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을
쓰다듬는 이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직 뒤척이는 시간
이불 안에서도 오소소 떨리는
초겨울의 새벽
청소부 아저씨는
우수수 떨어지는 늦가을을
온 등으로 맞으며
정성스레 길을 쓸고 있습니다
아저씨는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들을
몇 번의 비질로 길가에 모으는데
바람의 입김을 맞은 낙엽산은
하릴없이 허물어지고 맙니다
말썽쟁이 바람이 낙엽을 날리면
아저씨는 다시
낙엽을 모으기를 반복합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점퍼 주머니에서 꺼낸
따끈한 핫팩을
아저씨에게 내밀지요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걷는 이 길이
누군가가 수천 걸음을 오가며
쓰다듬어 만들어 낸 길이라는 것을
내가 걸어온 이 계절 위에
그토록 부지런한 누군가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 긴 겨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 길 위에서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바람이 흔든다고
당신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내가 누군가를 응원하듯
당신도 그렇게 나의 걸음을
응원한 적이 있었겠지요
지나간 길을
가만히 돌아보았을 때
오늘의 이 길 위에서의 다짐이
당신의 가장 빛나는 첫걸음이기를
나의 미소로 알게 합니다
※ 하릴없이:
달리 어떻게 해야 할 도리가
없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