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Apr 16.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거

재외국민을 위한 국회의원 있어야 한다

4월 15일의 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둘러싸고 여러 측면에서의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시대의 변화라는 입장에서 한번 논의해 보고 싶다. 물론 여태껏 많은 사람, 많은 글들이 '시대의 변화'라는 말을 해와서 이제는 신선한 느낌이 전혀 없는 말이만 지금은 무거운 의미를 담을 수 있다고 본다.


필자는 90년대에 국내 한 IT 회사에 근무를 하면서 당시 한국 정부가 최초로 선거 관리 정보화를 할 때 그 전략 계획을 수립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제안서를 작성했었다. 그 제안서는 평가 1위를 했지만 당시 예산이 너무 적어 회사 차원에서 수주를 하지 않았었다. 그때가 1993년이었으므로 우리나라 선거의 정보화는 이미 30년이 흐른 셈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너무나 익숙해져서 당연시하고 있지지만 우리나라처럼 선거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는 국가는 드믈다.

Archon Fung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여러 영역의 여러 전문가들이 하나둘 씩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논의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 또한 새 시대의 정치 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논의가 시작되고 있어 보인다. 그리고 정치의 중심이 보다 공동체 밀착적인 것이 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바드 대학의 Archon Fung은 시민 연방의 시대를 이야기하며 주와 지역이 정의, 연대, 그리고 멀리 내다보는 민주적 문제 해결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민 연방주의"의 씨앗을  뿌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비대면 주권 행사의 방법에 대한 논의도 일어나고 있는데 예를 들면 기자인 Lee Drutman은 이제 '선거날'이 아니라 '선거 달'로 선거 기간을 늘려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조기 투표 개념을 더 확장하여 충분히 긴 기간을 부여함으로써 코로나 19의 위협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Kevin R. Kosar

선거 달과 맞물리는 생각으로 R Street Institute의 조사 협력 담당 부사장인 Kevin R. Kosar는 우편 투표가 당연한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해외의 군인들은 수십 년 동안 우편으로 투표를 해왔다고 예를 들며 워싱턴, 오리건, 유타 주와 같은 몇몇 주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투표하도록 했다고 말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런 우편 투표를 확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편 투표는 그 신뢰성과 비밀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필요로 한다. the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Dale Ho는 여기에 대해 선거 방식의 개정, 더 많은 선거 관리원, 일부 주 정부의 우편 투표 금지 법안의 개정, 더 오랜 시간, 그리고 길어진 선거 기간 등을 제안하지만 이는 지금보다 너무 많이 불편해지고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Dale Ho 그 자신도 이중 전체는 아니더라도 부분적으로라도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Joe Brotherton

우리나라처럼 선거 관리 시스템이 발달한 IT 강국이 새삼 우편 투표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전자투표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Democracy Live의 회장인 Joe Brotherton는 당연히 이후의 선거는 전자 투표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 사람이 자기 사업을 위해서 한 말일 수도 있으나 우리 한국의 경우에는 모든 조건이 구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금융 실명제, 통신 실명제가 정착되어 있고 신분증 제도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은가? 국민들이 전 재산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투표를 위해서는 맡길 수 없다고 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단지 문제가 된다면 선거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정권의 신뢰성을 믿지 못하여 수작업 확인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치인들이 문제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투표의 도입은 기존 정치인들의 입지를 더 줄일 가능성이 있다. 투표가 전자 투표로 가능해지면 투표일이 공휴일이 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좀 더 자주 투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의 정치 시스템 그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왜 우리가 국회의원들을 필요로 하는가 말이다. 뉴스 화면에 비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백지부터 다시 국회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필자 혼자일까? 즉 직접 국민들의 민의를 쉽게 물을 수 있게 되면 국회의 기능이 '민의를 대변하는 기능' 위주로부터 '민의의 표출을 돕는 기능'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걸핏하면 "국민의 뜻"이라며 호통을 치거나 "국민의 뜻"이라며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안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가치를 지금보다 훨씬 더 국민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결코 당선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자기 생각, 자기주장을 "국민의 뜻'이라며 양쪽 진영 모두 서로 상반된 "국민의 뜻"을 가지고 충돌하는 코미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구 국민들의 의사는 자연히 투표라는 방식으로 보다 잘 알 수 있을 것이므로 국회의원의 역할이 선거구민들의 서로 다른 입장, 서로 다른 주장들을 어떻게 융화해 내느냐에 보다 집중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국회의원 본인들도 이러한 IT의 혜택을 받아 재택근무, 또는 재-지역구 근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than Zuckerman

MIT의 Ethan Zuckerman 교수는 국회위원들의 입법 활동 자체를 화상 회의 등을 이용한 비대면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한다. 먼저 로비스트들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다. 그리고 특히 미국과 같이 지역적으로 크고 넓게 분산된 국가에서는 이렇게 함으로써 의원들이 해당 지역에 장기적으로 머물러 지역 공동체의 이슈와 여론에 더 접하고 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무실은 여의도에, 집은 서울 강남에, 아이는 미국에, 부동산은 전국에, 지역구는 지방에 있다는 한국의 국회위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Ethan Zuckerman 교수는 가상 의회의 시대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필자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 한국인들은  더 이상 한반도 안에서만 살고 있지 않다. 수많은 국민들이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그 야이나 질에서 이미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가 되고 있음에도 선거에 아직도 불편함이 있으며 피선거권은 생각도 못한다. 


만일 전자 투표가 도입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러한 물리적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해외 지역구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은 국민들이 살고 있는 미국을 보자. 위키백과를 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은 200만 명에 달한다.   한편 대한민국(한국) 외교부는 재미 한국인 를 2017년 기준 대략 25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계 미국인들 중 이중 국적자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이 두 숫자를 합치면 450만이다. 이중 국적자를 고려해도 300만은 넘지 않을까? 나무 위키를 보면 우리나라 선거구 기준 인구는 21만 8천 명이며 최소 인구는 14만 5천 명, 최다 인구 29만 명이다. 최다 인구를 기준으로 하고 2017년도 재미 한국인 기준 250만 명이라고 보아도 9개의 선거구가 나오는 규모이다. 즉 미국을 대상으로 할 때 약 1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나와야 마땅한 규모라는 생각이다.


다음 일본을 보자. 우리는 항상 극일, 항일을 주장하고 재일교포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그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 아닐까? 나무 위키에 의하면 재일교포는 약 60만 명이다. 일본 법무부 2015년 통계로는 49만 8천 명이다. 이들은 일본 국적이 아닌 한국 또는 북한 국적인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1, 2 명의 국회의원은 나와야 하는 지역이라고 본다. 이들이 재일 한국인들의 의사를 대변하여 우리 국회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재일 한국인들의 권리는 물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클 것이라고 본다.


아마 그다음은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중국일 것이다.  2019년 기준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조사한 중국 지역 재외 한인 현황을 보면 중국 거주 한국인들은 246만 명이 넘는다. 최다 인구 선거구 29만 명을 기준으로 해도 미국과 같이 9명의 국회의원이 나와야 한다. 


여기에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동남아 교민들을 합하면 7백만 명을 넘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투표권은 현지 대사관 등을 통하여 행사할 수 있으나 코로나 19 이후 상당수 국가들의 상황이 이러한 투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선거 때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이전에 본인이 거주하던 지역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투표를 하게 하는 현행 제도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선거권을 부여하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 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하는 장소가 한국 국내가 아니라고 해서 수백만명의 한국인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재외국 선거구"를 주장한다. 국제화, 세계화의 삶이 일상화된 21세기에 국내 지역구로 한정하는 선거구 방식은 더 이상 새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본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동조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청와대 청원이라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우한의 봉쇄 해제 그리고 제2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