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harge 14일 차: 교황 알현 > 로마 도보 여행
전화기가 제멋대로 공장 초기화되는 바람에 미처 백업하지 못했던 지난 5일간의 사진이 (영원히)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예쁜 사진들이 눈에 아른거려 무기력해졌다. 아내가 간간히 찍은 사진이 조금 남아 있지만, 이번 여행에서 사진을 맡은 나의 폰에 저장되었던 수 백장에 비할 바 아니다.
즐거웠던 여행에 갑자기 드리워진 상실감과 우울함을 떨쳐내기 어려워 약 한나절 동안 방황했다. 고작 그깟 멍텅구리 전화기 하나 때문에 남은 여행마저 망칠 수는 없다, 고 정신 차리기까지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Recharge 14일 차"는 바로 그 잃어버린 5일 중 첫째 날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5일간의 모든 사진은 조금 남아 있던 아내의 작품(?)들이다.
본능: 재밌게 놀고, 맛있는 거 먹고, 편하게 자고,
사랑: 감탄하고, 사진으로 담고, 소중히 추억하고,
일/성취: 산 정상도 오르기도 하고, 막차에 가까스로 뛰어오르기도 하고, 새로운 액티비티에 도전도 하고,
연대/나눔: 그런 경험과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훗날 다른 여행객을 위해 기록하고 나누는 것.
"그 네 개만으로는 힘들고 괴로운 삶을 표현할 수가 없어요."
"니 마음대로 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