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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국 자동차 산업

중국 제조 2019

by 이철

어제 중국의 시안의 한 벤츠 매장에서는 소동이 일어났다.

일의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수일 전 한 젊은 여인이 선물로 빨간색 어여쁜 벤츠 CLS를 선물 받은 것이다. 한국 돈으로 1억 정도 하는 66만 위안 고가의 자동차를 31세의 여인이 선물을 받았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하지만 여자가 매장에 가서 차를 고르고 계약을 하고 드디어 자동차를 몰고 나오려 할 때 엔진에서 기름이 새는 것을 발견하였다. 당연하게도 여자는 기겁을 했고 다른 차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벤츠 매장은 이미 당신이 산 차를 등록했기 때문에 다른 차로 교환해 줄 수는 없으며 기름이 새는 원인인 전기 모터를 교환해 주겠다고 대응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여자는 자동차 보닛 위에 걸터앉아 시위를 한 것이었다. 무려 십 수일을 자동차 위에서 대치하여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고 결국 CCTV 뉴스에도 방영이 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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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 성에서 일어났다. 한 여성이 지난 3월에 40만 위안으로 벤츠 C260을 구매하였다. 이 여성이 차를 구매하여 다녀다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주행 도중에 종종 핸들이 꺾이지 않는 것이다. 회전을 해야 할 때 회전을 할 수 없는 위험한 순간이 계속되었다. 결국 이 여성은 클레임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들은 고가이지만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고 칭송받던 벤츠의 명성에 큰 이슈가 되었다. 이슈는 왜 해외에서는 아무 문제없는 벤츠가 중국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가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클레임이 집중되는 벤츠 차종은 E 클래스의 롱바디 타입으로 전 세계에서 중국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이 차종은 2017년 중국 국산화를 한 모델이다. 이 차종은 프레임의 일부가 파열되는 현상이 일어났고 많은 운전자들이 운전 중에 차체가 가라앉는 현상을 당했다. 벤츠와 같은 고급 차종이 중국 내 생산되면서 품질 문제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보는 견해들이 있는 것이다.


벤츠와 같은 고급 차종은 아니지만 대중적인 차량으로 혼다의 CR-V가 있다. 미국에서도 아주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중국의 합작법인 동풍 본전(东风本田)에서 생산한 후 엔진에서 윤활유가 새는 현상이 발생했다. 더구나 주행을 하면 할수록 윤활유 양이 많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陸製賓士崩壞 新車漏油還斷軸 天獅吸金魔獸 9年殘暴害155命《57爆新聞》網路獨播版.mp4_000329195.png CR-V에 항의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대만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

결국 소비자들이 판매점에 쳐 들어가 시위를 하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혼다가 당한 것은 비단 CR-V 만이 아니다. 소형차의 대명사 CIVIC에서도 유사 사태가 있었다. 2018년 중국 보험 자동차 안전지수 평가에서 프레임의 가장 주요 부분 중 하나인 B주가 파열되는 현상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수입된 동일 모델들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회사가 제조한 자동차 또는 중국과 합작한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한 자동차들에서는 유독 이러한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제조 기술, 생산 품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비자들에 따라서는 더 비싼 돈을 지불해서라도 동일 모델의 수입차를 구매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통신에서 화웨이의 5G 를 통해 선진국을 앞서려 했던 중국 정부의 전략은 자동차에서는 전기 자동차로 대변된다. 즉 아직 초기 단계인 전기 자동차를 집중 기술 개발을 하여 다음 세대에서는 중국이 자동차 산업에서의 우위를 점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의 전기 자동차 시장을 가능하게 해온 보조금이 2020년부터 대폭 삭감된다. 보조금 삭감 이후 과연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 자동차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되는 대목이다.


아래는 2018년도 신 에너지 차량 보조금 기준이다. (빨간색은 19년 개정 내용)


거리(R=순 전동 주행 거리) 주행 거리 기반 보조금 표준


100km 이상 150 km 미만 보조금 취소

150km 이상 200 km 미만 대당 1만 5천 위안 (보조금 취소)

200km 이상 250 km 미만 대당 2만 4천 위안 (보조금 취소)

250km 이상 300 km 미만 대당 3만 4천 위안 (47% 감액)

300km 이상 400 km 미만 대당 4만 5천 위안 (60% 감액)

400km 이상 대당 5만 위안 (50% 감액)

40km 이상 전기 삽입식 혼합 동력(거리 연장 포함) 대당 20만 위안 (65% 감액)


중국 정부는 이번 6월부터 보조금을 삭감하여 6만 6천 위안에서 2만 7천5백 위안으로 대폭 낮춘다. 이러한 정책은 원래 예상보다 전기차 생산 및 판매가 너무 많아 재정이 감당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 업체들이 렌터카 업체 등과 짜고 과다한 가격의 전기차를 렌터카가 구매하고 뒤로 다시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정부 지원금을 털어 먹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그러니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삭감은 어떤 면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조치이다.


하지만 보조금과 동시에 추진한 2025년까지 모든 자동차 업체가 생산량의 20%를 신 에너지 자동차로 생산하여야 한다는 조항은 그대로이다. 과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보조금 없는 상황에서 이런 규모의 판매를 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위기를 기회로 보는 사람이 있는 곳이 중국이다. 길리 자동차의 회장 리슈후(이서복. 李书福)은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생각하여 독일의 스마트 지분의 절반을 인수하였다.

timg.jpg 독일 다이믈러의 스마트 지분 절반을 인수한 지린 리슈후 회장

스마트는 전기 자동차이며 경차이어서 가격이 낮다. 따라서 보조금이 절대 금액으로 주어지는 체계에서는 저가 자동차가 유리한 것이다. 스마트는 고품질의 유럽 생산 방식이니만큼 품질을 유지하는 생산 체계를 도입한다면 보조금 삭감 시대에 길리 자동차가 승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timg (1).jpg 스마트, 지능형 전기 경차

실제로 스마트는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차종이다. 큰 차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경향과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디자인이 예쁘고 기능이 잘 설계되어 있어 지식인이나 여성들이 적지 아니 이용하고 있다.


이 스마트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테슬라이다. 테슬라는 크고 빠르며 아름다운 고급 전기 차이다. 그리고 북경 등에서는 공해 통제를 목적으로 자동차의 넘버 발행을 통제하고 있는데 전기차의 경우 통제를 상대적으로 풀어주고 있다. 그 결과 상당 기간 자동차 넘버를 발급받지 못한 북경 시민들이 테슬러를 구매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돈은 있지만 넘버를 구하지 못한 경우, 그리고 해외 유학 등으로 자신이 글로벌한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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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은 물론 자사 제품의 경쟁력에 확신이 있었던 엘런 머스크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참이던 지난해 중국 생산을 결정하였다. 그것은 자사의 제품이 미중 무역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 전쟁이 종료 국면으로 돌입하고 있다. 이미 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내렸으며 자국 기업에게만 보조금을 주던 관행도 철퇴를 맞았다. 중국 정부는 WTO 수준의 보조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외산 자동차의 경우도 동등하게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된다. 여기에 미국 기업에 대해 100% 지분의 외자 법인 설립을 허용하게 되면 테슬러의 경우 날개를 다는 것이다.


디자인 및 기술력의 열세, 관세 장벽의 무력화, 미국 기업의 100% 독자 법인 설립 허용, 외국 기업에 대한 내국 기업 대우(보조금 포함), 여기에 그동안 중국의 소비자들이 겪어온 중국과 외국 기업의 합자 법인이 보여온 품질 문제를 고려한다면 향후 중국 국산 자동차 기업의 앞날은 가시밭 길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자동차 수요는 이미 최고점을 지나 판매량이 2018년 이후 최초로 감소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국 본토 자동차 기업의 위축은 필연적일 것이며 이들에게 납품하고 있는 수많은 부품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다. 화웨이로 출발한 인터넷 기업의 감원 바람은 이제 자동차 기업으로도 번질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감원 규모는 인터넷 기업의 규모보다는 훨씬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다. 특히 완성차 공장이 있던 도시는 타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의 살 길을 찾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는 아무래도 소비재, 일용품, 그리고 내륙 시장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들이 돌파해야 하는 시장은 이제 북경이나 상해 같은 곳이 아니라 인구가 많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허난 성, 산시 성, 후베이 성, 후난 성 등과 같이 내륙에 있으면서 인구가 큰 지방이 될 것이다. 이미 중국 기업들이 2, 3년 전부터 뛰어들어가서 유통망과 커넥션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기업도 더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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