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게 편지를 쓰다.
지난 금요일 늦은 오후였다.
엔지니어 매니저, 엔지니어 두 명, 디자이너, 그리고 콘텐츠 전략 담당과 함께 두 시간 가까이 깊은 논쟁에 빠졌다. 결국 엔지니어 한 명이 끝까지 반대하다가 결론을 못 낸 채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금요일 늦은 저녁에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팀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그 엔지니어와 엔지니어 매니저에게 고맙다는 이메일을 따로 썼다. 두 가지가 고마웠다. 물러서지 않고 논쟁했다는 점. 그리고 끝까지 동의하진 않지만 팀의 의지를 존중하고 일에 전념하기로 빠른 결정을 내렸다는 점.
내친김에 그 이메일을 조금 더 발전시켜 아예 팀 전체에게 편지를 써서 돌렸다. (이런 메시지는 보통 페이스북 회사 계정으로 그룹 포스팅을 한다.)
아래는 그 편지의 번역 전문, 그리고 그 아래에는 오바마의 맥케인 추도 연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엉망인 영어 편지이지만 원문도 맨 아래에 붙여 넣었다.
회사의 문화에 대한 정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문화란 당신의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의 총합이다." - Chris Cox
지난주, 팀과 생산적이었지만 꽤 뜨거웠던 논쟁을 한 후 주말 동안 이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의 그 뜨거웠던 논쟁은 제가 주변의 사람들과 어떤 순간순간을 보내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해줬습니다. 바로 뜨겁게 논쟁하고, 반대할 때는 분명히 반대하고,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일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훌륭한 프로덕트에 논쟁은 필수입니다. 뜨거운 논쟁과 저항 없이 생긴 프로덕트는 본 적이 없습니다. 반면에 모두가 잘 될 거야,라고 동의했지만 실패한 프로덕트는 제가 많이 만들어 봤습니다.
피드백을 잔뜩 받아서 망친 기분이 드는 회의를 나설 때마다, 사실 여러분이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게 될 확률은 올라갈 뿐입니다. 더 가혹한 시험대에 오를수록, 더 많은 불확실성이 확실성으로 변하고 여러분의 프로덕트에 디테일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은 결코 즐겁지 않지만, 그 과정을 거친 결과물은 즐거울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일을 할 때 우리의 기분을 최적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분이 아니라 결과를 최적화해야 합니다.
지금 뜨겁게 논쟁하세요. 그러면 나중에 훨씬 더 즐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논쟁을 영원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논쟁이 중요한 만큼, 우리는 실행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우고 큰 임팩트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는 일에 전념해야 합니다.
논쟁에 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논쟁했다는 자체로서 이미 그 가치가 있습니다. 변증법과 비슷합니다. 여러분의 '반'은 '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끔 했고, 더 좋은 결과물인 '합'을 이끌어 냈습니다. 설령 결론이 바뀌지 않았더라도 여러분의 반대는 그 결론을 더 깊이 있게 만들었습니다.
꿍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 프로덕트가 실패하길 은근히 기대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실패 자체는 누군가의 옳고 그름을 대변해 주지 못합니다. 성패의 열쇠는 이론이 아니라 실행에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은 논쟁의 결론이 아니라 그 이후의 실행에 의해 완성됩니다.
다만 이것은 팀이 속도를 내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잘못된 결정이 결정을 못 내리는 것보다 낫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논쟁은 도움이 되긴 하지만 너무 오래 할 경우 독이 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난 반댈세, 하지만 그렇게 하도록 도와주도록 하지'라고 말하세요. 팀이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뜨겁게 논쟁합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일에 전념합시다. 그렇게 뜨겁게 '달궈진' 회의실을 나설 때마다, "훗, 시작이 좋군"이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해보세요. :)
"Debate, Disagree & Commit" 하면 사실 Amazon의 Jeff Bezos가 2016년 주주에게 쓴 편지에 나온 문구로 가장 유명하다. 그런데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Barack Obama와 John McCain의 라이벌 관계, 그리고 맥케인이 죽기 전 오바마에게 추도 연설을 부탁한 점, 그리고 그 추도 연설 자체가 먼저 떠오른다.
(Image Source - The New York Times)
Debate, Disaree & Commit라는 말에 원칙적으로 딱 들어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들이 경쟁자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모습—그리고 그것을 끝내는 모습—이 총체적으로 그 정신을 더 오롯이 잘 담아내는 것 같다.
연설 중에도 비슷한 의미의 내용이 여러 번 나온다.
President Bush and I are among the fortunate few who competed against John at the highest levels of politics. He made us better presidents just as he made the Senate better, just as he makes this country better.
부쉬 대통령과 나는 존과 정치적으로 최고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운 좋은 사람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우리를 더욱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었죠. 그가 상원을 더 좋게 만들었던 것처럼. 이 나라를 더 좋게 만들었던 것처럼.
...throughout my presidency John never hesitated to tell me when he thought I was screwing up, which by his calculation was about once a day. But for all our differences, for all of the times we sparred, I never tried to hide, and I think John came to understand the long-standing admiration that I had for him.
대통령 임기 내내 존은,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이 들면 언제든 주저하지 않고 지적했습니다. 그의 계산에 의하면 대략 하루에 한 번은 꼭 그랬다네요. 하지만 그런 모든 차이점에도 (이 직전에 오바마는 자신과 맥케인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모든 티격태격 논쟁에도 나는 숨으려 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존은 내가 그에게 가지고 있던 오랜 존경심을 결국 이해하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And finally while John and I disagreed on all kinds of foreign policy issues, we stood together on America's role as the one nation, believing that with great power and great blessings comes great responsibility.
우리는 모든 외교 정책 사안에 대해 서로 반대했지만, 미국의 한 나라로서의 역할을 위해서 힘을 합했습니다. 위대한 힘과 축복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함께 믿었습니다.
We would talk about policy and we'd talk about family and we'd talk about the state of our politics. And our disagreements didn't go away during these private conversations. Those were real and they were often deep. But we enjoyed the time we shared away from the bright lights and we laughed with each other and we learned from each other and we never doubted the other man's sincerity or the other's patriotism or that when all was said and done, we were on the same team. We never doubted we were on the same team.
(오바마 임기 중에도 맥케인이 백악관에 종종 찾아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는 정책, 가족, 그리고 정치 현황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적인 대화를 할 때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 반대했죠. 반대는 진지했고 때로는 심오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떨어져 나눈 그 시간을 마음껏 즐겼고, 웃어댔고,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진정성과 애국심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는 같은 팀이었어요. 우리는 우리가 같은 팀이란 걸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장례 추도 연설이지만 미국인들 답게 유머도 놓치지 않는다.
...It showed his irreverence, his sense of humor, a little bit of a mischievous streak. What better way to get a last laugh than make George and I say nice things about him to a national audience?
(맥케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오바마에게 장례 추도 연설을 부탁했다는 점)은 그가 얼마나 뻔뻔하고 짖꿎은지 보여줍니다. 그 특유의 유머감각을 보여 주죠. (치열한 경쟁자였던) 부쉬와 나로 하여금 전 국민들 앞에서 그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하게 마지막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어요!
맥케인은 2017년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한 표가 중요했는데, 우군이라고 생각했을 공화당에 에라 엿 먹어라, 하고 반대표를 던졌다. (당연히 확실한 생각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느낌은 그랬다.) 물론 당시 대통령이 트럼프였다는 것도 큰 이유였을 것이다. 아무튼 강단이 있는 사람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오바마의 맥케인 추모 연설 동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스크립트는 여기에 있다.
아래는 팀에게 쓴 편지 원문이다.
My favorite definition of company culture is this:
“Culture is the sum of every moment you spend with people around you.” - Chris Cox
Following up a contentious yet productive debate I just had with the team last week, I came to recollect this quote over the weekend. The conversation with the team was a good reminder how I would want to spend my time with the people around me: Debate, Disagree and Commit.
Debate is essential to great products. I don't recall any awesome products that came without grueling debate and challenge. On the contrary, I can recall many failed products that I PM-ed, thinking it was so great that everybody agreed that the product was going to be awesome.
Every time you walk out the door feeling awful that a review didn't go well with so much feedback, your chance to make greater impact only increases. That's because the more you're challenged, the more unknowns become known and the more details are put into the product. That process isn't pleasant, but the final outcome after the process will be.
When we build, we tend to optimize for our own feelings. We should optimize for the result.
Debate hard now, and you will enjoy much more later.
This is very important because we can't debate forever. As much as debate is important, we will learn and make the most impact by executing. This requires the moment when you just need to disagree and commit.
It isn't about losing the debate. The fact that we've debated added much value already. It is a part of dialectic product building. Your 'antithesis' already played a role to revisit the 'thesis' leading to the 'synthesis,' presumably a better decision. Even if it never changed, your challenge added more depth to the decision.
It isn't about holding a grudge, wishing that the product would fail so that you can prove you were right. The failure doesn't imply anyone was right or wrong because the key is always in execution rather than in theory. The success is completed by the implementation, not by the decision.
It is about helping the team accelerate. Many already know that a bad decision is better than no decision. Debate is helpful, but it will quickly become toxic once it's held too long. Before hitting that threshold, say you'd disagree and commit. That's one of the most powerful ways to help the team execute fast without losing depth.
Let's debate hard, disagree (if have to) and commit. Every time you walk out the door of a 'heated' meeting room, tell yourself that you are off to a great start. :)
(Cover Image Source - V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