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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Sep 06. 2019

중국은 강온 양동 전략인가?

결국은 강경으로 보인다

홍콩 행정 장관 캐리 람이 홍콩의 기업인들과의 모임에서 자신의 고충을 토로한 내용이 녹음되어 유출되었다. 녹취한 음성 파일을 발표한 매체는 로이터였는데 여기서 캐리 람은 홍콩 사태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며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첫 번째 선택은 사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슈가 홍콩을 벗어나 중국이라는 국가 수준의 문제가 되면 자신의 손을 벗어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이미 홍콩 사태가 북경에 의해 통제되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여기서 캐리 람은 주목되는 발언을 또 했는데 그것은 북경이 지금의 홍콩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10월 1일 국경절 전에 해결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알고 있는 한 북경은 홍콩에 군대를 투입하여 진압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매우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캐리 람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유출되자 자신은 사직을 신청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가 폭로한 음성 녹취 내용에 대해 자신의 것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캐리 람의 태도를 보고 일부에서는 캐리 람이 자기에게 쏟아지는 불만과 비난을 피하기 위하여 자신의 발언 내용이 새어나갈 것임을 알고도 고의로 발언하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도 하고 있다. 어떤 상황이던 홍콩 사태가 자신의 통제 범위를 떠난 것임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 된 셈이다.


이어서 캐리 람은 홍콩 시위대가 요구하는 5개 요구 사항에 대해서 모든 일의 시작이 되었던 송환 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한다고 발표하였다. 시위대가 기뻐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송환 법 철회 만으로 홍콩 사태가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홍콩 입법위원 티엔베이전(田北辰)의 말 마따나 '너무 늦었고, 너무 적으며, 너무 무성의한 것이다'. 참고로 홍콩 시위대가 요구하고 있는 5 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송환 법 철회

경찰 폭력에 대한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

폭도 규정 철회

시위대 조건 없는 석방

직선제 실시 

  

캐리 람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당연히 북경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어제인 9월 5일 시진핑 주석은 당교(중국 공산당의 교육 기관)에서의 연설에서 "투쟁해야 할 것은 투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시 주석의 발언 내용을 기록한 신화사 기사 내에서는 57 차례 이상이나 "투쟁"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특히 "홍콩, 마카오, 타이완 대상 업무를 포함하여"라고 이들 지역을 특정하였다. 따라서 강온이 교차하는 중국의 신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강경 신호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이야기한 '투쟁', '위대한 투쟁' 등의 발언과 함께 이번 10월 1일 국경절 군사 퍼레이드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풍문 등이다. 또 이번 홍콩 시위를 주도하거나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한 사람들의 사진과 데이터를 트럼프 카드로 만들어 배포되고 있는 것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게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지난번 중국이 미국의 대중 수출품 750억 달러 부분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끝난 후 시진핑 주석이 리잔수, 류허 등 자신의 측근들을 데리고 간쑤 성에 가서 미중 무역 전쟁 및 타이완 총통 선거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고 북경으로 돌아오는 날 지시했다는 것이다. 즉 시진핑 주석 그룹의 입장은 강경이라는 의미이다. 

깐수 성을 방문 중인 시진핑 주석과 일행

반면 온건한 신호로는 캐리 람 장관의 송환 법 공식 철회를 비롯하여 류허 부총리가 미국에 미중 무역 협상을 위한 워싱톤 협상을 하겠다고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연락한 것을 들 수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 전화를 받은 미국의 협상 팀 실무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실무자들은 중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모양이다.

https://www.wsj.com/articles/china-and-the-u-s-will-hold-trade-talks-in-washington-in-october-11567651064?mod=breakingnews

그런가 하면 이러한 신호들은 상호 모순이 아니며 중국 공산당은 이미 강경으로 기조를 굳혔지만 국경절을 원만히 보내기 위하여 완병지계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경절을 지내고 나면 바로 11월 24일에 홍콩의 입법위원 선거가 있으며 현재 친중 인사가 과반인 홍콩 입법부가 작금의 상황에서는 반중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는 바 중국 공산당이 그렇게 방관 할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공산당 내부 소식에 정통한 이들에 의하면 시진핑 주석이 직접 캐리 람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중국은 군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니 홍콩 정부가 자체적으로 가용한 수단을 동원하여 해결하라

캐리 람 장관을 적극 지지한다

시진핑 주석 그룹이 상해방과 적대하고 있는 것은 이제 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홍콩은 예전부터 상해방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이며 캐리 람 본인도 상해방으로 생각되고 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홍콩에 있는 공식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이라고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내밀하게는 이미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여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하당'이라고 부르는데 캐리 람 장관의 경우도 이 지하당의 일원이며 입신양명한 시기를 보면 상해방일 것으로 들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시진핑 주석이 홍콩을 관장하는 강오반(港澳办)이나 홍콩에서 북경의 입장을 반영하는 중련반(中联办)을 건너뛰고 직접 캐리 람과 통화하여 지시를 한 것은 상해방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주석단 내에서 강오반을 담당하고 있는 한정(韩正)이 바로 당사자이며 당연히 상해방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쩡칭홍(曾庆红)이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상해방 주역인 쩡칭홍과 한정


시진핑의 직접 전화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캐리 람의 임장은 난처하기 이를 데 없겠다. 말하자면 주인이 둘이 된 셈이며 어느 쪽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캐리 람은 상해방과 상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 입으로는 강경을 부르짖지만 군대는 보내지 않겠다고 하고 당신이 알아서 가용한 수단을 동원하여 해결하라고 했으니 이는 명백히 말해 온건한 방법을 취해 문제를 축소하라는 의미이고 단 그 책임은 모두 당신이 져야 한다는 말이라고 하겠다. 외부에서는 인민해방군을 투입하지 않으면 무장경찰을 투입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무장 경찰은 인민해방군 보다도 상해방의 세력이 큰 조직이다. 만일 홍콩 사태 진압에 정말 성공하면 몰라도 실패하면 이를 이유로 무장 경찰 내부의 상해방을 일망타진할 핑계가 되기 쉽다. 그리고 일시적인 진압이라면 몰라도 홍콩 사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무력 진압일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일이다. 따라서 상해방은 무장 경찰을 동원할 수 없으며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시위대의 5대 요구 중 가장 원인이 되었던 송환 법을 철회하기로 한 결정은 필자는 이런 맥락으로  이해한다.


사실 시위대의 남은 네 가지 요구는 우리 사회에서 볼 때는 송환 법 철회와 비교한다면 작은 이슈로 여겨지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공산당 시각에서는 꼭 그렇지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송환 법 철회와는 달리 나머지 네 가지 조건은 중국 공산당 입자에서는 내륙에서 동일한 사태가 났을 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륙에서는 매체에 나타나지 않아서 그렇지 크고 작은 사태가 매일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위를 하나하나 시시비비를 가리고 민중이 분노하면 해당 관료를 처분하고 시위자들을 풀어준다면 중국 공산당 체계 자체가 존립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북경은 나머지 네 자기 조건에 대해서 더 큰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왕후닝

책사로 유명한 왕후닝은 중국의 매체들이 홍콩을 더 많이 방문하여 취재를 하고 더욱 많은 사진을 찍을 것을 독려했다고 한다. 타이완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런 방법을 통하여 홍콩 시민들의 블랙리스트를 구축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실 현재의 홍콩 경찰의 일하는 방식을 보면 중국 공안의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 학생들이 시위를 한 학교에 참가 학생 명단을 요구하거나 버스를 임시 검문하여 이미 수중에 확보한 명단과 승객을 대조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걸음걸이 만으로도 사람을 판별하는 중국 공안의 기술력이라면 이미 상당수 홍콩 시민들을 파악하고 있으리라.

 

시진핑 주석의 이 '투쟁'에 대해 타이완의 저명한 공산당 연구가인 타이완 대학 밍쥐정(明居正) 명예교수는 시 주석의 투쟁 대상은 1. 홍콩 문제, 2. 미중 갈등, 그리고 세 번째는 당내 반대파 투쟁이라고 말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의 갈등에 대처하기 위하여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단결하기로 했다는 관측이 있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과 그 그룹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것이며 쉽게 무력 수단을 동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시진핑 주석은 중화 민족정신을 고양하는 언행을 계속하며 내부의 단결을 유도해 나갈 것이고 필요에 따라 온건한 태도를 보이겠지만 단지 수단적 의미일 것이다. 결국은 강경한 좌경 사회주의로 중국을 이끌 것이고 홍콩 사태나 미중 무역 전쟁도 원만한 결과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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