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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Jun 28. 2020

중국은행 다액 거래 등록제와 전자 화폐

중국 정부가 7월 1일부터 허베이(河北), 저장(浙江), 선전(深圳) 등 3 지역에서 거액 현금관리 제도의 시범 실시에 들어간다. 이 거액 현금 관리 제도는 중국어로 다액현금관리(大额现金管理)라고 하는데 다름 아닌 일정 금액 이상의 은행 거래를 등록하도록 한 제도이다. 우선 해당 금액 규모는 예금주가 개인인가 아니면 기업 등 단체인가에 따라 다르다. 기업 등 단체의 경우는 일괄 50만 위안 이상 거래이면 해당이 되며 개인의 경우 허베이는 10만 위안, 저장은 30만 위안, 그리고 선전의 경우는 20만 위안부터 해당이 된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670536908852015734&wfr=spider&for=pc

사실 이 법안은 이미 지난해 11월 5일 중국 인민은행 다액 현금 관리 시범 시행에 관한 통지(《中国人民银行关于开展大额现金管理试点的通知》)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입법 예고에 해당되는 공개 의견 청취를 한 바 있었다.(http://cache.baiducontent.com/c?m=9d78d513d9d437ab4f9b96697d1dc0126a4381132ba6da020ea4843992732f42506793ac51220770d9d20a6516d94b4beb8021023c1456bd8cbe895dabc885295f9f5740676ff55664d40edfc05124b137e05cfedb18f0caf425e4d9c5d2af4322be44737e9780fd4d7416dd6e800341e8b1ef39022e12ad9a4672fe296058ec3436b05089e725190696f7ad4b3cc43da1670696df22c14805c619b3691f3337d358f6480f296aa60965e8454e198fae18a23d793761e619a4b9b6e3b60c9bdc9d60c4e7aec74af40091bbeb9933291559a54ed4d7ffcc7513477eaf93dc69a538f6869ad94b955c8e5423f2043c531da56ce8c98415a23d3aaab019f97474532b4bc8b200ba3d352e60f26d46ef489c20e699773db8e9dfe2f8164ed9ffc774029fc9c73edd6e7e428c402a6ea9835d0876fe740efaa5cd6aa8347ba4b466b7101bea&p=846cc64ad48011a059e7c8341364&newp=8571c64ad4d211a059e7dd291c0592695d0fc20e3adcd401298ffe0cc4241a1a1a3aecbf2d241302d9c47a6203a8435ce8f730783d0034f1f689df08d2ecce7e3e&user=baidu&fm=sc&query=%D6%D0%B9%FA%C8%CB%C3%F1%D2%F8%D0%D0%B9%D8%D3%DA%BF%AA%D5%B9%B4%F3%B6%EE%CF%D6%BD%F0%B9%DC%C0%ED%CA%D4%B5%E3%B5%C4%CD%A8%D6%AA&qid=edd84af9003155cc&p1=11)


그러면 구체적으로 이 제도의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인가? 우선 중국에서 기업을 운영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국은 자기 돈이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지금 현재도 은행 자기 계좌에 있는 돈을 마음대로 인출할 수 없다. 물론 적은 금액의 경우는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 인출 한도가 시기와 지방에 따라 1만 위안에서 3만 위안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기업의 경우 매월 동일 날자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출, 예를 들어 급여, 임대료, 통신비 및 각종 관리비 등은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금액을 인출하려고 하면 은행은 소명과 증빙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생산 설비를 도입하는 것이다"라고 소명하고 계약서 등의 증빙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니 내 돈도 내 마음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다액 현금 관리는 지금까지의 이런 통제에 더해서 입금, 출금, 그리고 이체 내용과 그 관련 정보를 모두 국가 데이터 베이스에 등록한다는 것이 다르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차량을 구입하거나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이 새 제도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면 왜 국가는 이렇게 사람들과 단체들의 금전 거래를 통재하려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 중국 정부가 하고 있는 말은 탈세와 탈루, 그리고 사회적 자원을 부당하게 사용할 소지가 있는 '소수자들'의 현금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한 마디로 탈세를 잡고 부정부패와 돈세탁을 막으려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보다 현금의 흐름을 잘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재정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도 말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 말은 한 가지를 암시하는데 바로 '현금의 행방을 추적하려 한다'는 것이다. 모든 제도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와 같이 반복적 지출을 제외한 규모 이상 인출에 대해 지출 목적 증명을 하게 하는 것은 확실히 부정한 지출을 막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한 지출을 막자고 모든 중국 기업들이 비효율적인 은행 거래를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다시 상당수 기업들이 자금을 은행에 보관하지 않도록 만드는 이유가 된다. 현재와 같은 금융 환경에서는 급히 지출이 필요할 때 사용할 규모의 현금은 언제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행 바깥에 있는 현금의 규모가 클수록 부정한 사용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 늘어난다.


그래서 이번 조치는 단순히 부정한 지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현금의 흐름 자체를 모두 파악하려 하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리 방식이면 입금자 관련 정보 따로, 출금자 관련 정보 따로 각기 관리되었다. 그러나 이 다액 현금 관리 제도가 도입이 되면 돈이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까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 파악할 수 없었던 개인과 기업의 소득을 추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집행하는지 알아보자. 먼저 예약을 해야 한다. 미리 은행에 연락을 해서 은행 쪽 사함과 약속을 잡아야 한다. 현행 기업의 큰 금액 인출과 동일하다. 다만 개인도 동일하게 이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고 증빙 서류들이 다를 수 있겠다. 그러고 나서 은행 측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요구하는 등기를 한다. 은행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필요한 경우 추적을 할 수 있다. 위 제도 실시 공문에 따르면 은행은 현지의 특성과 리스크 등급을 감안하여 실시함으로써 주로 현금을 이용하는 장사를 하는 개인과 단체에게 잘 설명을 해서 비현금 지급 방법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라고 되어 있다.  결국 신용카드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지불을 하도록 하라는 의미이다. 은행은 또한 이 제도를 운영하면서 잘 분석을 해서 "관계 부서와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본 업무의 규율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인데 이미 시행 부처에서 "은행과 고객 사이의 결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기는 이 현금 관리를 조금 더 느슨하게 하는 은행이 있다면 당연히 예금은 그 은행으로 쏠릴 것이다. 인민은행 스지아장(石家庄) 센터에 부동산 영역 자금 세탁 센터를 설치하고 싱타이(邢台)에는 부동산 재정 센터를 두고 상호 협력하여 주요 기업의 시재 일보와 다액 현금 거래 등을 종합하여 모니터링하게 한다. 인민은행 저장성 센터에서는 도소매, 부동산, 자동차 판매 등의 업종별 관리를 하여 업종별로 다액 현금 거래 기준 금액을 관리하고 비현금 지불을 유도하도록 한다. 인민은행 선전 센터에서는 개인 고객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맡는다. 대상 지역의 적당한 국가 기관 및 국유 기업의 간부들을 탐색해서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수입이나 왕래에 대한 보고를 한다. 거기에 더해 선전 센터는 현금의 국경을 넘나드는 월경 거래를 감시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추적을 하도록 한다.


이상과 같은 내용에서 우리는 중국 정부가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1. 현금 장사하는 개인과 기업을 감시하여 탈세, 탈루를 막는 것

2. 주요 정부, 기업의 고관들을 대상으로 부정부패를 막는 것

3. 현금의 해외 반출 등의 외환 관리 및 해외에서의 위안화 관리를 강화하는 것

4. 개인과 단체를 막론하고 비현금 거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


중국 정부는 현재 엄청난 규모의 재정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니 합법적인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코로나 19와 남방 홍수로 사람들의 생활이 피폐한 지금 실시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물론 허베이, 저장, 선전은 다행히 적어도 홍수의 피해는 없었고 바이러스 피해도 상대적으로 덜했으니 강행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금의 해외 반출과 외환과의 관계는 미묘하다. 필자의 추측이기는 한데 역외 위안화의 거래 시장을 연 후에는 중국 내 검은돈이 현금의 형식으로 해외에 나가서 달러 등으로 바뀌는 경우가 상당할 것 같다. 중국 고위직들의 부정 축재한 돈의 규모가 건당 수천 억에서 수 조를 헤아리니 만일 이런 검은돈이 상당 부분 해외로 나가서 달러로 교환되었다면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위안화가 중국 국경 밖에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이 만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외환 시장에서 위안화가 폭락한다면 그것은 중국 경제에는 핵폭탄이 될 것이다. 홍콩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하나하나 가해지고 있는데 만일 마지막 단계에서 홍콩의 페그제를 파괴하고 위안화를 폭락시키면 중국은 당장 경제 위기를 맞게 된다. 중국 정부가 남의 손에 의한 경제 폭탄에 당하지 않으려면 사실 방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리고 이 장면에서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화폐'의 그림자를 느낀다. 만일 모든 위안화를 디지털 화폐로 전환할 수 있으면 이론적으로는 모든 탈세 탈루를 적발할 수 있다. 그리고 해외로 밀반출되는 위안화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구절구절 나오는 "비현금 거래로 유도한다"라는 것은 신용카드가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이후 시행될 중국의 디지털 화폐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남방의 홍수는 계속되고 있다. 산샤 댐에 대한 붕괴 우려도 각종 매체에서 계속 제기하고 있다. 홍수로 인한 경제적 피해, 농사를 망쳤으니 식량 문제, 여기에 틀림없이 창궐할 코로나 19, 그리고 전면적으로 압력을 가해오는 미국, 이 와중에 추진하는 다액 거래 등록제, 그만큼 중국은 코너에 몰려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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