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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 Sep 23. 2024

자작시

안개꽃


연분홍 저고리에 하얀 치마를 입

시고 막내며느리 보고 싶어 찾

아 오신 어머니


기차를 타고 오셨을까?

버스를 타고 오셨을까?


그것도 아니면

신선처럼 구름을 타고 오셨나


봄이 지고 가 버린

꽃잎들 사이로 사뿐히 오셨을

어머니


긴 병마와의 사투에서

힘들게 부여잡고 살아오신 끈 하나

맥없이 놓쳐 버리고


4년 전 그렇게 떠나셨던 어머님


비 개인 하늘에 고개 내민 햇살


안개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서는

밝게 웃어 주시는 어머니


살아생전에도 그렇게

막내아들 내외 이뻐해 주셨는데


"아가, 늘 받기만 하고 해 준 게 없어서

미안하구나! 늘 고맙다" 하시던


오늘은 며느리 좋아하는 안개꽃 한아름

고 오셔서 건네신다


꽃 좋아하는 며느리는 신이 나고

아들은 괜스레 구시렁댄다


"아들 힌테는 자주 놀러 오시는데

 며느리한테는 자주 놀러 오시나 봐"


"어머니, 애아빠한테도 자주  오셔서

 궁둥이 한번 다독거려 주세요

 어머니 가시고 엄청 힘들어했어요"


입은 벙긋거리고 어머님과 이야기하는 

대답 소리는 들을 수 없으니 이게 꿈은

는 것 같소



이승에서는 참 많이도 아프셨는데

그곳에서는 이리 건강한 모습을  뵈니

마음이 놓이오


아침 일찍

창문틈 사이를 삐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슬그머니 눈이 떠졌다

이슬 한 방울 베갯잇 사이에 떨어져 뒹군다


이쁜 도라지 꽃처럼 맑은 모습으로

안개꽃 한 다발 건네주시고는

안개처럼 홀연히 사라지신 어머니


"네가 엄마한테 잘해 드려서 그리워

 찾아오셨나 보다! 너한테 인사하려고.."


그렇게 어머님의 꿈이

안개처럼 다가와 안개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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