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2026년 첫 자작시)

by 문학소녀




이른 새벽

아직 걸어보지 못한 길을

쓰다듬는 이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직 뒤척이는 시간

이불 안에서도 오소소 떨리는

초겨울의 새벽


청소부 아저씨는

우수수 떨어지는 늦가을을

온 등으로 맞으며

정성스레 길을 쓸고 있습니다


아저씨는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들을

몇 번의 비질로 길가에 모으는데


바람의 입김을 맞은 낙엽산은

하릴없이 허물어지고 맙니다


말썽쟁이 바람이 낙엽을 날리면

아저씨는 다시

낙엽을 모으기를 반복합니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점퍼 주머니에서 꺼낸

따끈한 핫팩을

아저씨에게 내밀지요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걷는 이 길이

누군가가 수천 걸음을 오가며

쓰다듬어 만들어 낸 길이라는 것을


내가 걸어온 이 계절 위에

그토록 부지런한 누군가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 긴 겨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이 길 위에서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바람이 흔든다고

당신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내가 누군가를 응원하듯

당신도 그렇게 나의 걸음을

응원한 적이 있었겠지요


지나간 길을

가만히 돌아보았을 때


오늘의 이 길 위에서의 다짐이

당신의 가장 빛나는 첫걸음이기를

나의 미소로 알게 합니다


※ 하릴없이:

달리 어떻게 해야 할 도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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