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저고리에 하얀 치마를 입
으시고 막내며느리 보고 싶어 찾
아 오신 어머니
기차를 타고 오셨을까?
버스를 타고 오셨을까?
그것도 아니면
신선처럼 구름을 타고 오셨나
봄이 지고 가 버린
꽃잎들 사이로 사뿐히 오셨을
어머니
긴 병마와의 사투에서
힘들게 부여잡고 살아오신 끈 하나
맥없이 놓쳐 버리고
4년 전 그렇게 떠나셨던 어머님
비 개인 하늘에 고개 내민 햇살
안개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서는
밝게 웃어 주시는 어머니
살아생전에도 그렇게
막내아들 내외 이뻐해 주셨는데
"아가, 늘 받기만 하고 해 준 게 없어서
미안하구나! 늘 고맙다" 하시던
오늘은 며느리 좋아하는 안개꽃 한아름
안고 오셔서 건네신다
꽃 좋아하는 며느리는 신이 나고
아들은 괜스레 구시렁댄다
"아들 힌테는 자주 안 놀러 오시는데
며느리한테는 자주 놀러 오시나 봐"
"어머니, 애아빠한테도 자주 오셔서
궁둥이 한번 다독거려 주세요
어머니 가시고 엄청 힘들어했어요"
입은 벙긋거리고 어머님과 이야기하는 데
대답 소리는 들을 수 없으니 이게 꿈은
맞는 것 같소
이승에서는 참 많이도 아프셨는데
그곳에서는 이리 건강한 모습을 뵈니
마음이 놓이오
아침 일찍
창문틈 사이를 삐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슬그머니 눈이 떠졌다
이슬 한 방울 베갯잇 사이에 떨어져 뒹군다
이쁜 도라지 꽃처럼 맑은 모습으로
안개꽃 한 다발 건네주시고는
안개처럼 홀연히 사라지신 어머니
"네가 엄마한테 잘해 드려서 그리워
찾아오셨나 보다! 너한테 인사하려고.."
그렇게 어머님의 꿈이
안개처럼 다가와 안개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