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Apr 10. 2019

미토콘드리아 라이징

슈퍼 블라드 문

그 백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다는 월식. 슈퍼 블라드 문.

그게 오지 않았으면 나는 절대 밤하늘을 보기 위해 망원경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망원경을 사지 않았다면 나는 절대 앞 동 그 여자가 사는 아파트 거실을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가 사는 아파트 거실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그 여자가 어떤 대머리 중년 남자와 섹스를 하는 광경을 목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와 대머리 남자의 섹스를 목격하지 않았다면 그 배불뚝이 대머리 남자가 그 여자를 괴롭히는 사디스트라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자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여자가 나름 매력 있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섹스에 내가 흥분한 수탁처럼 목덜미가 피에 몰려 붉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그 여자에게 절대 접근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 여자에게 접근했다. 퇴근길 집 앞 슈퍼의 청과물 코너에서 그 여자가 과일을 사려고 이것저것 들어보는 광경을 보았을 때 나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몰래 그 여자 곁으로 가서 마치 나도 과일을 사려는 양 과일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여자가 과일을 집으려 허리를 숙였을 때 나는 여자의 목덜미가 너무도 하얀색이어서 기뻤다. 그 피부는 곱고 매끈하며 마치 촛농을 떨어뜨려 만든 것 같았다. 그때 여자의 목덜이 안으로 붉은 것이 번쩍였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배불뚝이 대머리가 채찍으로 여자의 등을 때려 난 자국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왠지 여자에 대한 동정심이 치밀어 오르며 괜히 눈물이 왈칵 나올 것만 같았다.


여자는 과일 몇 알을 집어 들고는 허리를 폈는데 감사하게도 가슴의 일부를 흘낏 볼 수 있었다. 나는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흔들어 나니 과일 아줌마가 나를 보며 싱글싱글 웃는 것이 아닌가?

"미인이죠?"

"네?"

"이 아줌마요"

과일 아줌마는 여자를 턱으로 가르쳤다. 그러자 여자는 손을 흔들며 사레 짓을 하더니 총총걸음으로 나가 버렸다.

"하여간 남자들은 똑같아. 아저씨는 점잖은 분인 줄 알았는데."

"아니 제가 어쨌길래요?"

"그런 음흉한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면 누가 모르겠어요? 조심하세요. 아니면 사모님한테 일러줄 거야.


아니.

난 아무 짓도 안 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안 했다.

눈 및이 음흉하다니... 

나는 헛헛 헛기침을 하며 괜한 소리로 사람 잡지 말라며 할 수 없이 좋아하지도 않는 과일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정말 과일 아줌마가 마누라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누라에게 과장된 어조로 아 글쎄 과일 아줌마가 사람을 잡네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마누라는 이 인간이 아주 육갑을 떨어요 하는 눈초리로 차갑게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연속극을 보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예방 주사가 되었을까? 나는 가슴을 졸리며 베란다로 나갔다. 그 여자의 아파트는 대각선으로 있는 방향인데 이상하게도 다른 집들에 비해 밝아 보였는데 그건 아마도 커튼을 항상 열어 놓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 후 몇 번 그 여자를 단지 안에서 마주쳤다. 여자가 나를 의식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왜냐하면 마누라와 같이 슈퍼에 갔다 오는 길에 우연히 마주치면 갑자기 말을 멈추고 종종걸음으로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 때문이었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미수범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억울했다. 내가 뭘 어떡했길래?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퇴근길로 단지로 들어오는 길 그 여자를 마주쳤을 때 그 여자는 매우 달라 보였다. 분노하고 절망스러워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씩 웃으며 눈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웃기 직전의 얼굴이 마치 원수를 갚으러 가는 메두사와 같았다면 나를 향해 웃으며 인사할 때는 너무나 너무나..... 섹시해 보였다.


여인이여! 이 건 무슨 시추에이션?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우선 뒤를 살폈다. 행여라도 내 뒤의 다른 사람에게 웃은 것을 오해하면 정말 바보가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 마이 갓!

"아! 네. 네." 우물우물하며 나는 여자의 인사를 받고야 말았다. 그리고 내 심장이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 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내가 불륜의 길로 막 들어가는 중인가? 머릿속으로 영화가 수백 편이 지나갔다.

여자는 푸훗하고 웃더니 방향을 바꾸어 자기 집 쪽으로 가 버렸다.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고 서 있는 나를 남겨두고 말이다.


그날 밤 나는 뒤척거리며 생각해 보고 분석해 보았다. 결론은 하나 그 여자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안다. 내가 결코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그놈도 나와 마찬가지인 배불뚝이 대머리 아닌가 말이다. 솔직히 내 배가 그놈 배보다는 조금 작고, 어리 숱도 내가 그놈보다는 조금 더 많다. 갑자기 자신감이 생긴 나는 그래 어쩌면 나에게는 아직 내가 발견 못한 매력이 있을 수도 있어. 여자들만 알아보는... 그러면서 혼자 쿡쿡쿡 웃었다.  그러자 옆에서 마누라가 저 인간이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고서는 다시 연속극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다음날 난리가 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퇴근하여 집에 들어 서자 마누라가 흥분하여 쇳소리를 내며 단지에 큰일이 터졌다는 것이다. 건너편 아파트에서 어떤 사람이 12층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는 것으로 얼마나 끔찍했는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이 하마터면 떨어지는 사람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었다던지, 관리사무소가 패닉 상태가 되어 소장이 이리 뛰고 저리 뀌었다던지, 소방차가 왔다던지, 앰뷸런스가 왔다던지, 경찰이 왔다던지 하며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고속으로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나는 음, 음, 하며 건성으로 들었는데 자살한 사람이 대머리 배불뚝이라는 장면에서 확 깨었다. 

"대머리?"

"응. 당신보다 훨씬 까졌어. 머리가 깨졌는데, 아우! 정말 징그러웠어"

:어느 동 사람인데?"

"13동"

그래 13동이다. 그 여자가 사는 동. 그래 12층쯤이었던 것 같다. 그 여자가 사는 층.

"가족들은 뭐라고 한데?"

"응. 가족이 조카뻘 되는 여자하고 살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대."

그래 그 여자다. 그 여자.


하지만 이상하다. 만일 여자가 자살을 했다면 이해가 된다. 물론 슬픈 일이 되겠고 생각하기도 싫지만 말이다. 하지만 배불뚝이 대머리 씨가 왜 자살을 하나? 그렇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여자가 있고 여자에게 자기 발가락을 혀로 훑게 하고 심지어 항문에 키스하게 하는 꼴까지 보았는데 말이다. 나 같으면 있던 스트레스도 날아갈 판이다.

뭔가 이상했다. 뭔가 수상했다.

나는 담배 사 온다는 핑계로 집을 나와 슈퍼로 향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아서 과일 아줌마가 나를 보자 자기가 먼저 자살 사건 아느냐며 이런저런 정보를 주는 것이었다. 남자는 여자와 직접적인 혈연관계는 아니며 먼 친척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자가 살고 있던 집에 남자가 방 하나 전세 얻는 내용으로 들어와서 살고 있었다는 모양이다. 외부 사람들에게는 두 사람의 관계를 철저히 숨겼던 모양이고 여자는 30대 초반인데 비하여 남자는 육십이 다 된 사람이라 별 다른 의심을 사지도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뭔가 있어"

과일 아줌마는  콧등에 주름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알지? 내가 한 추리하는 것을 이라는 얼굴로 과일 아줌마는 계속했다.

"가끔 말이죠. 여자가 과일 사러 올 때 보면 얼굴에 멍이 들어 있는 때가 있어요. 아무래도 그 남자가 가끔 폭력을 휘두른 모양이더라고요."

"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쉿! 조용히 해요. 남들 들으면 어떡해요?"

라고 과일 아줌마가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이야기했다. 쳇!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잖아.

"그럼 혹시?"

"아니야! 아니야!"

그러더니 과일 아줌마는 결연한 태도로 내 눈 밑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여자 패는 그런 남자 놈들은 죽어도 싸!"

아이고야~~

정말 그런 걸까? 그 여자가 견디다 못해 남자를 해 치운 것일까? 그 여자는 정말 야리야리한 몸매로 그 뚱뚱하고 몸집이 산 같은 남자를 해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무튼 남자가 없어졌다. 그 사실이 중요하지.

나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 누가 알겠는가? 일이 잘 되려면 그 여자가 이렇게 튼 일을 당하여 정신이 없을 때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어 할 수 있고 그게 나일 수도 있지 않지 않은가?

"왜 혼자 웃고 계세요?"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말을 던졌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돌아보자 다름 아닌 그 여자가 웃으며 서 있었다.

"네?"

"왜 혼자 웃고 계시냐고요!"

"아니 그게..."

여자는 쿡쿡하며 웃었는데 예뻤다. 아! 왜 남자들은 예쁜 여자에게는 약한 것일까?

여자는 놀이터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눈짓을 했다.

여자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응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남아가 아니다.


여자는 놀이터의 벤치에 앉더니 자기 옆 빈 공간을 손으로 가리켰다. 나는 우물쭈물 그 옆에 않았다.

"자살 소식 들으셨어요?"

"아. 네..."

"저하고 같이 살던 사람인데 감자기 갔어요."

"아. 네..."

"이젠 저 혼자가 되었네요."

"아. 네..."

여자는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돌려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나 좋아하죠?"

"아. 네...."

"아니 여자로서 나를 좋아하냐고요?"

"네?"

"아저씨 결혼해서 부인 있는 것 다 알아요. 괜찮아요 나는."

"?"

"그냥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저를 안아주세요. 좋아요?"

"아."

"그럼 내일 퇴근길에 저희 집 들르세요."

여자는 마치 반상회 통지라도 한 것처럼 태연하게 일어나서 내 턱을 한번 잡고 흔들더니 획 몸을 돌려 가버렸다.


이 건 뭐지?

내 마음은 좋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짜릿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밤새 고민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건만 다음 날 나는 빨리 퇴근 시간이 되고 집에 가기 만을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였다. 나는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집으로 향했고 지하철 역에서 파란 약을 샀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오십이 넘은 후로는 내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만일 좋은 일이 일어나는데 제 구실을 못하면 그야말로 낭패이지 않은가!


그 여자의 집 문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나의 가슴은 덜컹거렸다. 이윽고 문이 열리자 그 여자가 얼굴을 빼꼼하게 내밀더니 나를 보고는 코에 주름을 잡으며 웃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눈을 추켜올렸는데 천하에 여우가 따로 없었다. 아니 여우를 많이 닮았지만 어쩐지 차가운 하얀 피부여서 어찌 보면 뱀의 피부처럼도 보였다. 여자의 눈동자 검은자위가 큰 편인 것도 어딘가 보통 사람 같지 않은 기분을 주는 이유일 것도 같았다.


여자는 나를 문 안으로 끌어들이더니 다짜고짜 키스를 해 왔다. 그 여자의 혀는 능숙하게 내 입술을 젖혀 열고 앞니를 밀어낸 다음 바닥에 있던 내 혀를 두들겨 깨우고 엉켜왔다.  나는 속으로 '프로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내 그 여자의 리드에 몸을 맡겼고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그 여자는 내 바지 속에서 하나밖에 없는 기둥을 꺼내어 탐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혀는 매우 길었고 심지어 내 기둥을 돌돌 말아 빠는 것 같은 착시 현상도 일어났다.


나는 왜인지는 몰라도 여자가 청순하고 가련하며 불쌍하고 그놈의 배불뚝이 대머리에게 학대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여자도 보통 여자는 아님에 틀림없었다.   그러더니 여자가 내 다리 위로 자신의 몸을 올려놓더니 똬리를 틀었다. 눈망울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도 생각되었다. 여자는 내 기둥을 사랑해 주다가 혀를 내밀어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선명한 분홍색의 혀를 날름거리며 육감적으로 꿈틀대는 것이었다.


여자는 동굴도 깊었다. 나의 몸 전체가 여자의 동굴에 빠져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직 파란 약을 먹지도 않았는데 나의 기둥은 너무나 늠름했고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제멋대로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척척하고 있었다. 기특한 녀석. 네가 그렇게 잘 성능을 발휘해 주면 나는 기쁘기 그지없다. 여자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단지 동굴의 힘 만으로 나의 기둥을 잡았다 놓았다 하며 내 눈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마치 어때 내 동굴 엄청나지 라는 얼굴을 하며 내가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낼 때 맘다 싱긋 웃으며 즐기는 것이었다.


마침내 나는 참지 못하고 사정을 하였다. 정말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의 사정을 하였다. 그리고 너무나도 통쾌한 사정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다른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사람들이 시쳇말로 홍콩에 간다고들 하던데 홍콩 아니라 토성 정도는 다녀온 기분이었다.


극치감에 빠져 숨을 몰아 쉬던 나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여자도 나만큼 느꼈을까? 나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자의 얼굴은 마치 가면처럼 굳어 있었고 입을 반쯤 벌린 채 굳어져 있었다. 마치 죽은 사람의 데드 마스크를 보는 기분이었다.


"훅~~~~"

여자가 갑자기 긴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더니 짧고 높은 소리로 숨을 내 쉬었다.

"쉿! 쉿! 쉿! 쉿! 쉿! 쉿!...."

그러더니 여자는 나를 쳐다보았는데 흰자위가 핑크 빛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이 것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 도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여자는 혀를 다시며 다시 쉿! 쉿!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흥분을 억누르는지 눈을 감더니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했는데 그 소리는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당신이 그 사람일 줄이야..."

"당신이야..."

"결국 만났네?"

나는 여자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겁이 버럭 났다. 이 여자는 정상이 아닌 여자인 것 같았다. 그러면 그렇지 정상적인 여자가 나 같은 배불뚝이 대머리가 좋다고 유혹할 리가 있느냐 말이다. 이 바보 같은 녀석!

여자는 나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흘낏 펴다보고 나더니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

"당신 어렵게 안 할 거야."

"하지만 오늘 처음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임신이 되었어.."

"이게 얼마만의 임신인지..."

"당신이 있으니 되었어...
"이제 나도 애를 나을 수 있게 되었어...."

여자는 손을 자기의 동굴로 가져가더니 손가락을 코에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아직은 뱀이구나."

"괜찮아. 당신을 잘  보살펴 줄게. 잘 몸을 추스르면 사람을 낳을 수 있을 거야..."

여자는 쿡쿡쿡 웃으며 내 볼을 집어 보더니 급기야 허리를 꺾으며 가가대소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되는 거야! 엄마가!"

내가 보기에 이 여자는 미친 것에 틀림없었다. 그 배불뚝이 대머리 남자도 이 여자에게 살해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머리칼이 쭈뼛 일어났다. 나는 급히 일어나 옷을 챙겨가며 방문을 나섰다. 여자는 뒤따라오더니 내 목을 붙잡고 다시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속이 불편해진 나는 여자를 밀어내었다. 여자는 조용히 웃으며 눈을 찡긋하며 혀를 내밀었는데 그 혀의 끝은 양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뱀의 혀였다.

그 여자의 혀는 바로 뱀의 혀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