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력난이 큰 이슈이다. 지난주부터 중국 각지에서 전력 통제, 절전, 단전 등의 상황이 발생하였다. 홍콩의 명보는 지난 주말 동북 3성에서 예고되지 않은 정전으로 혼돈이 극심했다며 정전, 전기 부족 등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생기고 신호등이 동작을 멈추어 교통 체증이 발생하는 등 혼란이 컸다고 보도했다. 헤이룽장성 둥닝시 시민인 왕 씨는 지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동안 예고 없이 정전이 발생했으며 일요일에 또 다른 정전으로 밥도 해 먹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길림의 한 부동산 회사는 오후 4시부터 최대 전력 소비 기간 동안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청하는 통지서를 주민들에게 보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은 이유는 과거 지역별로 단전이나 절전이 있다고 해도 중국의 미디어에서 문제로 표출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중국 자체 미디어에도 상당히 보도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의 경우 동북 3성에서 대규모 단전과 난방 공급 중단이 있었다. 소문으로는 추위에 동사하는 사람들마저 나왔다는 것인데 중국 미디어에서는 철저하게 통제되었다. 당시 심지어 동북 3성의 이 사태를 놓고 시진핑 그룹에게 압박을 받다 못한 상하이방들이 힘을 모아 쿠데타를 모의했고 우선 자신들의 영향력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동북 3성의 민심을 흔들기 위해 고의로 단전, 단열 상황을 조성했다는 그런 음모론까지 등장했었다.
이렇게 중국 미디어의 보도를 허용한다는 것은 이 사안을 숨길 수 없다는 뜻이다. 이미 서방 언론들에 많이 보도가 되었고 실제 장쑤 성이나 광둥성같이 외국 기업이 많은 지방에서 기업 및 공장들의 조업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타이완의 FOXCONN도 영향을 받아서 전자 부품 생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고 이에 따라 애플의 스마트폰이나 테슬라의 자동차 생산에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는 심지어 베이징과 상하이에도 28일부터 수 일간 지역에 따라 정전이 있을 것이라는 공고가 나왔다. 이는 정전 사태가 전국적으로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거나 정전 사태가 의도된 것이라는 의미이다.
여러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필자가 볼 때 가장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보도가 BBC의 보도이다. BBC는 이번 중국의 전력 부족 상황에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중국 제조업 생산 능력의 급속한 증가
석탄 가격의 상승
당국의 에너지 이중 통제 정책(탈 탄소)
등이다.
✔️https://www.bbc.com/zhongwen/simp/chinese-news-58707959
우선 제조업 생산 능력의 증가라는 말은 중국의 수출 증가에 따라 전력 소비가 많은 업종들이 시설을 늘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전력 소비가 대규모로 증가하여 전력 부족을 초래했다는 뜻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는 부분적인 설명일 수밖에 없다. 가장 전력 난이 심한 지역인 동북 3성이 수출의 중심 일리도 없거니와 오히려 산업이 감소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석탄 가격의 상승은 사실이다. 중국이 호주의 석탄 수입을 중지하면서 수입원을 기타 국가로 전환하면서 국제 석탄 가격이 급등하였다. 중국 국내 석탄 가격은 지난 수년간 900위안 대였는데 지금은 1600위안을 훨씬 넘고 있다. 그리고 석탄의 가장 큰 고객은 발전소이다. 중국의 경우 소비자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grid는 중앙의 국유 기업인 국가전망(国家电网)이지만 발전소는 각 지방 정부 산하 국유기업이다. 이렇게 2 원화 된 이유는 전력 사업에 대한 이권을 중앙에서 모두 가져가는데 비해 지방 정부의 세수는 부족했기 때문에 발전과 배전을 나눈 것이다. 그래서 각 지방 정부는 발전소를 건설하고 국가전망에 공급하여 돈을 벌어 왔다.
그런데 석탄 가격이 급등하자 문제가 된 것이다. 국가전망에서 각 지방의 발전소에서 전력을 사주는 가격은 이미 결정되어있고 고정되어 있다. 그런데 중국 발전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석탄 발전소의 주 원가인 석탄 가격이 두 배에 가깝게 오른 것이다. 당연히 지방 발전소는 적자 상태가 되었고 발전을 하면 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전력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가운데 큰 정책으로서 감세와 실질 비용 감소를 시행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전기료를 올리면 민생과 산업 모두 지대한 타격을 받는다. 게다가 석탄 가격이 오른 것이 호주로부터의 수입을 안 했기 때문이라면 그 모든 질책은 중앙 정부, 그리고 지도부로 쏠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방 정부는 지금 극심한 재정 악화로 고통받고 있다. 더 이상 재정적인 부담을 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앙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헝다 같은 부동산 대기업들이 도산하고 이는 은행권으로 영향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대한 재정적 준비도 해야만 한다. 다른 말로 중앙도 이 전력 손실을 메울 돈이 없다.
그럼 당초에 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지했는가? 이런 사태가 올 것을 몰랐는가? 필자는 중국의 지도부가 정말로 몰랐다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은 국가전략물자 비축국을 만들었지만 그전까지는 국가 전략 물자를 각 지방 정부에서 비축하도록 되어있었다.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당시에는 수입 금지 기간이 장기화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거니와 설령 다소 장기화된다 하더라도 비축 물량을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록 상의 비축 물량과는 달리 실제 비축량이 형편없이 적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작년 겨울에 이미 동북 3성에 대규모 전력난, 에너지 공급난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이때 많은 인민들이 고통을 겪었고 심지어 얼어 죽는 사람도 나왔다고 한다. 그 이유가 석탄 공급 부족이라 하였고 동북 3성은 재정 부족으로 석탄을 제대로 구매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당시 중앙에서는 네이멍구 자치구 쪽에 비축 물량을 풀도록 지시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네이멍구 자치구에서는 석탄을 공급하지 못했다. 실제 비축된 석탄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간 거쳐온 수많은 관료들의 부정부패의 결과이다. 그 후 동북 3 성과 네이멍구에는 순시조가 돌며 많은 관원들을 숙청하였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이미 이러한 대규모 전력 부족 사태를 한번 겪었다는 것이고 이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사태가 나온 것은 중국 정부가 석탄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과 동시에 석탄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기존과는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만 했다는 뜻이 된다.
필자는 그래서 나온 것이 시진핑 주석이 최근에 발표한 "탈 탄소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언뜻 중국은 탈 탄소 정책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국내 석탄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아 가며 다소의 문제가 있더라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역으로 "탈 탄소 정책"인 것이다.
우선 글로벌 명분으로 "탈 탄소 정책"의 당위성은 인정이 된다. 그리고 탈 탄소 정책은 이미 14차 5개년 계획에도 반영이 되었다. 탈 탄소가 이루어질 때까지 과도기 해결책으로 수상 원자력 발전이라는 대안도 준비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탄소 감소를 압박하며 그 부작용을 각자가 해결하게 하는 것이다. 즉, "탈 탄소 정책"이라는 대의명분을 들어 실제로는 에너지 부족에 대한 대안 또는 적응을 기업과 인민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응에 실패하는 책임은 고귀한 목적을 내려준 중앙 또는 지도부가 아니라 지방 정부과 기업인 것이다.
발개위는 지난 8월 지방 정부별로 저탄소 지표에 대한 예비 평가를 했고 일부 지방 정부에 대하여 공개적인 예비 경고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현시점에서의 이러한 발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내년 20대가 열린다. 여기서 향후 10년 중국을 이끌 새로운 지도부가 결정된다. 시진핑 주석의 연임이 가장 이슈이고 복수의 지도부 인사들이 은퇴를 하기 때문에 중국 전 지역과 부분에 걸친 지도부 인사가 결정된다. 그리고 이런 국가급 인사를 전후하여 예비 인사가 이루어진다. 이미 일부 지방 정부의 서기와 성장급 인사가 사전에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방향성이 결정되는 것이 11월에 열릴 6중 전회이다.
각 지방 정부 및 부처의 수장들에게 지금 시점에서 지도부의 눈밖에 나면 출세는 글렀다. 그리고 어쩌면 숙청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하에서 지방 정부는 어떻게든 이 탄소 지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고 재정은 부족하니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소비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 남방의 몇 개 성과 같이 에너지 소비가 큰 기업들을 제한적으로 통제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뾰쪽한 방법 없이 소위 막무가내 식으로 밀터 붙이는 동북 3성 같은 곳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https://www.sankei.com/article/20210831-U7ATA2CK5FNV5K3V3QGYQ42UBU/
필자의 이러한 추론이 얼마나 맞을지 필자 자신도 잘 모르겠다. 상당 부분 필자의 추정과 추측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 이번 사태가 단 기간 내에 진정될 리가 없다는 것만큼은 여러분들이 믿어 주셔도 될 것 같다. 이번 사태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이든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