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이 다른가 아니면 전망이 다른가?
얼마 전 중국의 한 이코노미스트가 내년 중국의 GDP에 대하여 6%는커녕 4%를 어떻게든 이루어 내고 가능하면 5%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파하여 논란이 되었다. 이 사람은 안신 증권에서 근무하는 중국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 까오산원(高善文)으로 그는 과거 2019년 중국의 GDP 전망을 연말까지 6%로 낮아질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하여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에 따라 내년 경제 및 GDP에 대한 그의 전망은 중국 각계의 관심을 모았었다.
그의 GDP 관련 발언 내용은 순식간에 중국 전역에 전파되었는데 중국 당국에 의하여 모두 삭제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 영상은 유튜브를 통하여 세계 각국에 이미 퍼진 상태이다. 사실 그가 주장한 주 내용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GDP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취지였는데 세간에서는 단지 GDP 전망 부분에만 주목한 것이다. 그가 이 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전 인민은행 부행장 리루어구( 李若谷)는 미국에 양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미국이 요구하는 개방이 꼭 중국에게 나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양보를 하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진정한 강자만이 취할 수 있는 태도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생각에 각계에서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mhgBeLcP8&list=WL&index=6
그러나 리루어구( 李若谷)의 이 말이 개방파의 의견을 대변하여 나온 것인지 아니면 시진핑 그룹 내의 강경파의 목소리가 약해진 것인지가 문제이다. 일반론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은퇴한 전직 고위 관료가 지금까지 진행 중이었던 정부의 방침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소위 풍향이 바뀌기 전의 풍선 띄우기 작전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중국의 미국에 대한 여러 가지 발표가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12월 9일 중국 상무부 차관보 런홍빈(任鸿斌)은 미중 양국이 신속하게 합의를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세로는 그렇게 단언할 수 없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왜냐하면 다른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https://www.voachinese.com/a/China-Hopes-It-Can-Reach-Trade-Deal-With-US-ASAP-20191209/5198387.html
국가발개위의 부주임(차관)을 지낸 바 있는 인민은행 고문 류스진(刘世锦)은 2020년부터 향후 5년간 중국의 GDP 성장률을 5~6%로 예측하였다.
이 숫자는 현재 중국 정부가 설정하고 있는 6% 또는 그에 조금 못 미치는 숫자라는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어제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제공작회의에서는 일단 GDP 6%라는 전제로 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6%의 GDP 성장 목표는 자연스러운 경제적 목표 설정으로 보는 견해는 별로 없다. 여러 가지 정책 분야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시진핑 그룹에서 경제 분야에서마저 비관적인 입장을 보일 수 없기 때문에 다소 무리한 감이 있으나 "샤오캉" 사회 완성 시점인 2020년에서 더 낮은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정치적 입장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고 이런 입장을 세운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내 퍼져있는 불안감을 보여 주는 하나의 사건이 샤먼 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이중티엔(易中天)의 한 글이다. 그는 과거 중국 CCTV의 교양 프로그램인 백가강단에 출현하여 삼국지의 역사적 사실과 소설 속의 이야기를 대조해가며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했는데 이 내용이 중국 전역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일약 스타가 되었다. 따라서 그의 지명도와 대중적인 인기도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최근 게재한 한 글에서 과거 아편 전쟁을 언급하며 아편 전쟁에서 청나라가 패배한 이유를 모두 "거짓말과 정권 찬양"에 있다고 한 것이다. ("天朝之败,全因谎言与歌颂")
문제는 이글이 삽시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회자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강압적인 정치 풍토로 인하여 간접적인 표현, 암시, 풍자 등이 잘 발달되어 있다. 중국 사람들이 이중티엔의 이 글을 현 정권에 대한 간접적인 암시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https://www.wenxuecity.com/news/2019/12/09/8932229.html
유사한 현상이 하나 더 있다. 뜬금없이 2018년 8월 시진핑 주석이 "법치"를 강조한 글이 최근 다시 중국 언론에 나타난 것이다. 아무런 사전 사후 설명 없이 그냥 과거의 기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정권 반대파가 현재 집권층에 대한 비판을 할 때 사용하던 방법이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은 시진핑 그룹에게 "과거 당신들이 말한 법치 체계를 지켜라"라는 반대파의 소리로 보는 견해가 있다.
아무튼 이러한 현상들은 중국 개방파와 강경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필자는 일전에 시진핑 주석이 심화 개혁 위원회에서 갑자기 18대 3중 전회를 지목 하며 이번 19대 사중 전회와 논리 사에이 갈등이 없다고 지적한 것을 우회전을 시사하는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현상들을 보니 그것이 아니라 대미 타협파와 강경파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시진핑 그룹 쪽에서 자신들의 정책 논리에 문제없다는 방어 논리로 발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의 태도
미국은 중국 내부의 갈등에 아랑곳없이 일관되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미 Larry Kulow와 Wilber Ross 등이 서로 차례로 나와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한 12월 15일 미국의 중국 상품 1610억 달러 상응 부분에 징벌적 관세가 부가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협상에 시한은 없다며 이러한 미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압력은 무역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미 양원을 통과한 홍콩 인권 및 민주화법으로 이제 홍콩의 국제 자유 무역항 및 금융 센터의 역할에 대해 미국은 언제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여기에 신장 위구르 인권법이 다시 하원을 통과했고 상원과 법안 조율 중이다. 그 후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티베트 법안이고 그다음에는 타이완 법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NATO를 방문 그간 러시아를 주적으로 상정했던 NATO가 중국을 주적으로 삼도록 하였다. 중국의 화웨이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기술 기업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고 한다. 특히 화웨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하는 조치가 검토되었던 바 있고 다시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만일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하면 SWIFT 등의 국제 거래 지불 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사실 상 해외 사업은 불가능하게 된다.
전망
현재 시점에서 섣불리 미중 무역 협상의 결과를 예단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양국은 거의 24시간 체제로 협상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15일 타결을 위해서는 현재 시점 정도에서는 시안이 나와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아직 양쪽이 동의하는 시안은 없는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고 타결이 불가능하다고도 예단할 수 없다.
타이완의 이코노미스트 오가륭은 12월 10일 타이완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미중 간의 1단계 협상애 대해 의견을 피력하였는데 그는 결렬을 단언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매년 400~500억 달러의 미 농산물 구매는 중국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며 중국이 미국에 요구하는 관세 철폐는 미국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본다. 따라서 양국의 협상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m9Hrv6x-Ok&list=WL
EU의 재중 상회 회장 Joerg Wuttke(BASF)는 이미 많은 유럽의 주요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 생산 기반을 동남아나 인도로 바꾸고 있으며 미중 협상에 대한 기대도 없다고 지난 월요일 말했다. 그는 이번 주말 합의를 이룰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미중 1 단계 합의나 중국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도 아마 우리 자식대에서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미국의 경제 전문가 Jim Cramer는 타결을 점치고 있다. 그의 견해로는 양국이 협상을 이루지 못하면 양국 모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되며 협상을 이루게 되면 양국 모두 좋은 일이기 때문에 협상이 종국적으로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ib1g_xLf_E&list=WL&index=4
과연 이번 주말 미중 양국의 협상이 파국에 이를지 극적인 타결을 이룰지는 아무도 단언하지 못한 상태로 전 세계가 관망하고 있다. 이 협상은 양측이 서로 타협하는 협상이 아니라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의 협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더 이상 중국은 이제까지와 같은 세계 각국의 관용과 우대를 받지 못하리라는 점이다. 오히려 경계와 배척을 여기저기서 당하게 되리라. 중국이 이제까지 가졌던 국가 전략적 우위점, 예를 들어 낮은 인건비, 대량의 자원, 무역 상의 수혜국 대우, 선진국으로부터의 적극적인 기술 이전 등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제부터야 말로 중국이 자기 힘으로 자기 앞날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