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 Sep 25. 2021

AUKUS와 글로벌 역학

 호주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AUKUS 동맹, 즉 호주, 영국, 미국의 새로운 군사 동맹은 즉각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더구나 미국이 호주에게 핵 잠수함 기술과 토마호크 등 관련 부대 무기도 공급할 것임이 알려지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그와 동시에 프랑스와 진행하던 재래식 잠수함 프로젝트를 호주가 파기함으로써 프랑스는 격렬하게 반발했고 이렇게까지 하면서 급히 AUKUS 동맹을 맺어야 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9OSbXjuqUU


호주의 보리스 총리의 발언 내용을 들어보면 지역의 위협의 증가로 인하여 가치를 공유하는 오랜 동맹들과 함께  AUKUS 동맹을 결행했다는 것이며 특히 지금까지 프랑스와 진행해온 잠수함 프로젝트로는 목적에 부족하기 때문에 핵 동력 잠수함 기술을 영미로부터 제공받기로 하였다고 선언하였다.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AUKUS가 세계 안보를 향한 큰 발걸음이며, AUKUS에 속한 국가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기술 교류를 위한 파트너십을 만드는 3개의 같은 생각을 가진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AUKUS가 배타적인 것이 아니며 누군가를 축출하려는 시도가 아니라고 하였다. 또한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AUKUS를 오랜 동맹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호주에 제공하는 기술이 "핵 동력"이며 "핵무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와 유럽을 언급하며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의 인도 퍼시픽에서의 지분에 대해 고려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https://iz.ru/1225422/2021-09-22/dzhonson-posovetoval-frantcii-vziat-sebia-v-ruki-na-fone-sozdaniia-aukus


그러나 이 AUKUS가 중국을 대상으로 한 것임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역시 호주에게 핵 잠수함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향후 18개월, 즉 1년 반 동안 이를 위한 분석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고 제공되는 잠수함의 규모 또한 상당한 것임을 시사하였다. AUKUS 동맹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중국이 분기탱천 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중국의 분노에는 의문도 포함되어 있다. 호주와 중국이 최근 무역 제재를 하는 등 관계가 악화되고 있었다고는 해도 호주의 이런 행동은 너무 지나쳐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구시보 총편집인 후지진(胡锡进)도 유튜브를 통해 중국과 호주는 서로 멀리 있어 군사적으로 충돌할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호주가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후시진의 이 발언은 대다수 중국인들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T4cKuLmS4E


물론 지금까지 중국의 외교를 보면 중국은 외국 또는 외국인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인지 능력이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접하는 세계 많은 나라들이 다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던 것은 "핵무기"가 아닌 "핵 동력"이라고 해도 NPT 가맹 국가인 호주에게 "핵무기" 보유 국가인 영미가 기술을 제공한다는 것은 여간 민감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미국이 이란과 북한을 제재하고 이라크를 공격할 때 거론된 것이 언제나 "핵 기술"과 "대량 살상 무기"였다. 실제 이란의 경우 자신들의 핵 개발은 모두 평화 목적이며 국제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이야기를 해도 지금까지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AUKUS의 성립 발표를 보면 사실 몇 가지 유추할 수 있다. 먼저 AUKUS 동맹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호주에 대한 핵잠의 제공, 그리고 AI 등 관련 기술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공개되었다. 따라서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 정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사 동맹의 경우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공개로 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해야만 하는 부분을 제한적으로 공개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측일 것이다. 핵잠이나 군사용 AI의 경우 제공하게 되면 어차피 알려질 사실이기 때문에 공개했을 것이고 가상 적국이나 기타 예민한 내용은 비공개되었을 것이다.


호주는 이미 5 아이즈 국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AI 등 군사 기술은 첩보 용일리는 없다. 그보다는 무기에 적용되는 기술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선언에는 군사, 기술, 산업 등의 단어가 사용되었다. 그렇다면 호주가 육상 무기에 투자할 가능성은 적어 보이니 AI 가 적용되는 무기는 대체로 미사일, 그리고 드론 등이 될 것이다. 결국 미국과 영국은 호주의 요청에 따라 오세아니아 대양을 커버하는 해군력과 공군력을 강화해 주는 동맹인 것이다. 존슨 영국 총리가 일자리를 강조한 것으로 보아 이 핵잠 프로젝트에 영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호주가 이 핵잠을 요구했다는 것도 분명했다.


호주, 영국, 미국이 AUKUS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아무리 주장을 해도 이제 이 사태는 중동과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 양극화 경쟁의 결과인 이 동맹은 당장 이란으로 하여금 이 명분을 활용하게 할 것이다. 호주가 더 많은 핵 물질을 보유할 수 있다면 이란은 왜 안되는가 하고 주장할 것이며 여기에 북한이 가세할 가능성도 높다. 그리고  새로운 핵무기 경쟁이 시작되고 실행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https://thearabweekly.com/aukus-deal-could-strengthen-irans-nuclear-ambitions


ASEAN도 뒤숭숭하다. 전반적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호주가 태평양 지역의 안보를 주요 서방 강대국 - 앵글로 색슨 국가만이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라고 점점 더 느끼게 될 수 있다는 말이 벌써 나오고 있다. 그중 분명하게 반발하고 있는 국가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이다. 인도네시아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회담을 취소했고, 말레이시아는 이 협정이 "핵무기 경쟁의 촉매"라고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https://www.bbc.com/news/world-australia-58635393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히샤무딘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은 한 술 더 떠서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을 방문해 AUKUS에 대한 중국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https://news.sina.com.cn/w/2021-09-23/doc-iktzscyx5907309.shtml


반면 ASEAN 중에서도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등은 AUKUS의 등장을 환영하고 있다. 즉, ASEAN 국가들 각각의 입장이 갈리는 것이다. 싱가포르, 베트남은 조용한 지지, 그리고 필리핀은 공개적인 지지 입장이다.  AUKUS 협정은 11월에 예정된 연례 정상 회담을 포함하여 다가오는 ASEAN 고위급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https://asiatimes.com/2021/09/aukus-sub-deal-splits-asean-into-pro-and-con-camps/


ASEAN 각국의 반응에 이런 온도차가 있는 것은 대체로 각국과 중국 사이의 거리와 비례한다. 중국과 가까이에 있는 국가일수록 AUKUS에 동조하고 있으며 멀리에 있는 국가일수록 냉담하다. 그것은 바꾸어 말해 중국으로부터의 압력을 받는 수준, 영토 분쟁의 수준에 따라 AUKUS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AUKUS의 출현은 ASEAN 뿐만 아니라 인도, 일본에 대한 의문도 일게 하였다. 이미 쿼드라는 체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AUKUS 동맹이 나왔다는 것은  AUKUS에 참여하지 않은 일본이나 인도와 견해 차이가 컸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AUKUS가 기존의 쿼드와 다른 점이 군사 동맹이라는 점인데 그것은 역으로 인도나 일본은 군사 동맹 가입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인가 라는 추론을 하게 만든다. 


일본의 경우 형식 상으로는 평화 헌법으로 인해 전쟁을 할 수 없는 국가이므로 특정 국에 대항하는 군사 동맹을 맺기가 어려울 수 있다. 동시에 스가 총리의 불출마 및 자민당 내부의 혼란은 일본과 중대한 군사 동맹을 맺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고 불 수도 있다. 어쩌면 미국 쪽이 일본의 군사화를 추진하고 돕는데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

https://asiatimes.com/2021/09/japan-politics-on-a-precipice-but-us-barely-notices/

그리고 인도의 경우는 비교적 명확한데 인도는 현재의 중인 국경 분쟁을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중국과의 전선을 확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따라서 AUKUS는 실제 군사적으로 작전을 같이 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국가들이 동맹을 맺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동맹은 특정한 적 세력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AUKUS가 겨냥하는 것이 중국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당연하게도 중국은 AUKUS 동맹을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AUKUS는 뭐고 쿼드는 또 뭐냐 라고 하며 비아냥을 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이 호주에만 특별히 핵 기술을 제공한다면서 인도나 일본은 미국이 그들에게 민감하기 짝이 없는 핵 관련 기술을 제공할 것을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즉, 인도나 일본이 소외당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https://www.ft.com/content/59da17c6-4ddf-4d53-9696-711a0d1a1225


그러나 러시아 미디어인 Izvestia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이는 중국의 매체 조작이라고 평가했다. 브리즈번의 호주-인도 협력 연구소 소장인 Ashutosh Misra는 Izvestia에 인도와 일본이 AUKUS의 창설을 후회한다는 말은 순전히 쿼드 회원국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중국의 선전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인도는 AUKUS를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도 태평양 지역의 강점 강화 요소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https://iz.ru/1225783/nataliia-portiakova/nashli-quad-dlia-chego-lidery-avstralii-ssha-indii-i-iaponii-vstrechaiutsia-lichno

즉 인도나 일본의 시각에서는 AUKUS는 쿼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기보다는 쿼드로서는 못할 일을 충족시켜 주는 부분이 크다고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쿼드와 AUKUS 뿐만 아니라 인도-인도네시아-호주, 인도-호주-프랑스 및 인도-일본-호주와 같은 다양한 연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성이 무엇이든 "ASEAN을 중심으로 규칙 기반의 투명하고 안전한 지역 아키텍처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중국과 마찬가지로 호주의 원자력 잠수함 개발이 핵확산 방지 조약을 훼손하고 이 지역의  군비 경쟁을 가속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는 핵 잠수함 함대 건설이 국제 원자력기구(IAE A)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물론 AUKUS 동맹 국가가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러시아는 AUKUS 잠수함 거래를 선례로 여기고 인도 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에게 러시아의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소문이나 추측이 아니고 러시아 국방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러시아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사항이다. 영국이 호주에 핵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면 러시아라고 해서 못할 이유가 있는가 말이다. 러시아가 핵 추진 잠수함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기로 결정한다면 관심 있는 구매자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베트남, 알제리 같은 국가를 잠재 고객으로 꼽았다. 


러시아가 핵 잠수함을 제공한다면 중국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즉 바야흐로 인도-퍼시픽 지역에서 어느 국가이든 원하면 핵 잠수함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만이 홀로 기술 개발하여 핵 잠수함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아예 완성품으로써 핵 잠수함을 구매하는 국가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태평양에 수많은 국가들의 핵 잠수함이 왔다 갔다 하게 된다면 그것이 과연 대한민국에게 유리한 환경일까?

https://theconversation.com/after-aukus-russia-sees-a-potential-threat-and-an-opportunity-to-market-its-own-submarines-168374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사태 전개가 북한에도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문제는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군사력으로 간주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어왔다. 북한은 이러한 국제 사회와 미국의 관심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온 것이다. 그러나 목전의 상황은 어쩌면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 곳에서 제2, 제3의 북핵 이슈가 터져 나올지 모르게 되어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앞으로는 아무리 미사일을 날리고 소리를 높여도 다들 신경쓰지 않는 그런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https://www.wikileaks-kr.org/news/articleView.html?idxno=114888


핵 잠수함 팔 궁리를 하고 있는 러시아와는 달리 의외로 AUKUS에 가장 크게 반발한 것이 프랑스이다. 물론 이는 호주에게 공급할 예정이던 잠수함 계약이 파기되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상황을 보면 단순하게 잠수함 계약 해지 만으로 분노한 것 같지가 않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반응이 매우 격렬하거니와 유럽 국가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프랑스의 분노, 그리고 어쩌면 유럽의 분노가 어떤 수준인지, 강도가 얼마큼 인지에 대해 우리가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프랑스가 NATO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이고 예측할 수 없고 무례하고 무례한 파트너” 스타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신뢰 위기'로 이어졌다면서 "이 모든 것은 해명과 해명이 필요한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EU의 고위 관리들은 당초 9월 29일 피츠버그에서 미-EU 무역기술 위원회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로이터통신은 브뤼셀의 두 EU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회담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https://www.dw.com/zh/%E6%AC%A7%E7%9B%9F%E9%AB%98%E5%B1%82aukus%E5%B0%86%E6%B3%95%E5%9B%BD%E8%B8%A2%E5%87%BA%E5%B1%80%E4%B8%8D%E5%8F%AF%E6%8E%A5%E5%8F%97/a-59250113


에르베 그랑장(Hervé Grandjean) 프랑스 국방부 대변인은 프랑스 텔레비전에 나와서 바이든 대통령과 모리슨 총리가 AUKUS를 발표한 그날, 프랑스 국방부와 해군 그룹은 호주 해군의 공식 서한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호주의 잠수함 프로젝트 감독 담당 제독이 계약의 진행 상황을 면밀히 검토했으며 프랑스 잠수함의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는 점에 만족했다고 전하고 이는 분명히 프랑스와 호주가 계약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었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전하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호주 중도좌파 노동당 상원 원내대표인 Penny Wong은 이것이 왜 프랑스와 다른 나라들이 모리슨 총리를 정직한 파트너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1/sep/23/aukus-australia-sent-extremely-satisfied-letter-hours-before-axing-french-contract


프랑스는 미국과 호주가 동맹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매우 자극적인 표현을 했고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호주에서 대사를 소환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리 한국의 미디어들의 보도는 대체로 이번 잠수함 프로젝트의 규모가 우리 돈 79조에 달한다는 점과 그간 진행이 원만치 못했고 지나친 비용 상승 등 문제가 많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프랑스와 EU의 분노는 단지 잠수함 프로젝트의 돈 문제 만이라기 보기에는 매우 격렬하다.


AUKUS 발표 전에 프랑스에 알렸다는 미 백악관의 설명과는 달리 우선 프랑스는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발언이 모두 사실이라면 미국은 AUKUS 동맹의 결정 과정까지는 프랑스 등 유럽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고 발표 직전에서야 프랑스에 통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https://edition.cnn.com/2021/09/20/europe/france-us-australia-submarine-aukus-intl-hnk/index.html

우리나라도 얼마 전 호주와 한국 간에 지난 13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5차 한·호주 외교·국방 장관회의(2+2 회담)가 있었는데 필자가 외교부 내에서 들은 바로는 이때 호주는 AUKUS 관련하여 아무런 언급이나 암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정의용 외무장관은 이때 호주 마리스 페인 외교장관이 그에게 알렸다고 최근 밝혔다. 그러니까 이 소식은 비밀로서 최 고위급들만 알고 있었던 셈이다.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10924/109385798/1 

동시에 한국은 알고 있었지만 프랑스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EU의 태도를 볼 때 다른 유럽 국가들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한국에게는 알렸다는 것도 충분히 의미심장하다. 즉, 필자가 지속적으로 여러분들에게 주의를 환기하고 있는 사항, 한국이 미중 충돌에 있어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AUKUS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어쩌면 호주와 유사한 조건의 핵 기술 제공을 할 테니 AUKUS에 참여하라는 메시지였을 수도 있다.

https://www.koreatimes.co.kr/www/nation/2021/09/120_315914.html


동시에 프랑스나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는 뺨을 한 대 맞은 듯한 상황일 수 있다. 최근 필자가 있는 베이징의 미 대사관에서 열린 행사가 있었는데 참석했던 모 나라의 외교관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프랑스 대사관이 미 대사관에 전한 메시지는 "우리가 왜 참석 안 하는지 너희는 응당 알 것이다"였다고 한다. 동시에 행사에 참석한 유럽 국가들의 외교관들도 이번 AUKUS 동맹에 대하여 매우 언짢아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즉 비단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번 사태에 대하여 큰 반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우리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인도-퍼시픽 지역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는 국가이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학술 과제 "중국의 글로벌 해양 전략"(2021년 연말 출간 예정)에서 정리해 놓은 부분을 인용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는 유럽에 위치하고 있지만 남태평양의 프렌치 폴리네시아, 뉴칼레도니아, 월리스, 푸투나, 인도양의 레위니옹, 마요트, 케르그렌 등의 섬을 소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인도 태평양" 지역은 1100만 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으로 배타적 경제 수역 전체 면적의 약 62%를 차지하며 약 150만 명의 프랑스 시민이 살고 있다. 이를 근거로 프랑스는 스스로를 "인도-태평양 국가"로 정의한다. 즉, 유럽 국가는 태평양에서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다는 중국의 논리에 맞서 프랑스는 엄연히 태평양과 인도양에 영토를 가지고 있는 이해 당사자라는 의미이다.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국가'로서의 위상을 반영하기 위해 2019년 5월 '인도-태평양 방위 전략' 보고서를 발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논의했다. 거기서 프랑스는 다단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역내 국가들의 국방협력 및 합동 군사훈련에 적극 참여하고, '군사적 투사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군사 배치 측면에서 프랑스 국방부는 인도 태평양 지역을 몇 개의 '책임 구역'으로 나누고 약 8,000명의 군인과 수십 척의 군함을 배치했는데 이는 프랑스의 영구 해외 군사 배치의 거의 60%를 차지한다. 또한 프랑스는 '노스웨스트 윈드'급 상륙 작전함과 '라피트'급 구축함 등 전함 여러 척을 인도 태평양 지역에 파견했다.

이러한 프랑스의 움직임은 일견 미국과 움직임을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프랑스의 속내는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미국이 돌아왔다'며 '대서양 횡단 동맹'도 돌아왔다고 전 세계에 발표했을 때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반발했다. 그는 ‘유럽의 전략적 자치’를 추구하며 유럽이 미국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유럽 연구 전문가인 赵俊杰는 상술한 프랑스의 남중국해 항해는 놀라운 일이 아니며 ‘전략적 자치’에 대한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고 가장 핵심적인 문제에서 프랑스는 미국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프랑스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 150만 명 이상이 살고 있고 지역의 영해 면적이 남한 면적의 110배에 달하는 국가이다. 그리고 핵 보유국이며 역사적으로도 인도 차이나 지역에 식민지를 경영한 국가이다. 프랑스 시각에서 인도 태평양은 자신의 '나와바리(구역)'인 것이다. 이제 EU를 뛰쳐나간 영국이 과거 영 연방 국가였던 호주, 미국과 함께 AUKUS 동맹을 맺고 핵 기술을 제공하는 것, 게다가 자신이 호주에 제공하기로 되어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뒤집어엎은 것은 그들의 표현대로 '동맹의 등에 칼을 꼽다"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무력으로 싸우고자 하지 않던 이런 프랑스와 유럽의 분노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의 분노는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유럽을 중국과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리드해 왔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퇴장하면서 EU의 의장국으로 독일의 임기가 금년 말에 끝난다. 그리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프랑스가 의장국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유럽과 미국 간의 관계는 분명히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프랑스와의 AUKUS 균열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미디어의 보도가 있다. 파리는 유럽을 대변하지 않지만 대서양 권역의 관계, 즉 미국과 유럽 간의 관계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https://foreignpolicy.com/2021/09/22/aukus-france-biden-europe-allies/


화급해진 호주의 모리스 총리는 프랑스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모리스 총리의 태도에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는 기색은 없었다. 결연한 태도로 그는 호주의 총리로서 호주의 국익을 위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가 제공하는 재래식 잠수함은 호주가 필요로 하는 요구를 다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계약에 따른 해지 절차를 호주는 성실히 밟을 것이라고 했다. 요약하면 계약서에 있는 대로 해지 절차 밟겠다는데 왜 그래 정도의 메시지일까?

https://www.youtube.com/watch?v=fvxDBI3SwP8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AUKUS 동맹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와 협의를 충분히 하지 않은 점은 분명히 자신의 실수라며 이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다. 아무튼 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한 것이었으니 프랑스도 계속 화를 내고 있을 수는 없게 된 모양새이다.

https://www.bbc.com/zhongwen/simp/world-58660972

결국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의 프랑스와 유럽연합(EU)에 대한 지원을 대가로 분쟁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프랑스와 독일이 반대한 이래 미국과 프랑스는 가장 큰 갈등상태에 있다. 단순히 체면을 잃거나 잠수함 계약을 잃는 문제가 아니라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기를 원한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랑스가 인도-태평양에 영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이 21세기의 흐름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유럽 정치적 시각에서 보면 영국의 존슨은 브렉시트로 인한 보너스를 원하고 마크롱은 브렉시트의 대가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EU의 시각에서 보면 언제나 겉돌던 영국이 결국 유럽을 버리고 과거 영 연방 국가, 앵글로 색슨 구가 연합으로 회귀하려 잠재적 경쟁자가 된 꼴이다.

https://www.chineseft.com/premium/001094026?exclusive#s=d

엘리제궁은 이번 전화가 "화해"가 아니라 "해명"을 위한 전화였다고 밝혔다. 바이든이 프랑스와 상의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마크롱과 바이든은 10월 말에 회담을 가지기로 했다. 일단 모양새는 봉합이지만 내홍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입장에서 이번 데미지에 대하여 여하의 실질적 보상을 얻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https://www.rfi.fr/cn/%E6%B3%95%E5%9B%BD/20210922-%E6%BD%9C%E8%89%87%E5%8D%B1%E6%9C%BA-%E6%8B%9C%E7%99%BB%E9%A9%AC%E5%85%8B%E9%BE%99%E6%89%BF%E8%AF%BA%E6%81%A2%E5%A4%8D%E4%BA%92%E4%BF%A1-10%E6%9C%88%E5%BA%95%E4%B8%A4%E4%BA%BA%E4%BC%9A%E9%9D%A2


그렇다고 유럽 입장에서 미국을 버리고 중국으로 달려갈 수도 없다. 늑대를 피하여 호랑이 입 속으로 들어가는 꼴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영국 의회 의원에 대한 중국의 제재, 리투아니아-중국 갈등으로 그러지 않아도 나쁜 중국에 대한 유럽의 여론이 최악인 상태다. 이런 상황은 유럽이 중국과의 투자 협정을 다시 연기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유럽은 제3의 길, 미국이나 중국과는 독립적으로 유럽 자체적인 노선을 개발하고 걸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149975/china-eu-talks-tuesday-come-sanctions-aukus-and-lithuania?utm_medium=email&utm_source=cm&utm_campaign=enlz-china&utm_content=20210924&tpcc=enlz-china&UUID=9fdc95ad-8288-4587-bee2-ae886f93b44c&next_article_id=3149956&tc=7&CMCampaignID=570ddddba86fff16d5e9724072f84d5c

하지만 유럽이 가고자 하는 독자적 노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럽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공동의 목표 또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https://www.wsj.com/articles/europes-balancing-act-between-the-u-s-and-china-is-buffeted-from-both-sides-11632397575?mod=djm_dailydiscvrtst


지금까지 확인해 본 세계 각국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AUKUS는 비밀리에 세 나라 지도자 등 최고위층의 비밀 협상으로 통해 신속하게 서둘러 이루어졌고

그 주동자는 호주의 모리스 총리였으며

그러지 않아도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는 호주에게 핵 잠수함과 토마호크 미사일 등을 제공하는 등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는 내용이다.

그리고 AI, 사이버, 5G 등이 거론되었다.


이들의 목적이 중국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왜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앞서 후시진의 반응으로 볼 때 대부분의 중국인들도 이해할 수 없어하는 것이며 필자 또한 뭔가 개운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백악관에서 쿼드 정상 대면 회의를 처음으로 주최하는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4개국 정상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기후 변화, 신기술, 네트워크 보안 등 분야에서 '실용적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타이완 문제가 확실히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AUKUS 관련한 정보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https://www.bbc.com/zhongwen/simp/world-58647912


우선 영국이 미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을 요청했는데 주요 의제는 기후 문제였다. 존슨 총리는 석탄 감축 문제를 꺼내었는데 원자력 이슈에 대한 에두른 표현으로 생각되며 실제 회담 내용은 프랑스가 핵잠수함 및 핵 항모 기술의 제공을 공언하는 가운데 영국이 한국에 대한 핵 잠수함 및 항공모함 관련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https://www.fnnews.com/news/202109210647498531

 

이번에 열린 쿼드에서 주 논제는  인프라, 의료 및 네트워크를 포함한 여러 영역이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익명의 워싱턴 관료는 이 회의에서 코로나 백신이 논의될 것이라고 했고 또한 이번 회의가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무엇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타이완에 대한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알 수는 없지만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면 그야말로 경천동지 할 사태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타이완이 아니라 한반도가 그 대상일 수도 있다.

https://www.rfi.fr/cn/%E4%B8%93%E6%A0%8F%E6%A3%80%E7%B4%A2/%E8%A6%81%E9%97%BB%E8%A7%A3%E8%AF%B4/20210924-%E5%9B%9B%E6%96%B9%E5%AE%89%E5%85%A8%E5%AF%B9%E8%AF%9D-quad-%E9%A6%96%E6%AC%A1%E9%9D%A2%E5%AF%B9%E9%9D%A2%E5%B3%B0%E4%BC%9A-%E4%B8%AD%E5%9B%BD%E5%A6%82%E5%BD%B1%E7%9B%B8%E9%9A%8F

쿼드와 중국을 연계하는 질문에 대하여 당국자들은 일관되게 쿼드는 군사 목적이 아니며 따라서 군사적 이슈는 쿼드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있다. 한국의 한 미디어는 미국이 한국의 쿼드 참여를 희망한다고 보도를 했는데 필자가 들어 본 이 전화 인터뷰 내용은 미국이 한국의 쿼드 참여를 희망했다고 보기가 어정쩡하다. 쿼드의 목적이 인도 태평양의 안정에 있으며 우리는 한국이나 유럽의 국가도 동참하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는데 동참의 대상이 '쿼드'인지 '안정'인지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만일 한국의 쿼드 참여를 희망했다고 이해한다면 미국은 동시에 유럽 각국이 '쿼드'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문맥이 조금은 이상하지 않은가?  

https://www.youtube.com/watch?v=Mw6dH31kiDI


그리고 인도는 쿼드는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는 점, AUKUS와는 다르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요는 설령 한국이 쿼드에 가입하기를 미국이 요청했다 하더라도 쿼드는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도의 이 주장이야 말로 왜 쿼드 외에 AUKUS가 필요했는지를 설명해 준다고 본다. 인도는 중인 접경에서의 분쟁으로 인하여 중국과 싸우고 있지만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 더구나 태평양까지 전선을 확대하려는 의사는 결코 없다. 인도가 미국 등이 주도하는 태평양의 군사 훈련에 참여하는 주목적은 중국의 군사력이 인도양까지 오는 일이 없도록 말라가 해협 이전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멈추도록 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도가 함대를 태평양까지 보내서 중국과 싸울 생각은 없는 것이다.

https://www.aljazeera.com/news/2021/9/23/here-to-stay-indo-pacific-quad-leaders-to-converge-white-house

일본은 미국과 함께 싸우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이 비상 상황을 이용하여 자국의 헌법을 수정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국가가 되려는 의도가 너무나 분명하다. 그로 인해서 일본의 참전을 수용할 수 있는 국가가 적어도 태평양 지역에는 없는 것이다. 힘을 믿고 행패를 부리는 것은 중국 하나도 많다. 여기에 주변 국가들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는 일본이 무력을 쏟아 내며 다니는 것을 환영할 국가는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무력 충돌할 경우 진정한 의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울 국가는 영국과 호주뿐이다. 그래서 AUKUS는 강력한 군사 동맹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군사력을 신속하게 강화하려는 호주의 의지는 미국이나 영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다만 AUKUS 동맹을 맺는 과정은 석연치 않으며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다른 정황과 고려가 분명히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으리라.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는 중국의 입장은 쉽지 않다. 일단은 AUKUS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입으로만 비난하는 것에 그친다면 소리만 질러대는 제2의 북한 같은 국가라는 대우를 받을 가능성마저 있다. 뭔가 유효한 대응을 해야 되는 것이다. 만일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중국의 위상 저하는 물론이고 이후 중국의 위협이 먹히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미 경제적 제재를 전면적으로 취하고 있는 호주에 대해 더 이상 실질적인 경제 제재를 할 수단이 없다. CSIS의 중국 전력 프로젝트 책임자인 Bonnie Lin은 이런 면을 두고 중국의 강경 경제 제재 조치가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번 사드 제재를 가한 한국에게 뾰족한 압박 수단이 없는 점과 비슷하다. 중국인들이 잘 쓰는 억지를 부려 되지도 않는 카드를 만드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149884/quad-leaders-meeting-person-first-time-are-seen-plan-several


이러한 정세 변화는 그동안 수동적인 상태에 있던 타이완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중국은 이번에 CPTPP에 가입 신청을 했는데 타이완이 이어서 가입 신청을 한 것이다. 사실 상 국제기구에서의 활동을 봉쇄당한 타이완으로서는 대담한 결정을 한 것이다. 타이완이 갑자기 이러한 가능성이 확실해 보이지 않는 가입 신청을 한 것은 그 배경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대체로 미국과 일본 등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어쩌면 앞서 말한 쿼드에서의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결정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물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는 중국으로 인해 기존 가입 국가들이 타이완의 가입을 모두 수용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동일하다. 중국이 하나둘씩 경제 제재를 다른 국가들에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다 보니 점점 효과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중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한국이나 호주가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타이완의 가입 신청에 찬성할 경우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여러 나라들과 중국과의 경제 분리가 일어날수록 기뻐할 테니 중국의 입장이 말이 아니다. 지금 말로는 중국이 타이완의 CPTPP 가입을 결단코 반대한다지만 실제적인 대응 수단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https://www.sankei.com/article/20210923-4ICHKIGASFJ6RLBOAH5AR4OOEY/


실제 전쟁을 하려 하면 누가 함께 할 것인지 분명해진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밝혔지만 인도 태평양에서 미국과 어깨를 함께 하고 싸울 나라는 영국과 호주뿐이다. AUKUS라는 결과를 낳은 호주의 정책은 과연 호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군사력이 강화되고 중국에 대한 기싸움에서는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시각에서 보면 호주는 이번 AUKUS 동맹을 추진함에 있어 두 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하나는 미중 간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오던 것을 포기하여 앞으로의 선택 여지를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 둘째는 AUKUS의 추진에 있어 국민과의 충분한 공감대와 합의를 확인하지 않고 모리슨 총리가 독자 추진 및 결정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후 예상하지 않았던 규모의 중국과의 무력 충돌이나 국민들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민 여론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않은 의사 결정 과정이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 한국은 현재 아주 중대한 전환기적 시점에 와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가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는 민주국가이다. 이러한 국운을 결정하는 의사 결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 시기가 무르익는다면 우리의 대응 전략은 국민적 차원의 논의를 꼭 거쳐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모든 국민들의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에 따른 책임에도 이의 없이 따를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색 코뿔소 헝다(恒大, EVERGRAND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