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Apr 12. 2019

미토콘드리아 라이징 2

뱀의 알

중국에는 아직 휴먼 스캐너를 사용하지 않는다. 구식의 금속 탐지기를 사용할 뿐이다. 그래서는 그들을 탐지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에 입국할 때 출입국 관리국 직원들이 거대한 중국 공안의 한 부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저 수많은 나라의 출입국 관리를 하는 부서와 동일한 것으로 생각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출입국 관리국이 법무부 산하이지만 그래서 어쨌 말인가. 우리의 일상과는 관계없는 일이다.


내가 북경에 발령받은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원래부터 중국에 대한 동경도 있었지만 사업부장의 의지가 컸다. 원래 정부 산하 기관에서 일하다가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나는 그놈의 파벌이며 조직이며 하는 것에 넌저리가 나 있었고 하는 일도 정보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회사에서 파벌 싸움을 한다던가 승진이나 좋은 자리로 전직하기 위해 줄을 서는 일 따위는 생각도 없었다. 단지 묵묵히 현장인 고객 사이트에서 개발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사업부장에게 불만을 느낀 사원이나 간부들은 언제부터인지 나에게 와서 상담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사업부장의 눈에는 위험한 리스크로 비추어졌던 모양이다. 경쟁사가 중국 법인을 세우며 중국 시장 진출을 매체에 알리자 우리 회사 사장님은 대로하여 신속히 중국 사무소를 설립할 것을 지시하셨고 사업부장은 옳다구나 나를 초대 소장으로 밀은 것이다. 멀리 보내려고 말이다.


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게다가 여자와의 정사가 있고 나서 나의 본능은 위험함을 알렸고 나는 어디론가 도망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사업부장이 능글맞은 웃음을 웃으며 이 부장 아니면 중국어 가능한 간부가 없다며 나를 북경으로 가야 한다고 설득했을 때 두말 않고 동의해버린 것이다.


마누라는 엄청 기뻐했다. 중국에 가면 식모를 두고 살 수 있고 상류 인사로 살 수 있다고 어디서 들은 모양이었다. 저렇게 세상을 모를 수 있을까? 부장 말년에 본사로부터 먼 곳으로 가면 승진 못하고 잘릴 가능성만 높아질 뿐인데...


중국 사무소의 위치는 설왕설래 의견이 있었지만 수도인 북경으로 하기로 하였고 나는 투입되어 있던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대로 북경에 부임하기로 되었다. 집도 정리해야 하고 아이들 전학 문제도 있어 바쁜 매일매일이었다. 그러던 하루 단지에서 그 여자에게 붙들렸다.


"이봐요!"

여자의 눈은 서늘한 것이 정말 등골을 쭈뼛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여자는 잠시 나를 째려보더니 불문곡직 나를 붙들고 자기 집으로 향했다.  그 여자에 끌려가는 나는 단지 내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발걸음을 빨리하여 여자와 보폭을 맞추었다.


"아... 저기요."

"저기는 무슨 저기!"

여자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톡 쏘아대는 것이었다.

"아... 저기. 손 좀 놓아요."

"더 심한 것도 해놓고 손 잡는 게 어때서?"

여자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대며 집으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저기 미안한데..."

여자는 갑자기 주저앉는  듯하더니 재빨리 내 기둥을 꺼내어 탐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찌 이리도 못난 놈일까.

머리로는 빨리 이 집을 나와야 돼 하면서도 막상 여자의 혀 놀림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가까스로 이성을 찾았다. 여자를 밀어낸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리고는 연속해서 쏘아 붙였다.

"이봐요 아줌마."

"당신 좀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니야?"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몰라."

"노래 가사처럼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야"

"그때 당신이 유혹하는 바람에 한번 섹스는 했을지 몰라도 더는 아니야."

"다시는 아는 척하지 마!"


내가 영화에 나오는 갱스터의 말을 흉내 내며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몸을 돌려 나오려는데 여자가 쿡쿡하며 웃었다.

"정말이지..."

"누가 누구를 모른다는 거야..."

여자는 혼잣말을 중얼중얼하니 고개를 까딱 나를 향해 들고는 한 마디 씩 띄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이. 철. 범. 부장님!"

"성. 삼. 정. 보. 통. 신. SI 사. 업. 부."

"고향은 충. 청. 남. 도.  서. 산. "

"대학은 중. 서. 울. 대. 학. 교. 전. 산. 공. 학. 과."

"원래 대한 통신에서 일하다가 이직한 지 삼 년 되셨네..."


나는 머리카락이 다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좆됐다. 어떻게 내 신상을 다 꿰고 있지?

여자는 내 안색이 바뀐 것을 보고 비웃었다.

"어이어이"

"왜 더 잘난 척해보시지"


"내 신상 조사를 했나?"

"했지"

"왜"

"당신 같으면 자기를 임신시킨 남자가 누군지 안 알아보겠어?"

'임신!'


그러고 보니 여자는 그날도 임신 같은 소리를 했었다. 나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임신? 하!"

여자는 빈정대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더니 어디 하는 꼴 좀 볼까 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봐 요즘은 섹스한 지 5분이면 임신 판정이 되나? 그거 아주 대단한 기술이네? 뭐 새로 나온 인공지능 기술인가? 아니면 무슨 새로운 바이오 기술이라도 나왔나?"

여자는 또다시 쿡쿡 웃더니 한걸음 씩 나를 향해 전진하였다. 그리고는 줄줄줄 말을 쏟았다.

"이봐요 이 부장님!"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임신은 틀림없이 했어."

"당신한테 부담 안 준다니까?"

여자는 약간 슬픈 듯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거꾸로 나 돈 많아."

오 마이 갓! 돈이 많단다. 그럼 나한테 위로금 달라는 소리 안 한다는 뜻?


여자는 시선을 돌린 채 말을 이었다.

"사실 당신 하나 정도 먹여 살리는 건 일도 아니지."

"그 자살한 놈팡이도 나한테 빌붙어서 먹고살았으니까"

여자는 시선을 다시 나에게 맞추더니 그 큰 검은자위를 더 키우며 덧 붙였다.

"자살이 아니라서 문제지만!"


자살이 아니라고?

자살이 아니면 자연사? 그럴 리가! 여자가 의미하는 바가 타살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지만 내 마음은 자꾸 부정하고 있었다.

"그놈은 점점 힘이 빠져서 쓸모가 없었어."

"그래서 처분할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잘 되었지 뭐야. 그 아이를 처분하지 않았으면 당신을 만날 수 없었잖아?"

여자가 싱긋 웃는데 나는 전율이 흘렀다. 이 여자는 살인자다. 그것도 사이코패스임에 틀림없었다. 태도는 너무나 태연했고 말도 조용조용 흥분이 없었다. 즉, 이 여자에게는 살인이 무슨 큰일이 아닌 것이었다.


여자는 시선을 내 눈에 맞추었는데 그때 나는 처음으로 그동안 이 여자의 흰자위에 핑크빛이 돈다고 생각했던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핑크 빛은 여자의 검은자위 주변이 더 짙고 바깥으로 나가면서 엷어졌는데 관상 보는 사람들이 말하는 도화살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여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크게 떴다 하며 내 눈을 지켜보았는데 마치 무슨 최면을 거는 것 같았다. 나는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여자의 시선을 피했다. 가만 보니 여자의 눈은 커다랗고 길어서 얼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고 하관은 얇고 빨라서 요즘 유행하는 V 라인에 해당했다. 하지만 이마가 평평하고 빛이 좋아서 지성이 있어 보인다. 특이한 것은 검은 눈동자가 어쩐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인데 아마도 여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 크게 떴다 하는 영향인 것 같았다.


내가 시선을 돌리자 여자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고개를 낮추어 나에게 접근해 오더니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고개를 내 품에 묻었다.

"괜찮아. 당신은 그냥 공짜로 애인이 하나 생긴 것으로 생각하면 돼."

오! 그 말대로라면 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세상에 그런 일이 있으리라 믿을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이 나는 아니란 말이지.

"지난 번은 실수. 이제 우리는 각자 자기의 인생으로 돌아가야 돼."

여자는 한숨을 쉬더니 내 멱살을 붙잡았다.

"이봐요. 이 선생. 그건 아니지. 나를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야지."

"당신이 나를 겁탈한 거야.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지."

"사람을 임신을 시켰으면 책임을 져야지."

"하! 섹스하고 1주 만에 무슨 임신 타령?"


여자는 갑자기 나를 밀치더니 뒷걸음질 쳤다. 그러더니 원피스 아랫단을 추켜올려 팬티를 보이더니 그 안에 손을 집어 넣어 우물거렸다. 그 광경은 에로틱 한 것이 아니라 실로 그로테스크했다.

여자는 이윽고 손을 팬티에서 꺼내 내 눈 앞에 펼쳐 보았다. 그 여자의 차갑고 하얀 손바닥 위에는 알이 두 개 놓여있었다. 알은 마치 회충같이 하얀색이었는데 크기는 달걀보다 약간 작고 메추리알보다는 컸다.


"봐요. 당신과 나의 아이예요!"

이 무슨 미친 짓인가? 나는 기가 막혀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여자가 하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알들을 쓰다듬고 있어 말이 채 나오지를 않았다. 가만히 살펴보자 전등 빛에 투과되어 안에 막 무엇인가 꼬물거리는 듯 싶기도 했다.


"얼마만인지 몰라. 나는 다시는 애를 낳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이봐요. 당신이 상처 입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은 알겠어요. 하지만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병원이지 내가 아닌 것 같아. 나는 이제 가 보겠으니 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사세요."

"아니! 두 아이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어! 당신이 더 나에게 애를 낳게 해 주어야 해!"

"무슨! 다시는 날 찾지도 아는 척도 하지 말아. 그리고 어차피 나는 내달부터 중국 근무야. 다시는 만날 수 없어!"

여자는 중국 근무라는 부분에서 확 놀랐다. 여자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우두커니 서서는 혼잣말을 해댔다.

"아직은 사람이 될 수 없는데. 아직은 사람이 될 수 없는데."

"이건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잖아. 사람이 어찌 알에서 나오누?"

여자는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나를 붙잡았다.


"사람이 아니어도 할 수 없어. 당신이 나에게서 떠나가게 할 수는 없어."

"이제부터 이 아이들이 당신을 돌보아 줄 거야. 당신을 떠나지 않고 말이야."

여자는 갑자기 자신의 입으로 나에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입과 입이 서로를 막고 있는 가운데 손가락으로 나의 벨트를 풀었다. 나는 여자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갑자기 여자의 혀가 불쑥 나의 입으로 들어오더니 식도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언젠가 중국 영화에서 본 적 있는 장면처럼 여자의 혀가 길게 늘어나며 내 위장을 향해 진격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여자의 손가락이 어느새 나의 팬티 안으로 들어가 나의 항문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어 어지러웠다.


불쑥 여자의 손가락이 나의 항문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치질 앓을 때 좌약이 들어오는 식으로 무엇인가 나의 항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여자는 나의 입에서 자신의 입을 떼고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웃었다.

"원래는 내 몸에서 100일 동안 있어야 했지만"

여자는 입가에 흐른 침을 손등으로 썩 닦았는데 분하게도 그 모습이 너무 섹시했다.

"당신의 몸에서 100일 동안 있을 거야"

"뭐가 내 몸에 100일 동안 있을 거라는 거야?"

"우리 아이들이..."

그 알들이? 그 알들을 내 항문 속에 집어넣었단 말이야? 나는 토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어차피 내일 아침 화장실에서 배설하게 될 일이었다. 우선은 이 여자로부터의 탈출이 급했다. 나는 정신 차려 라고 외치며 여자의 집을 뛰쳐나왔다. 여자는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달려가는 나의 등짝을 향해 소리쳤다.

"아이들이 깨어나면 꼭 우유를 먹여야 해!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며 당신의 살을 파 먹을 거야!"


그것은 악몽이었다. 나는 그 여자와의 단 한 번의 관계가 이렇게 나의 생활을 엉망으로 만들 줄 몰랐다. 그날 이후로 나는 퇴근도 아주 늦게 하고 절대 그 여자와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였다. 다음날 배설될 줄 알았던 알들은 확인할 수가 없었는데 사실 소화되어 버렸거나 했을 터였다. 매일매일 배설물을 뒤적거릴 수도 없으니 말이다.


알이 깨어난 것은 정말로 삼 개월 정도 지난 후였다. 나는 이미 북경에 가서 살 집을 준비하고 근무에 들어간 상태였고 가족들은 아직 아이들 학기가 끝나지 않아 한국에 있어 혼자 살고 있을 때였다. 항문 근처가 간지럽더니 무엇인가 꿈틀대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막상 무엇인가 항문 밖으로 나가려 한다는 느낌이 들자 겁이 덜컥 났다. 그 여자가 말한 알이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나의 대장 속에 그렇게 오랜 시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 당장 나의 항문이 찢어질지도 몰랐다. 나는 두근 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침착하자 침착하자 하고 되뇌었다. 그리고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꼭 우유를 먹이라는 그 여자의 말이....


나는 혹시 몰라 엉덩이를 깐 상태로 그야말로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 냉장고까지 이동을 했다. 혼자 있는 것이 무엇보다 위안이 되었다. 부들거리면 떨리는 손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 안에 있는 우유 꺼냈다. 나는 평소에 우유를 사는 적이 없는데 왜 북경에 와서는 우유를 산 것일까. 어쩌면 무의식 중에 오늘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쭈르륵하며 항문에서 무엇인가 흘러나왔다. 마치 액체가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바닥을 보니 약 20cm 정도 되는 하얀 뱀이 두 마리 꾸물거리고 있었다. 일단은 나의 몸 밖으로 나왔다는 생각에 긴장이 좀 풀렸다. 긴장이 풀리자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두 마리 뱀 하얀색이어서 뱀이라기보다는 무슨 기생충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머리에 틀림없이 눈이 있었고 기생충에는 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자세히 쳐다보니 눈 전체가 하얀색이고 검은자위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얼핏 보면 회충처럼도 보이는 것이었다.


여자의 말을 생각하며 나는 조그만 종지에 우유를 부어서 그들 앞에 내밀어 보았다. 두 마리 뱀은 주춤주춤 종지로 다가오더니 끔찍하게도 빨간색의 혀를 날름 거리며 우유를 핥기 시작했다. 이제 내 목숨에 지장은 없는 것이겠지 라는 생각이 들며 안도감이 느껴졌다.


두 마리의 뱀은 우유를 먹고 나더니 고개를 돌려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겁이 덜컥 났다. 조금씩 조금씩 후퇴를 했는데 뱀들은 나의 후퇴를 알아차린 듯 갑자기 빠른 동작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결국 내 앞에 이른 뱀들은 먼저 내 발등에 올라오더니 비자 안 쪽을 타고 올라와 사타구니에 자리를 잡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이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라도 되는 듯이.


공포와 호기심이 혼재된 모순된 마음으로 나는 뱀들과의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이들의 습성에 대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먼저 이들은 주로 우유를 먹지만 많은 양을 먹지는 않는다. 이삼일에 한번 정도 우유를 작은 접시로 하나 정도 먹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은 내 사타구니에서 보내는데 주로 잠을 자는 듯하다. 활동을 할 때에도 주로 내 옷 안에서 팔다리를 타고 이동하고 내 몸을 벗어나는 일은 드믈다. 내가 밤에 잠을 잘 때 이들은 깨어 있는 듯한데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단지 이상하리만큼 나의 이들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고 오히려 시간이 감에 따라 일종의 친밀감도 형성하게 되었다. 나는 이름도 붙여 주었다. 주로 내 왼쪽에 자리를 잡는 뱀에게는 백사, 그리고 주로 오른쪽에 자리를 잡는 뱀에게는 흑사라고 붙여 주었는데 흑사는 검은 뱀은 아니지만 피부가 백사보다는 어두운 색이어서 그렇게 붙여 주었다. 흑사와 백사는 아주 사이가 좋아서 후유를 마시고 나서 기분이 좋으면 서로 몸을 꼬아서 한 몸처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주로 하는 놀이가 나의 몸을 돌아다니며 서로 술래잡기를 하는 것이다.


이제 가족을 데리러 한국을 갈 때가 되었을 때 나는 흑사와 백사를 집에 두고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해도 나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나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출국장으로 향했는데 그것은 만일 출국장에서 발견되어 이 뱀들을 떨구어 내면 그것으로도 좋은 일일  수 있는 데다 내가 억지로 떼어낸 것이 아니므로 내가 비난받을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중국에는 아직 휴먼 스캐너를 사용하지 않는다. 구식의 금속 탐지기를 사용할 뿐이다. 그래서는 그들을 탐지할 수 없다. 그리고 두 마리의 뱀은 외부에서 사람의 손길이 다가오면 나의 옷 속에서 재빨리 다른 장소로 이동하며 외부의 손길을 피하는 것이었다. 본능에 의한 행동일까? 아무튼 나는 이렇게 두 마리의 뱀을 몸에 지닌 채 한국까지 오게 되었다. 어쩐지 앞으로 무엇인가 내가 원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함을 예감하면서.  아이들아. 뱀의 알들아. 너희는 누구니? 어딘가 갈 곳이 있다면 너희가 갈 길로 가다오. 나는 뱀들이 나의 말을 알아주기라도 할 듯이 두 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이야기했다. 두 마리는 이내 몸을 나의 사타구니로 파묻고 모르는 척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 어쨰야 할까. 그 여자를 찾아가서 돌려주어야 하는 것일까? 집으로 들어가는 나의 가슴은 천근만근 무거워왔다.





 

작가의 이전글 미토콘드리아 라이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