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Dec 15. 2019

미중 1 단계 합의의 의미

어제인 12월 13일 미중 1단계 무역 협상이 사실 상 타결되었다는 블룸버그의 특종이 전 세게를 흔들었다. 하지만 중국 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윽고 베이징 시간으로 밤 11시 반에 중국 정부는 긴급 뉴스 보도 발표를 가지고 미국과의 1 단계 무역 협상에 사실 상 도달하였음을 공개하였다.

기자들에게 발표 시간 1시간 반 전에 전달되었다는 보도 발표회 통지서

그리고 FOX NEWS 등 언론을 통해 알려진 관세 관련 조치는 다음과 같다.

미국은 기존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대미 수출품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하고 1200억 달러 상당의 2차 관세 부가 부분은 7.5%로 세율을 절반으로 조정

중국은 지재권 보호, 강제적 기술 이전 금지, 농산품 구매(500억 달러),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외환 관리 등에서 구조적 개혁


이 뉴스가 퍼져 나간 직후 미국 증시의 반응은 이 폭발적이었다. 물론 바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노린 효가였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후 시장은 냉정을 되찾았고 호재로 작용했음에는 틀림없으나 그렇다고 시장의 기대감만큼 큰 합의는 아닌 것 같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 같다. CNBC에 따르면 뉴스가 나간 금요일 미 다우존스 지수는 3.33포인트 오른 28,135.38러 올랐고 S&P 500는 0.01% 오른 3,168.80, Nasdaq composite은 0.20% 오른 8,734.88올랐다.  그리고 애플이 가장 수혜를 본 기업으로 보인다. 애플의 주가는 1.36%가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탐 쿡의 부탁을 들어준 꼴이 되었다고 하겠다.

https://www.cnbc.com/2019/12/13/what-happened-to-the-stock-market-friday-phase-one-trade-deal-reached.html


미국 쪽은 이렇게 비교적 환영 일색인데 비하여 중화권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우선 해외 주요 화교 매체들은 대부분 이번 합의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심지어 매체에 따라서는 미국의 국익을 도외시하고 트럼프가 자기 개인의 이익을 생각한 처사라고 맹비난하는 곳도 있었다. 중국에 대한 쌓여온 반감의 표출이기도 하겠거니와 실제로 화교권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피해도 있지만 경제적인 좋은 영향도 적지 않다. 물론 미국에서도 Kyle Bass와 같은 반중 인사들은 이번 합의안이 아직 서명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중국이 정말 책임 있는 태도로 서명을 할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들도 있다.


홍콩의 경우 반년 동안 지속된 시위 사태로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수출은 21%가 감소했지만 그 여파로 타이완의 수출은 18%가 증가하였다. 싱가포르의 경우 상품 수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홍콩의 자금이 계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홍콩의 자유 무역항 지위와 아시아 국제 금융 ㅅ센터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싱가포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표정 관리 중이다.


따라서 이들 중화권 커뮤니티는 이번 기회에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제압하고 타이완에는 제조업을, 싱가포르에는 국제 금융 중심을, 홍콩에는 자유 민주주의 체계를 기타 해외 화교권에는 안전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타이완의 저명 이코노미스트 오가륭은 이번 합의 뉴스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안하고 있다. 오가륭은 중국은 2017년에 195억 달러의 농산물을 구매한 바 있으나 2018년도에는 86억 달러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400억~500억 달러 상당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가능한 일단 2020년 4~5월까지 시간을 끌고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고조에 다다를 때 만일 블룸버그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트럼트와의 합의를 결렬시킬 공산이 크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미국은 관세를 원상 복귀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필자의 견해로는 오가륭씨의 경우 합의 내용에 약간의 오해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언론에서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 규모가 400~500억 달러라고 했지만 거기에는 '2년간에 걸쳐'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이번 1 단계 합의의 보다 상세한 내용이 이제 USTR의 공식 발표문을 통해 분명하게 밝혀졌다.

https://ustr.gov/sites/default/files/US-China-Agreement-Fact-Sheet.pdf

중점 사항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적재산권: 영업 비밀, 의약 관련 지재권, 지리적 표시제(geographical indications), 상표권, 짝퉁 단속 강화 등

강제적 기술 이전: 중국은 시장 접근, 행정 승인, 정부 혜택 등을 이유로 외국 기업에게 기술 이전을 요구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시장에서의 기술 이전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정당한 절차대로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또한 중국은 왜곡된 의도로 외국 기술을 확보하는 행위를 지시, 지원하지 않는다.

농산물: 구조적 장벽에 대한 조치와 미국산 식량, 농산물, 수산물의 구매를 대폭 확대한다.

금융 서비스: 은행, 보험, 증권, 신용평가 등을 포함한 금융 서비스 시장에 대한 외국 기업에 대한 제한과 차별적 규제 요구 등에 대한 조치

외환: 거시 경제 정책 및 환율에 대해서 정책과 투명성에 대한 약속. 환율 조작을 통한 미국 기업 경쟁력 침해를 방어

무역 확대: 향후 2년간 미국산 상품 및 서비스 구매 확대 약속. 2017년 수입 수준보다 최소 2천억 이상. 주로 에너지, 농산물, 그리고 서비스 등이다.

분쟁 해결: 원칙 수준과 실무 수준의 분쟁 해결 안배. 각 방은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음.


여기에 다시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중국은 매년 160억 달러 상당의 미 농산물을 구매한다. 그리고 별도로 50억 달러를 구매한다. 그렇게 해서 2년 동안 약 400억 달러 이상의 농산물을 구매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매년 2천억 달러 이상의 미 제품 및 서비스 구매를 보라! 이는 엄청난 규모로서 기본적으로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분을 완전히 없애는 조치이다.


그리고 실제 문안 작성 및 서명은 1, 2주 정도 늦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2월 15일 시한이라는 관문을 넘기 위하여 미중은 실제 내용 상 합의를 근거로 공식 문안 작성 및 서명 이전에 일단 공식 발표하고 추가 관세를 중지한 것이다. 서명은 미국의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중국의 류허 부총리가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중국 쪽의 상황은 어떠할까? 우선 미국의 합의 소식 이후 한 밤중에 언론 발표를 한 것부터가 중국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신화사가 보도한 이번 발표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그 내용을 다음에 보였다. 주 발표는 협상팀 부 대표이기도 한 상무부 부부장 왕쇼우원(王受文)이 했다. 그리고 중앙재정위원회 반공실 부주임 재정부 부부장 랴오민(廖岷)은 관세 철회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은 이미 중국에 대한 일부분 징벌적 관세와 이미 부가한 관세를 부분적으로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의 대미 수출품 관세의 면제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으며 중국 또한 미국의 대중 수출품에 대해 12월 15일부터 실시 예정인 보복 관세의 실시 여부를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https://3w.huanqiu.com/a/26ef70/9CaKrnKok8r?agt=8

모두들 느끼겠지만 이번 합의안 성사에 중국이 기뻐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오히려 침중한 분위기가 초지일관 흐른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 측의 발표에는 미국이 가장 큰 성과로 이야기하고 있는 미 농산물에 대한 구매 약속이 빠져있다. 물론 중국 측 입장에서는 기쁜 소식으로 중국 내에 알릴 수 없는 일이겠으나 이번 합의가 문제없이 마무리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드리누이고 있다. 사실 일부 화교 매체에서는 중국이 농산물 구매를 결국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곳도 있고 그 반대 시작에서 중국이 미국에 이번 합의안 내용을 영구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보도를 하는 화교 매체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보도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http://news.cctv.com/2019/12/13/ARTIIiFtT8hbWl33bxK44QI4191213.shtml


이런 상황은 대체로 중국이라고 해서 이번 합의를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합의 내용에 대한 불만이 있거나 동의하지 않거나 아니면 최소한 공개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역시 이번 합의 안의 내용이 상호 건설적인 합의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USTR의 발표 내용을 보면 이해가 된다.


FOX NEWS에서 Lou Dobbs는 이번 1 단계 부역 합의는 slim deal이 아니라 기대보다 훨씬 더 큰 성과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그는 트럼프의 이번 성과를 찬양하면서 열렬한 지지를 표명하였고 미국 시민들도 트럼프를 지지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것이야 말로 트럼프가 원한 효과를 웅변하는 것이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VfVF-T2weaw


시사점

필자는 이번 합의 내용을 보고 사실 많이 놀랐다. 이번 합의는 소위 '중국이 동의한 내용'을 정리하는 개념 정도로 예상했었는데 이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간 관건 문제로 알려졌었던 "합의 이행 보증 기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정도라면 과연 2 단계 합의에서 더 요구할 만한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공은 다시 중국이 이 합의를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쪽으로 넘어간다. 오가륭의 예측대로 중국이 다시 시간을 지연하거나 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우려 말이다. 하지만 이 합의는 서명 후 한 달 후부터 발효되며 만일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즉각 원래의 보복 상태로 돌아간다고 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2 단계  무역 협상에 들어간다고 공언했지만 중국은 1 단계의 실시를 확인해야 2 단계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결국 이번 합의에서 미국은 많은 것을 얻어냈고 중국은 최소한의 체면을 유지하기에도 버겁게 되었다. 그리고 전세게는 현재의 패자는 미국이며 중국의 힘은 아직 미국과 비교하기에는 멀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미국 제품 및 서미스의 2천억 달러 이상 증가 구매는 향후 미국 기업의 대중 수출의 기회가 크게 증가함을 의미하며 오히려 중국 내 제조 기반의 탈중국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우리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 정책 갈등과 엇갈리는 전망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