고, 베트남에서 저가항공을 타며 비행기 하차 후 공항까지 버스를 타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하노이 공항 도착 후 한국행 비행기인 베트남 항공 탑승 전까지 남는 시간은 1시간 50분. 환승이 불가능한 시간은 아니지만, 이 비행기 하차 후 버스를 타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셔틀버스 탑승 시간이 문제였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셔틀버스를 타야 제대로 환승을 할 수 있었다.


귀국 전 하노이에서 그냥 1박을 할걸 왜 이렇게 안일하게 표를 예매했나 하는 후회를 함과 동시에 일정대로 귀국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여행자 보험에 관련 보장 사항을 알아보니 연착이 4시간 이상 될 경우에만 숙박비와 교통비가 최대 30만 원 지원이 된다고 한다. 하노이 - 한국행 비행기 항공사인 베트남 항공에 이런 사유로 항공권을 다음 날로 바꿀 수 있는지 인터넷으로 문의하니, 베트남 항공 지점에 직접 와서 문의를 해야 한단다.


"아이고. 린짱! 황! 김찌! 이제 다시 기도해요! 비엣트레블 연착되지 말라고 하지 말고, 베트남 항공 연착 되라고!"

"네, 기도할게요. 베트남 항공 연착되게 해 주세요!!"

"제발 연착되게 해 주세요."

"아멘!"


이렇게 참 민폐스러운 기도를 하며 어쩔 수 없이 하노이에서 학생들에게 받은 선물을 린짱, 황, 김찌에게 나눠 주고 굳이 가지고 갈 필요가 없는 물건도 최대한 나눠 줬다. 다낭 공항에 도착 후 비엣트레블 고객센터에 가서 나중에 여행자보험 청구 시(나는 보험료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안 됐지만, 혹시 모르니까) 필요할지도 모를 연착 확인서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베트남 항공 고객센터에 가서 연착 확인서를 보여 주며 혹시 표를 내일로 바꿀 수 있는지 물어봤다. 김찌와 황은 일이 있어서 먼저 갔고, 이 모든 것은 옆에서 린짱이 통역하며 도와줬다. 나는 영어도 베트남어도 이 모든 걸 설명하고 알아들을 만큼 잘하지 못했기에, 린짱이 옆에 있는 게 심적으로도 실제로도 큰 도움이 됐다.


"잠시만요. 표를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해 볼게요." (*직원은 베트남어로 말했지만, 편의상 한국어로 씁니다)


담당 직원이 이렇게 말한 지 5분, 10분이 지났다. 답답한 마음으로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노이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1주일 후까지 모두 매진이에요. 혹시 하노이로 가고 바로 다낭에서 한국으로 가시는 건 어때요?"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럼 너무 좋죠!"

"가능한지 한번 알아볼게요."


단비 같은 방법이 있다는 걸 듣고 또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훨씬 더 많이 기다렸다. 일부로 다낭 공항에 일찍 왔는데, 이거 때문에 탑승 시간도 촉박해질 것 같았다. 어디 앉아 있을 수도 없고 그냥 베트남 고객센터 앞에서 서서 기다린 지 한 20분 정도 지나자, 직원이 드디어 다시 말을 걸었다.


"오늘 다낭에서 한국으로 갈 수 있어요. 대신 30만 원을 더 내셔야 돼요."

"아, 그래요? 고민되네요."

"언니, 안 돼요. 30만 원은 너무 비싸요."


나는 30만 원을 더 내고 안전하게 한국으로 귀국할지, 30만 원을 아껴 내 운을 걸고 하노이-한국행 비행기에 도전할지 고민했는데, 린짱은 옆에서 이건 아니라고 만류했다. 그때, 일이 끝나고 나를 배웅하러 황이 다시 왔다. 황도 30만 원을 더 내는 건 너무 비싸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한번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괜찮을 거예요. 모바일로 체크인을 미리 했고 위탁수하물로 부칠 짐도 없으니까 하노이 국제선 터미널 가서 베트남 항공 카운터 안 들어가고 바로 출국 심사 받으러 가도 되니까요!"

"선생님, 무슨 말이에요? 항공 카운터 꼭 가셔야 돼요! 안 가면 안 돼요. 비행기 탑승 1시간 전까지 무조건 항공 카운터에 가야 돼요!"


내 말을 들은 황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베트남 항공 고객센터 직원에게 물어보니, 정말로 항공 카운터에 필수적으로 가서 발권을 받아야 했다. 이제까지 베트남에서 저가항공을 탈 때는 위탁수하물이 없고 모바일로 체크인을 먼저 한 경우에는 항공 카운터에 가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몰랐었다. 황이 아니었으면, 정말 어이없는 실수로 한국에 못 갈 뻔했다.


베트남 항공 고객센터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써서 황급히 비엣트레블 비행기를 타러 가야 했다. 동생들과 감동의 작별 인사를 할 틈도 없었다.


"선생님, 베트남 항공 발권 성공하고 꼭 바로 연락 주세요!"

"언니! 꼭 오늘 한국 가세요!"

"네, 너무 고마워요. 연락할게요. 그리고 베트남 항공 연착되게 해 달라는 기도 계속하세요!"


혼자가 되자 그나마 평정심을 유지했던 마음이 쿵쾅쿵쾅 하기 시작했다. 비엣트레블은 마지막까지 문제였다. 처음에 안내했던 탑승구에 비엣트레블 이름이 없어졌다. 무슨 일인지 안내 방송도 없어 당황스러웠다. 탑승 시작 바로 전에야 바뀐 탑승구가 몇 번인지 안내판에 떴다. 내 다시는 비엣트레블을 이용하지 않으리. 8시 45분 출발 예정이었던 비엣트레블은 기어코 거기서 10분을 더 연착한 후, 9시 55분에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를 타는 건 여러 번 겪어도 항상 설렜다. 국제선이든 국내선이든. 이착륙을 할 때는 더 설렜다. 그런데 이번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빨리 출발해라, 빨리 도착해라'만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하노이에 착륙 후, 역시나 밖에서는 우리를 공항 건물로 데려갈 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나는 가장 빨리 내릴 수 있게 버스 출입구에 자리를 잡았고,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내려서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터미널 1에서 2로 가는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가자 힘이 빠졌다. 최소 버스가 두 대는 와야 내 차례가 올 만큼 줄이 길게 서 있었다. 순간 내 사정을 말하고 앞사람에게 양해를 구할까 고민도 됐지만, 그렇게 되면 뒤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민폐이기 때문에 그냥 기다려 봤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그랩 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바로 잡혔고, 나는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님에게 말했다.  (*역시 모두 베트남어로 말했지만, 편의상 한국어로 씁니다)


"기사님! 저 20분 뒤에 비행기 타야 돼요! 빨리 가 주세요!!"(체크인 마감 20분 전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말이 급해서 그냥 이렇게 말했다. 근데 알고 보니 체크인 마감 10분 전이었다.)

"20분? 20 부우운?"


기사님은 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액셀을 밟았다. 터미널 1을 나가며 통행료를 낼 때 톨게이트 직원에게 "이 사람 비행기 타기 20분 전이에요! 빨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순식간에 터미널 2로 도착했는데, 입구에 차들이 너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정차할 곳을 찾을 시간도 없었다.


"그냥 내려요! 내려서 달려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기사님 말대로 짐을 가지고 그냥 내려서 달렸다. 다행히 들어가자마자 베트남항공 카운터가 보였고, 줄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숨을 몰아 쉬며 카운터로 직행했다.


"안녕하십니까. 새벽 1시 반 출발 한국행 승객이신가요?"

"아니요, 11시 35분 출발이요."

"헛, 아아... 네."

"지금 체크인 되는 거 맞죠? 저 괜찮은 거죠?"

"네. 괜찮으십니다. 부치실 짐 있으세요? ^^"


그때 시간이 체크인 마감 5분 전인 10시 30분이었다! 나는 시간 내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직원의 미소에 긴장이 확 풀려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원래는 3시간 전 도착인데, 연착이 돼서 늦었어요. 1시간이 넘게 연착이 돼서... 저 너무 걱정했어요. 비행기 놓칠까 봐. 너무 다행이에요 ㅠㅠ"

"그러게요. 다행이에요!"


출국 심사와 짐 검사를 끝내고 나오니 이미 탑승이 시작되어 절반 이상의 승객이 들어간 후였다. 나는 역시나 가장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탔다. 느긋한 여행을 즐기다가 마지막에 정말 스펙터클한 여행이 되었다. 몸은 너무 지쳤지만, 다행히 원래 일정대로 한국으로 올 수 있어서 이런 정신없고 긴장되는 경험도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다음부터는 환승 비행기는 최소 1일의 여유 시간을 남기고 예매하리!


아무튼, 이렇게 베트남 여행을 잘 갔다 왔다! 이번 여행에서 충전한 에너지로 다음 학기도 바쁘게 파이팅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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