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깡통으로 만든 소녀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계절을 들고 서 있다.
줄에 묶인 강아지는
소녀의 둘도 없는 벗이다.
그 옆
숨을 가진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왔다.
수염이 미세하게 떨리고
세상을 향한 호기심에
눈이 반짝이고
작은 발끝 사이에 작은 용기가
맺혀 서 있다.
멈추어 있는 것들과
살아 움직이는 것들 사이에서
시간이 살짝 갈린다.
깡통소녀의 녹슬지 않는 미소와
강아지의 고정된 시선 끝에서
고양이만이 지금 이 순간을 건넌다.
생은 그렇게
조용히 숨으로 증명되고
조용히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