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개인 파산 제도가 도입될 모양이다. 이것은 시장에 매우 중대한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사건이다. 중국은 파산 제도가 없다. 그래서 대출을 받았을 경우 이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즉, 수중에 한 푼이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평생 빚은 갚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 "원유보(原油宝)" 사건이다. 원유보라는 것은 중국은행이 시장에 판매한 원유 선물 거래 상품이다. 즉 원유 선물 거래 상품을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판매하고 필요한 경우 선물 구매에 필요한 자금도 대출해 준다. 그래서 많은 중국인들이 이 상품을 구매하였다. 그리고 그중 상당 수가 은행의 융자도 받았다. 그리고는 원유 가격 폭락이 -37 달러라는 전무후무의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이 원유보에 투자 손실은 300억 위안이 넘으며(한화 5조 1453억 원) 투자자는 6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상황 방식으로 예를 들면 평생 모은 돈 1억에 은행의 권유에 따라 융자를 4억을 받아 5억을 투자한 결과 원금은 날아가고 빚이 4억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 빚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그러면 중국에는 개인 파산, 또는 개인 회생의 방법은 없는가? 작년 10월 부동산의 큰손들이 많기로 유명한 원저우에서 중국 최초로 개인 파산에 상응하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 저장성의 '차이'라는 사람이 빌린 214万여 위안에 대한 상환 능력이 없으나 "诚信而不幸(성실하지만 불행)"한 경우로 판단 최종 18개월간 1.5%씩 계산한 3.2만 위안만 일시 상환하고 청산한다고 한 것이다. (http://www.xinhuanet.com//2019-10/11/c_1125089261.htm)
이 판례는 첫 번째라고 하는데 중국의 개인 파산법에 대해 알아보자. 중국의 바이두에 의하면 1986년 12월 2일 제6차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18차 회의에서 채택된 "중화인민공화국 기업파산법(시행)《中华人民共和国企业破产法(试行)》"은 자연인 파산제도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1994년 3월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 파산법(초안)《中华人民共和国破产法(草案)》"에서 파산법의 적용 범위를 모든 법인과 비법인 기업, 그리고 비법인 기업의 채무에 대한 연대 책임을 지는 자연인으로 확대한 것이 파산 관련하여 사람을 최초로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아직 자연인 파산제도는 없다. 중국은 지금까지 파산법 적용 주체에 기업법인만 포함시켰다. 따라서, 사법 실무에서는, 자연인을 만난 채무자의 전 재산은 채무를 청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 분쟁은 민사소송 절차(주로 집행 절차)를 통해 해결된다.( https://baike.baidu.com/item/%E4%B8%AA%E4%BA%BA%E7%A0%B4%E4%BA%A7%E5%88%B6%E5%BA%A6?sefr=xinhuawang)
그러므로 앞서 언급한 원유보와 같이 예기치 않게 큰돈을 빚지게 되면 당사자는 절망을 할 수밖에 없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런데 광둥성 선전에서 개인 파산법을 도입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그리고 매체들은 즉시 이를 부동산과 연결을 지었다.
https://baijiahao.baidu.com/s?id=1665497152686118418&wfr=spider&for=pc
개인 파산과 부동산을 연결 짓는 것은 중국의 대부분의 인민들의 부채가 주택 담보 융자라는데에서 자연스럽다. 물론 자동차의 경우도 있으나 규모 면에서 부동산과 비교할 수가 없다. 아래 그림을 보면 금년 들어서 자동차 및 부동산의 대출을 제 때에 갚지 못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 19의 영향일 것이다.
만일 사람들이 제때에 부동산 담보 대출을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 부동산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은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해 온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지적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중국의 부동산이 문제다' 정도의 타이틀을 보아도 전혀 반응이 없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중국의 부동산을 주의해서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는데 이제 현실화의 조짐이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의 최근 30개 성시의 3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중국 도시 생활자의 평균 총자산은 317만 9천 위안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5억 5천만 원 정도 된다. 그렇지만 이 수치는 평균이고 중위치(Median)을 살펴보면 163만 위안으로 한화로는 2억 8천만 원 정도이다. 문제는 이 중위치 자산의 70%가 부동산인 점이다. 현금화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실제 사용 가능한 재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도 유사한 상황인 것이다.
빈부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상위 20%가 총자산의 63%를 소유하고 있으며 상위 10%만 놓고 볼 때 47.5%이다. 하위 20% 가구의 자산 비중은 2.6%에 불과했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 무색한 수준이다. 그리고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경우도 전체 가구의 56.5%가 은행 대출에 의지하고 있고 부동산 대출이 가구 부채의 75.9%를 점유한다. 그리고 대부분 은행 대출이다. 결국 만일 부동산 담보 대출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전 가구의 절반은 부동산이 은행에 넘어갈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 중국의 부동산 동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며 금융 또한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자산이 10 만 위안 이하인 가구가 792개였다고 한다. 3만 가구를 조사했으므로 대략 2.64%에 달한다. 이들의 자산 부채 비율은 30.7%로 기타 가구보다 높았고 이중 106개는 100%를 초과했다고 한다. 이미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것이다. 이 106개 가구는 무주택에다가 예금도 별로 없고 주로 자영업 등이어서 안전된 수입이 없다. 하지만 부채 비중이 높아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은행 위약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조사 대상 가구의 43.4%가 주택 대출을 받았는데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가구의 자산 부채율은 16.%%, 금융 자산 부채 비율은 101.5%, 월 상환금 수입 대비율은 29.0%였다. 그러니까 소유 주택 가치의 16% 정도가 아직 은행 담보로 남아 있고 가지고 있는 예금 등 금융 자산보다 은행 빚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수입 대비 은행 상환금이 29%나 된다.
이런 현상이 나오게 되는 이유는 이들이 주택을 구매할 당시의 집값이 대폭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즉 구매 당시에 최대한 큰 부동산을 구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는 시기에는 당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수입의 29%를 이자를 내는데 들어가는 정도로 최대한 고가의 부동산을 구입하였고 그 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 부채 비율은 대폭 감소한 것이다. 즉 구매 당시보다 부동산 가격이 몇 배 뛰면서 자산 가치는 커지고 부채 금액은 그대로인 셈이다. 하지만 수입이 늘지 않다 보니 꼬박꼬박 수입의 30%가량을 은행 이자로 내는 소위 '하우스 푸어' 현상인 것이다.
보고에 따르면 중국 도시민 가구의 금융 자산 부채 비율은 44.6%이다. 이중 부채가 있는 가구의 금융자산의 부채비율은 평균 85.3%, 중위수는 117.3%에 달했다. 결국 절반이 넘는 가구가 금융 자산의 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다는 말이다. 이는 유동성 리스크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는 말이다. 이번 원유 선물 거래 상품인 중국은행의 "原油宝" 상품 파동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볼 때 부동산 파동이 온다면 중국 사회에는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19 사태는 부동산 버블의 폭락이 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선전에 도입되는 개인 파산 제도는 아무래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는 것이다. 선전 시 인민대표 상무위원회 감찰 및 사법공위 주임인 런단(任彤)에 따르면 이번 입법은 성실하게 신용을 지키는 채무자가 채무 위기에서 벗어나야 개인파산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기본적 가치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3월 중앙은행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19년 말까지 은행카드의 미지급 신용 잔액이 7조 59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3% 증가했고, 쑤닝 금융연구원(苏宁金融研究院)에 따르면 2019년 말 현재 중국의 가구 부채율은 55.8%로 2018년 말에 비해 3.7% 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지역 금융 운용보고서(中国区域金融运行报告(2019))에 따르면 주민 부채 수준이 1% 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전체 소매판매의 증가속도는 0.3% 포인트 가량 떨어진다. 그렇다면 가계 소비는 코로나 19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1.11% 이상 감소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선전 시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 배격에 대하여 필자뿐만 아니라 상당 수의 사람들이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악의적인 채무자를 방지하기 위하여 관찰 기간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개인파산법 상의 관찰 기간은 4년이라고 한다. 4년 동안 채무자 수입은 제외되었다가 기초생활보장 외에 나머지 초과분은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 타이완의 '소비자 채무 청산 조례'에 따르면 개인파산 사태가 종결될 때 4년 이내에 청산 채무의 40%를 갚으면 나머지를 탕감해주고, 5년간 30%를 갚으면 나머지를 탕감해 주는 식으로 빚을 미룬다.
반면 개인 파산을 도입할 경우 이 부채 자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을 개인이 아닌 금융권이 하게 된다는 것이 다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중국에서 대규모 개인 파산이 발생할 때 현재 악성 부채로 신음하는 중국의 금융권이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물론 이 개인 파산법이 일시에 도입되지는 않을 것이다. 선전에서 시작하여 점차 확대해 나갈 요량이겠지만 발표 시점이 양회를 바로 앞두고 노동절 장기 연휴 직전 발표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정치적으로 마음을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일단 개인 채무를 금융권 채무로 전환시켜 놓으면 정부가 손을 쓰기가 쉽다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지 않을까? 중국이 이런 수준의 대비를 시작하고 있다면 우리도 상응하는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