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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 Oct 02. 2021

T와 J의 가설

필자는 약 3년 전부터 유튜브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골목길 아저씨답게 동네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미중 무역 전쟁이 일어나면서 이를 흥미진진하게 관전하며 몇 가지 내용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자칭 중국 전문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크게 틀리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서 비록 한국분들에게는 중국 공산당의 앞잡이라는 비난, 중국분들에게는 중국을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하는 자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양이 깊은 분들이 보아주시고 있어 감사하고 있다.


그런 분들 가운데 한 분, 필자의 유튜브 초년생부터 지금까지 줄곧 필자를 지지해 주시고 또 유료 회원으로 오랜 기간 동안  후원해 주고 계시는 분이 있다. 한 번도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심리적으로 매우 가깝게 느껴지는 몇 분 중의 하나이다. 또 유튜브뿐만 아니라 필자가 브런치나 ZUM 등에 기고하는 글도 보아주시는 모양이다.


최근에 이 분이 한 가지 요청을 하셨다. 최근 왕이 부장의 한국 방문과 남북한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씀이었다. 필자는 "나름대로의 생각은 있으나 정작 이야기를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답신을 하였다. 실제로 필자의 머릿속에 있는 가설을 목소리로 이야기하기가 두렵다. 욕을 먹을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나름대로 몇 년간 쌓아온 객관적인 목소리라는 평가를 하루아침에 잃을 것 같아 두려운 것이다. 그만큼 필자의 머릿속에 있는 가설은 "지나치다". 게다가 한반도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어서 섣불리 한 두 마디 예측을 내놓았다가 금방 틀린 것이 밝혀져서 허튼 인간으로 전락할 위험도 걱정이 된다.


각설하고 오늘 이 글을 통해 필자의 "가설"을 소개하려고 한다. 필자가 무슨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그저 골목길 아저씨에 불과한데 무슨 엄청난 평판을 쌓았다고 두려워할 것인가 말이다. 또 어쩌면 필자의 "가설"이라는 것이 이미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식"처럼 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서론이 길었다. 첫 번째 가설로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필자는 현재 중국의 상태를 "전쟁 준비 중"이라고 본다. 필자의 감각으로는 "전쟁 준비 중"이라는 가설을 세우면 다음 사항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이 상당 부분 이해가 되거니와 예측도 된다. 

헝다 사태

전력 난 사태

암호 화폐 금지

디지털 기업의 대 경쟁자 완전 공개

디디추싱, 메이퇀의 기사들에 대한 사회 보험 등 대우 개선

보장성 임대 주택

국가 데이터 공개 및 보안 강화

국가 로지스틱스 체제


이 모든 것이 가리키는 것은 "전쟁 준비"이며 이런 시각에서 생각해 보면 중국의 향후 정책 방향도 정해진다. 예를 들어 헝다의 경우 전쟁을 치루어야 하는 정부가 헝다라는 한 민간 기업을 구해 줄리 만무하다. 산업게가 전력난 상황이라 하더라도 가상 적국인 호주산 석탄을 수입할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전쟁 시 사용할 외화를 더욱 비축해 나갈 것이니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은 생각할 수 없다.


두 번째 가설로서 중국이 전쟁을 의도함에 있어 목전에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한국이다. 한국을 정리해 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예전에 청나라가 조선에게 "우리는 형제이니 말머리를 같이 하고 중원을 쳐서 함께 다스리자"라고 한 것도 후방에 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세력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하여 곧바로 미일 및 호주, 영국 등과 전쟁을 하게 될 경우 후방에서 공격해 올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인도와 한국이다. 인도의 경우 사람이 거의 없는 광활한 히말라야 무인지대가 되겠지만 한국이 참전할 경우에는 70년 넘게 전쟁 준비를 해 온 국가가 동원 예비군 포함 4백만 군대의 세계 6위 군대를 동원하여 중국을 전면 공격해 올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이 대중국 전쟁에 참여하면 북한은 북중 군사 동맹에 의하여 참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한미 연합군 대 조중 연합군의 대결이 될 것이다. 다만 지난번과 다른 점은 이번에는 한국군이 압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중국은 동북 3성 쪽에 북으로는 2천 km를 러시아와 접하면서 남으로는 한반도 수 백만의 한미 연합군이 압록강과 두만강에 배치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군대는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 상황은 미국 입장에서 최선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한국이 적어도 중립을 택해 줄 것을, 그리고 말뿐만 아니라 확고하게 그렇게 만들 장치가 필요하다.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북한을 충동질하여 제2의 한국 전쟁이라도 일으켜야 할 판이다. 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자살 행위이다. 필자가 지난 세기에 만났던 인민해방군 관계자들은 남북한이 전쟁이 날 경우 남한이 북한을 사실상 초토화하는데 3, 4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았다. 첫날 제공권 및 전략 자산들이 파괴되고, 기갑 부대 등 육상 병력이 압록강까지 오는데 2, 3일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세 번째 가설로서 그래서 중국이 이번에 사용할 카드는 "한반도 전쟁"일 수 없으며 아마도 "한반도 평화"라고 본다. 게다가 평화 통일에 적극적인 문재인 행정부는 이제 반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행여라도 보수당에서 정권을 잡으면 쿼드는 물론 오커스 동맹에 한국이 가입할 판이다. 그러므로 중국은 지금 행동해야 한다. 필자는 그래서 왕이 부장이 한국을 방문했고 북한을 충동질하여 미사일을 쏘게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왕이 부장이나 중국의 태도를 위압적이다, 한국을 무시한다고 하는데 원래 카드가 없을수록 목소리가 큰 법이다. 필자가 볼 때 지금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 매우 조심하고 있다.


그 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고 "한반도 종전 선언"을 하자고 제의했다. 북한은 처음에는 거부하는 듯했지만 미국이 긍정적 입장을 보이자 태도는 변했다. 그리고 러시아가 지지를 표명했다. 그런데 주의해서 보면 지금까지 언제나 남북한이 대화해야 한다고 했던 중국이 소리가 별로 없다. 조용한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조용할까? 그리고 북한은 뜬금없이 미사일을 또다시 발사했다. 왜일까? 지금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려서 무슨 이익이 있는 것일까?


필자의 가설은 이렇다. 중국은 그들의 요구 사항이 관철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바로 네 번째 가설이다. 그리고 북한이 중국을 대변해서 미사일을 쏘고 있다고. 북한이 나선 것은 평화 통일 방안의 구체적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골격에서는 합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아무 말 없는 것은 중국의 요구가 아직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인데 필자는 중국의 요구를 "한국의 전작권 반환" 및 "주한 미군 철수"라고 본다. 그래야만 이 모든 것이 중국에게 의미가 있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미국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길 비행기 안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 관련해서 일이 잘 되지 않았다고 했을 것이다. 어제 국군의 날 문재인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의 역할은 "한반도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했는데 매우 의미심장했다.


한국이 군사력을 키우는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중국에게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커다란 부담으로, 그리고 한국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며, 북한에게는 더 이상 적대할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기에 타협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고, 일본에게는 더 이상 주시하면 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주의를 주는 것이며, 미국에게는 한국의 동의 없이 동북아에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으니 지시를 내릴 대상이 아니라 상의하고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는 새로운 인식을 각인하는 일이다. 


만일 본격적으로 남북한 간에 통일 협상이 진행된다면 이 중간에 한국이 갑자기 미사일을 중국에 대고 쏘면서 중국과 싸울 일은 없다. 미국만 한반도에서 물러가 준다면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대적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일단 타이완을 상륙 점령한 후에는 어떻게든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반응을 통해서 이번에 왔을 수 있는 작은 한반도 통일의 기회가 다시 사그라졌는지 아니면 그 불꽃이 다시 피어날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필자를 T라고 부르는 J는 필자의 가설에 대하여 이렇게 평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단순해. 상황을 너무 간단하게 보는 것 같아."라고 말하며 그의 가설을 이야기해 주었다. "지금 중국 전력 상황이 엄청나지?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이 사람들이 문제를 크게 떠드는 것, 문제를 인정하는 것 등 말이야." 


J는 매사를 단순하게 보는 사람이어서 필자는 그가 이런 말을 할 때 깜짝 놀랐다. J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국 공산당이 무슨 이슈를 크게 떠들 때는 말이야 그걸 믿어달라는 것이거든? 그러니까 중국이 지금 석탄이 매우 부족하고 사회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떠드는 것은 그게 사실일 수도 있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사실은 사실이지만 이에 기반하여 수를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단 말이지. 그런데 만일 그것이 상대가 그렇게 믿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라면?"


필자가 반문했다. 

"상대가 누군데?"

"그야 미국이지"

"?"

"미국을 방심하게 만들고 무엇인가 전격적으로 하려고 하는 것일 수 있지."

"그게 뭔데?"

"생각 좀 하면서 살아 이 사람아..."

"???????"


아. T의 가설은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이제 J의 가설이 무슨 뜻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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