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독서결산

책에서는 언제나 내 삶에 맞닿은 좋은 문장을 보게 된다.

by 치읓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살라는 아름다운 협박들
- 유지혜


2025년 각 달에 읽은 책이나 글 중 좋았던 것 가져왔습니다.

이것들을 곱씹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깐 이것 만큼 2025년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게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1月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진정한 유토피아란 ... 오히려 장애와 더불어 차별을, 사랑과 더불어 배제를, 완벽함과 더불어 고통을 함께 붙잡고 고민하는 세상일지 모른다고


단편은 진득하게 못 읽는 성향이라서 정말 오래 걸려 겨우 다 읽었다.

누군가 가장 좋았던 책을 물어보면 항상 김초엽 작가님의 『지구 끝의 온실』을 대답했고, 실제로 그 책은 내 신념 같은 걸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 이 책은 질질 끌면서 읽어서인지, 단편 특성상 몰입이 덜 해서 그랬는지 전체적으로 그저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초엽 작가님이 적어 내려가는 세상은 정말 좋다.

유토피아를 꿈꿀 수 없는 세상에서도 굳이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 대해 적는 작가님

그걸 읽음으로써 다시 한번 '그래 이런 게 가치 있는 것들이었지' 하게 되는 것

그런 게 참 좋다.

낭만이라는 게 이제는 조금 뻔한 말이 된 것 같아도 여전히 낭만을 좇는 사람들이 좋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인데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현실적인 것들 앞에서 불안하고 무너지는 순간이 오게 되니까 더더욱 마음속에는 낭만을 품고 있어야겠구나 때때로 현실과 타협하게 되어도 그게 전부인 양 살진 말아야겠구나 생각한다.





2月 - 『여덟 단어』, 박웅현


https://brunch.co.kr/@chuit/5


입이 닳도록 말하고 지겹도록 썼던 책




3月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가장 선량하고 아름다운 열망을 끄집어내 한순간 반짝 빛을 더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망하지 않고 굴러간다.


​​

꼭 방탄소년단 <소우주> 가사가 떠오르는 문장


요즘은 왠지 그들의 가사나 속얘기 같은 것들이 좀 와닿는 시기를 살고 있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당시에는 '뭔 소리;' 했던 '세상을 씹어 먹을 거라던 우리 둘의 포부' 이런 가사들도 어떤 느낌인지 조금은 알겠기도 하고

생각날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보는 좋아하는 이 글도 여전히 자주 들여다본다.



이십 대 중반 언저리 그 어딘가에 머물며, 내가 나로서 온전히 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만히 고민하고.
이상은 높고 멀되 현재와 현실에 담근 두 발은 꼭 놓지 않고 열심히 무엇인가 빛나는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믿으면서.
하루하루 눈물도 웃음도 아닌 애매한 그 어디쯤을 왔다 갔다 하지만은, 당장 손에 잡히는 것들을 쥐고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 난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꼭 내 시간에 맞추어서 감기어 돌아가고 있다고요



스무 살 때쯤에도, 혼자 공부하던 때도, 지금도 같은 감정을 자주 느끼고 그럴 때마다 이 문장들을 꼭꼭 씹어서 느낀다. 잘하고 있는 걸까 불안하거나 제대로 사는 걸까 싶어 조급할 때 그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좀 붙잡아주는 느낌​





4月


@word.note

​​


<원더>라는 영화에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땐 친절함을 선택해라'는 대사가 있다.

그리고 '원칙은 큰일들에나 적용할 것 작은 일들에는 자비심으로도 충분하다'는 말도 있고

이런 말들을 가슴에 새기면서 살려고 한다. 모난 사람이 아니라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하지만 다짐과는 별개로 속 좁게 굴 때도, 막 못되게 굴 때도 있어서 그 괴리감에 자주 찝찝한데 그래도 새해를 핑계로 또 한 번 다짐할 수 있으니까 다짐해 보자면, '사람들을 위해 문을 잡아줄 수 있는' 선함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5月




​당시에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하고 떠나고 떠나보내면서, '영원히 말고 잠깐 머무는 것에 대해 생각해' 이렇게 시작하는 이 글이 꽤 맘에 걸렸었다.



6月 - 『이 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이들의 평온함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것임을 아는 이들의 온화함


어떤 책을 펴든 언제 읽든 책에서는 언제나 내 삶에 맞닿은 좋은 문장을 보게 되고 그게 책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리고 가장 가성비 있게 '올바른 나'로 바로 설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저렇게 온화하고 인자하고 품위와 여유를 가진 사람이다.

그런 건 대체로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인상인데, 매 순간 저럴 순 없겠고 대화를 해보면 다른 면도 있겠으나 어쨌든 그런 인상을 풍기는 어른들이 좋다. 왠지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교장 선생님이 가질 법한 그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들





7月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블로그에서 해당 책에 대한 글을 써서 첨부합니다.



위 글에는 적지 않은 별개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책을 계기로 에세이를 좋아하게 됐다.

그전까지는 소설 그중에서도 장편 현대 소설만 좋아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것들은 자리 잡고 앉아 한번에 끝내 버려야 하다 보니 책을 자주 못 읽었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에세이도 소설만큼이나 좋은 문장, 어쩌면 더 깊이 있는 문장이 많고 무엇보다 호흡이 짧아서 더 쉽고 빠르게 이성과 감성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에세이가 참 좋아졌다.



8月


@haajjin


패션에 대한 귀여운 글

보고 고개 끄덕이면서 캡처했다.

언젠가 꼭 패션과 관련된 일을 할 거야

하고 싶어라고 말하려다가, 1초 만에 기세 있는 생각으로 바꿨어요.

꼭 해야지.

나도 버터 살 돈이 없어도 새틴 샌들을 사는 멋쟁이 할머니인 편이 좋으니까



9月 - 모순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이맘때 즈음 경험이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하필이면 그때 내 손에 들어온 책

실제로 요때 생각만 하던 것들을 하나 둘 시작해 보았고 그러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즐거운 경험들도 하였다. 앞으로도 내 삶의 양감이 점점 더 늘어나길 바라



10月 - 우정 도둑


멋대로 재단하는 냉소에 맞서 더 활짝 웃어요.


​​

처음에 읽고 정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형광펜조차 못 그었던 부분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나 역시 정확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사회에 처음 나갈 때도 조심하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건, 그렇게 오해할 사람은 오해하게 되어 있고 아닌 사람은 아니라는 거다. 중요한 건 나와 맞닿은, 관계 맺은 사람들과 어떻게 잘 지내느냐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좀 편하게 먹게 됐고 내가 가진 좋은 면은 더 잘 간직하기로 했다.

어쨌든 살면서 가장 존중하고 싶은 가치는 선함이니까 그러니깐 나도 냉소에 웃어 보이는 품위를 가진 어른이 되자고 또 다짐하는 거다.





11月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어디 가서 말하기는 좀 민망하지만 반 고흐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오래 책장에 꽂아만 두었다가 에세이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드디어 열어볼 수 있었다. 그리구 이 책이 더 재밌는 건 도록 펴두고 그림도 같이 보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 정말 상상도 못 해본 즐거움이다

읽다 보면 좋은 문장들이 정말 많고 좀 슬픈 기분도 자주 느끼는데, 특히 고흐가 자꾸만 다짐을 하고, 희망을 품고, 그걸 마치 스스로에게 주문 걸 듯 테오한테 적어 내려갈 때 그때 되게 무거운 마음을 느낀다. 일단 그 끝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고, 또 그 마음을 모르지 않아서다. 불안하고 확신이 없어도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는 이유로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시기. 그냥 그때의 다짐들이 가슴에 조금 박힌다.





12月 - 이토록 평범한 미래


https://m.blog.naver.com/chaen28_/224129472611

마찬가지로 이 책도 블로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어 첨부합니다.




끝으로 이건 제 추구미예요.

책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 책이 아니면 안 되는 순간들이 있으니 때로는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는데 ... 유난일까 봐 그냥 참습니다.

책 좋아하시는 분들 더 많이 허슬 합시다!

새해에는 저의 오랜 목표인 세계문학을 적어도 두 권은 읽을 수 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